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정유섭 의원은 지난 2월 대기업 물류자회사들이 모기업과 계열사의 물량만 취급할 수 있도록 하는 해운법 및 물류정책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번 개정안에 대해 물류업계는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를 동시에 내고 있다. 대체적으로 2자 물류기업의 우월적 지위에 따른 횡포를 규제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를 용인하는 꼴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에 본지는 이번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정유섭 의원과 일문일답을 통해 개정안의 취지를 들어봤다.
Q. 대기업 물류자회사들이 모기업과 계열의 물량만 취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해운법 및 물류정책기본법 개정안 법안을 발의했다. 이유는?
대기업이 3자 물류를 하면서 중소 물류회사의 일감을 뺏고, 대기업의 지위를 악용해 해운사에 낮은 운임을 강요하는 식으로 시장의 질서를 어지럽혀 왔다. 개정안의 골자는 대기업 물류자회사들이 모기업 및 계열사의 물량만 취급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 7대 물류자회사는 전체 수출물동량 732만TEU의 83%에 해당하는 물동량을 취급하는 시장 지배적 우위에 있는 상황이다. 또한 같은 해 7대 물류자회사가 취급한 수출입물량 중 62%는 3자 물량이다. 사실상 일감 몰아주기로 인해 3자 물류활성화 및 물류산업 경쟁력이 심각하게 저해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대기업 일감몰아주기를 막는 해운법 및 물류정책기본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해상운송시장의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해야 우리나라의 해상수송산업이 다시 한 번 재도약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
Q. 개정안에 따른 부작용은 없을 것이라고 보나?
일부에서는 대기업의 내부거래를 인정하고 물류산업 경쟁력을 낮추는 부작용을 우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하다. 시장경쟁력 논리를 말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통해 세계일류회사를 만들자는 취지는 이해한다. 그렇다고 지금처럼 대기업 물류회사들이 시장지배적 우위를 앞세워 선사들에 운임인하를 강요하고 일방적으로 물량‧운송기간 등의 계약을 수시로 변경하는 슈퍼 갑질의 횡포를 통해 몸집을 키워나가는 것이 과연 산업경쟁력 강화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삼성전자가 세계일류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남들과 다른 기술력을 키워왔기 때문이다. UPS, DHL, FEDEX 등의 세계적인 물류회사들은 육상과 항공 등 물류수송수단을 활용해 직접 물류업무를 진행하는 반면, 우리의 대기업 물류회사들은 물류주선업에 한정되다보니 성장이 제한적이고, 운임 인하 등을 강요해 비용을 줄여 수익을 키우는 기형적인 성장방식을 택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 대기업 물류자회사 7개사 매출액을 합해도 DHL 매출의 33%에 불과하다. 3자물류 활성화를 위해서는 외국 사례와 같이 새로운 3자 물류기업 육성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Q. 의원께서 잠깐 언급한 것처럼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 면제부를 준다는 시각도 있는데, 이에 대한 입장은?
면죄부라는 말은 절대 될 수 없고, 현재 상법 및 증여세법, 공정거래법에서도 재벌기업의 일감몰아주기를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대기업 물류자회사들이 기존 규제를 회피하면서 일감몰아주기를 자행하고 있다. 예를 들면 증여세를 내지 않기 위해 관계사의 매출 일부만 반영되도록 계열관계를 정리한다던지, 공정거래법 적용을 회피하기 위해 특수관계인의 주식지분율을 30% 이하로 조정하고 있다. 이러한 법을 회피해가며 일감을 몰아주는 현실부터 개선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 같고, 이 개정안이 통과된다고 해서 3자물류시장의 경쟁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대규모기업집단의 힘을 가져오는 것을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시장의 작위적 개입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데, 현재 헌법과 공정거래법에서 공정경쟁 조성을 위해 허용하고 있고, 대기업으로부터 중소 물류주선사들을 보호한다는 취지가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등하고 공정한 위치에서 경쟁하는 구조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이는 우리가 골목상권 붕괴를 막고 동등한 경쟁을 하기 위해 대형마트의 진입에 대해 규제를 만든 유통산업발전법과 비슷한 취지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Q. 2자물류기업, 3자물류기업에 대한 정의가 애매하다는 의견도 있다. 의원께서 보시는 2자물류와 3자물류의 정의는 무엇인지?
