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항로를 기항하는 선사들은 선제적인 공급조절로 고운임을 누리다 최근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 상승까지 더해지면서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브라질 멕시코 등 중남미지역을 이끌어가는 양대 국가가 점진적인 경기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남미동안 항로의 성장에는 브라질 경기회복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통계조사기관 데이터마르에 따르면 아시아발 남미동안향의 올 1분기 물동량은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했다. 브라질 정부의 적극적인 외국인투자 유치 정책이 헤알화 강세로 이어지면서 소비가 회복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르헨티나의 최저임금 인상 소식이 시황 전망을 밝게할지도 지켜볼 만한 대목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정부와 노조(CGT)는 6월 중순부터 20~25%의 최저임금 인상에 나선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인플레이션이 상당해 최저임금 인상이 소비 증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영국 해운조사기관 드류리는 “남미동안향 컨테이너 물동량 흐름이 상당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스폿(현물수송)운임은 안정세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중남미향 수출물동량 증가세에 힘입어 운임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상하이항운거래소(SSE)에 따르면 9일 상하이발 산투스향 운임은 TEU당 3460달러를 기록, 1주일 전의 3424달러 대비 소폭 인상됐다. 지난 2월 중국 춘절 이후 서서히 상승한 운임은 지난달 3000달러선을 돌파했으며 이후에도 상승곡선을 유지하고 있다. 스폿운임은 물동량 상승세에 힘입어 앞으로도 강세를 띨 것으로 보인다.
한국발 운임도 남미 경기 회복세에 따른 물동량 증가세로 지난달 TEU당 3000달러선을 넘나들다 지금은 중반대까지 형성되고 있다. 한국발 서안향 운임은 멕시코 경기 회복 등 물동량 증가의 영향으로 운임이 2000달러 중반대를 밑돌고 있다. MSC가 서안에 초대형 선박을 점차 투입하고 있어 임시 중단했던 APL의 주간 서비스 재투입 여부가 시황을 가를 주요 변수로 꼽힌다. APL이 서비스를 추가하면 선복량 증대에 따른 운임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선사들은 시황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 6월 중순부터 서안향에 TEU당 750달러, 동안향에 TEU당 약 300달러의 기본운임인상(GRI)에 나섰다. 선사들은 그동안 GRI를 적용하면 곧장 떨어진 경향을 보였지만 최근에는 물량도 증가하고 있어 GRI가 대부분 성공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동안은 당분간 3000달러대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발 남미동안향 소석률(선복대비 화물적재율)은 선복조정과 수요 증가가 더해져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SSE는 “수요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일부 선사들의 선복조정 이후 평균 소석률은 95%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발 동·서안향의 소석률도 중남미 수입물동량 회복세에 힘입어 동안은 100%를 넘어 선적이월(롤오버)되고 있고, 서안도 만선에 가까운 상황이다.
한편 CMA CGM이 머스크라인의 자회사인 브라질 최대 역내선사 메르코수르를 인수키로 한 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메르코수르는 선대 4척을 운용하고 있으며 문전수송(도어투도어)과 마나우스 자유무역지대(FTZ)를 이어주는 카보타지 서비스에 강점을 보이고 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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