쿠팡의 배송을 책임지는 쿠팡맨(배송기사)들이 노동조합을 설립한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이하 노조)과 쿠팡맨대책위원회(이하 위원회)는 30일 국회 정론관에서 ‘쿠팡노동조합’ 설립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남부지청에 노조설립 신고서를 제출했다.
위원회 관계자는 “노조에 참여하는 캠프(지점)는 3~4곳이며, 약 70~100명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노조가입을 문의하는 전화가 지속적으로 오고 있어, 향후 전국단위로 규모가 확대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위원회는 노동조합을 설립하는 이유로 ▲비정규직에 대한 부당한 계약해지 ▲사측의 일방적인 취업규칙 변경 ▲차량용 블랙박스를 이용한 감시 ▲퇴근시간 조작과 추가 근무수당 미지급 등을 들었다.
쿠팡맨 A씨는 “지금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쿠팡의 미래는 어둡다고 생각한다. 사업초기에는 쿠팡맨들의 애사심이 매우 높았지만, 지금은 (사측에 대한 쿠팡맨들의) 불신과 불만이 가득하다”며 “고용이 보장되지 않는 비정규직 동료들의 계약해지를 보면서 사기도 많이 저하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40~50대까지 일을 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며 “(사측에서는) 20~30대에 비해 40대 쿠팡맨의 배송 속도가 느리다고 지적한다. 우리도 언젠가 40대가 될 텐데, (일을) 못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배송기사 직접고용 ‘노조설립’으로 역풍
쿠팡은 ‘지입제(개인사업자가 자신의 차량을 택배회사에 등록하고 해당 기업의 택배를 배송할 때마다 건당 수수료를 받는 구조)’가 만연한 한국의 택배시장에서 배송기사를 직접 고용하는 ‘직영제’를 도입하면서 업계의 파란을 일으켰다. 택배시장을 선진화 한다는 측면에서 호평을 받기도 했다.
직영제를 고집하며 ‘서비스 품질’을 높이겠다는 쿠팡의 취지가 무색된 건 쿠팡맨의 업무량이 증가하면서 부터다. ‘로켓배송’이 시행된 사업초기에는 택배기사의 일평균 배송량이 100~150건 수준이었지만, 소비자의 주문량이 늘면서 평균 배송량이 200~250건으로 증가했다.
쿠팡맨 B씨는 “사업초기에는 고객들에게 편지도 쓰고, 풍선도 불어서 선물하고, 택배상자에 리본도 달아서 드렸지만, 이제는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에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불가능하다”며 “회사에서는 쿠팡맨을 ‘서비스’라고 이야기 하지만, 저희는 일반 택배기사와 마찬가지로 100% 배송업무만 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쿠팡 홍보팀 관계자는 “우리가 서비스라고 이야기 하는 건, 풍선을 달고, 편지를 쓰는 게 아니다. 직접고용을 통한 일괄운영 그 자체를 서비스라고 표현하는 것”이라며 “택배는 유상으로 운송되지만, 저희는 배송을 ‘서비스’차원으로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중장기적으로 노조의 규모가 확대되면, 쿠팡의 리스크는 증가될 수밖에 없다. 노조 관계자는 “쿠팡의 노조설립은 더 큰 관점에서 봐야한다. 쿠팡이 대대적인 파업에 돌입하더라도 쿠팡이 협력택배사인 KG로지스나 한진택배에 물량을 맡기면 파업의 명분이 무색해진다”며 “(택배노조는) 택배업에 종사하는 전체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연대파업도 구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쿠팡맨 A씨는 인터뷰 말미에 "회사를 입사한 이유는 쿠팡의 사업모델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한국이 쿠팡의 제국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지금도 그런 생각은 변함이 없으며, 쿠팡맨에 대한 처우만 조금 개선이 된다면, 앞으로 사업의 성장성은 더 높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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