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남미동안 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80달러에 불과했다. 경쟁선사들은 화주를 선점하기 위해 (컨테이너)10개만 실을 걸 같은 가격에 두 개 더 실어주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런 말도 안 되던 운임이 지금은 4000달러를 목전에 두고 있으니 난감할 따름이다.”
한 국제물류주선업체(포워더) 관계자는 날로 치솟고 있는 남미동안행 운임에 상당한 우려를 표했다. 올초 선사와의 연간계약으로 안정적인 운임을 확보했지만 최근 해상운임이 계속 오르면서 화물 선적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선사로선 지금이 FAK(품목 무차별 운임)화물과 같은 값비싼 화물을 유치할 수 있는 적기다보니 FOB(본선인도)화물이나 연간 계약화물 선적을 꺼릴 수밖에 없다. 물들어왔을 때 노를 젓겠다는 심산이다.
중남미항로에 선사 전성시대가 본격 도래했다. 선사들의 오랜 공급조절 노력이 드디어 빛을 보면서 선사와 화주의 공수가 교대됐다. 늘 화주에게 끌려 다니던 선사들의 기세는 갈수록 당당해지고 있다. 현재 한국발 남미동안행 서비스는 머스크라인 MSC MOL이 뭉친 ‘ASAS’, 함부르크수드 하파그로이드 NYK 현대상선 짐라인이 뭉친 ‘SEAS2’ 뿐이다. 선복할당량도 중국에 몰리다보니 한국발 선복을 구하는 건 ‘하늘에 별 따기’에 가깝다. 머스크라인의 랜섬웨어 사태도 주요 선사에 화물 선적을 몰아주는 일을 초래했다.
여기에 최근 브라질 아르헨티나를 중심으로 경기회복세가 뚜렷해지면서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한 선사 관계자는 “브라질 경기가 살아나면서 산투스와 마나우스행 물동량이 늘어나고 있고, 화물 선적이 전무했던 아르헨티나도 경기회복 탓인지 가전제품이 조금씩 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선복부족은 해상운임에서도 엿볼 수 있다. 상하이항운거래소(SSE)에 따르면 14일 상하이발 산투스행 운임은 TEU당 3762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3월 1609달러까지 급락했던 데 비하면 3~4개월 만에 운임이 2000달러 이상 뻥튀기된 격이다.
한국발 운임도 상하이지수와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선복 부족과 현지 경기회복에 따른 물동량 증가세로 7월20일 현재 TEU당 운임은 3800달러대에 육박한다. 일부 선사는 7월초 가이드 운임이 TEU당 4000달러를 넘기도 했다. 한국발 서안향 운임도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동안에 비해 서비스가 많아 운임 상승세는 덜한 편이지만 지속적으로 기본운임인상(GRI)을 시행해 TEU당 2000달러 중후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일부 선사는 시황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 8월에도 서안행에 TEU당 750달러, 동안행에 TEU당 200~500달러의 GRI에 나선다. 선사 관계자들은 중남미항로가 동·서안 모두 높은 운임을 유지하고 있고 당분간 서비스를 추가하거나 재편할 계획이 없는 만큼 GRI도 꽤 성공할 것으로 내다봤다.
소석률(선복대비 화물적재율)도 선복조정과 수요 증가에 힘입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동안은 100%를 넘어 선적이월(롤오버)되고 있고, 서안도 90%를 초과해 만선에 가까운 상황이다. 한 선사 관계자는 “7월 들어 남미동안행 소석률이 100%를 못 넘긴 게 한 두 번에 불과하다”며 “올해 남미동안을 취항하는 선사는 상당한 수익을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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