3자 물류는 물류정책기본법에 정의한 것을 보면 화주가 그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특수관계에 있지 아니한 물류기업에 물류활동의 일부 또는 전부를 위탁하는 것이라 돼 있다. 문제는 2자 물류에 대한 용어개념 정의가 명시돼 있지 않아 애매하다는 의견이 있다. 명확한 것은 화주인 대기업이 생산한 제품을 같은 계열의 물류자회사의 시설과 장비, 인력 등을 사용하여 물류활동을 벌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명확할 것 같다.
Q. 글로벌 물류기업 육성 관점에서 보면, 이번에 발의된 개정안은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한 의견은?
이 법은 해상운송시장의 공정한 경쟁시장을 조성해 3자 물류 시장을 더욱 활성화하자는 것이다. 이것이 글로벌 물류기업을 막는다는 시각은 예전의 몸집 키우기를 통해 세계적인 기업을 만들자는 구시대적인 사고가 아닐 수 없으며, 대기업 물류회사들이 자신들의 잘못을 면피하기 위함이 아닐 수 없다. 운임인하를 강요하고 운송계약에 있어 갑질과 횡포를 일삼으면서 몸집만 키운다는 것이 과연 글로벌 물류기업을 육성하는 길인지 의문이 든다. 세계적인 물류회사들은 태생부터 3자물류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규모를 확장해 왔다. 특히 DHL은 1969년에 미국에서 설립돼 전세계로 서비스를 확대하면서 성장했으며, 1998년 독일우체국이 인수하면서 글로벌물류기업으로 성장했다. 우리나라 대기업 물류회사들은 물류주선업에만 집중하고 있는데, 세계적인 물류기업들처럼 육상 및 항공 등 물류수송 수단을 활용해 직접 물류업무를 진행하는 체질개선이 우선돼야 한다. 또한 4차 산업혁명에 있어서도 해상운송시장에 ICT를 활용하는 융복합 기술개발에 뛰어들어야 할 때다.
Q. 한편 인천에 해사법원을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근거는?
우리나라는 2015년 국제해사기구(IMO) 사무총장과 북태평양해양수산위원회 사무국장에 한국인이 당선되는 등 해양강국의 국제적 위상이 한층 더 높아졌지만, 국내에 전문해사법원이 없어 대부분의 해사법률분쟁을 영국, 싱가포르 등 외국의 중재제도나 재판에 의존, 연간 3천억원대의 소송비용이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 그래서 지난 3월 ‘법원조직법’을 개정해 ▲해사법원을 설립하고 ▲해상·선박에서 발생하는 분쟁·사고에 따른 민사사건 및 해사행정청의 행정처분 사건에 대한 소송 및 항소심을 담당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사실 이 움직임은 부산 정치권이 해사법원을 부산에 추진하자는 움직임이 올해 초부터 대두됐는데 이는 합리적인 고민이 없어 정치적으로 선심성 공약이 아닐 수 없다. 국내 연간 600여건의 해사사건 중 400~500여건이 서울 등 수도권에서 이뤄지는데 반해 한 해 100여건의 해사사건이 이뤄지는 부산에 해사법원을 두는 것은 효율성이나 현실성 측면에서 떨어진다. 반면 인천은 인천국제공항이 위치해 국제분쟁의 성격을 띠는 해사사건 특성상 지리적·교통적으로 가장 적합하며 한국의 최대교역국인 중국 물동량 전체의 60%를 인천항이 담당해 해사법원 소재지로 인천이 최적지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인천에 해사법원을 설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