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3-02 09:32

시선/ 철도물류, 백년대계를 생각한다면···

새해벽두에 낯선 번호로부터 걸려온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물류업계 종사자라고 자신을 밝힌 발신자는 철도물류에 관한 소식을 들려주었다.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이 새해부터 수익창출을 최고 가치로 두는 경영 효율화 정책을 추진한다는 내용이었다. 제보자는 철도물류가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됐다며 코레일의 정책에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제보 받은 내용을 토대로 취재를 진행한 결과, 새해 들어 철도물류업계에서는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적자역·노선 운행 중단, 입환 인력 외주화, 위험물 운송료 인상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졌다.

코레일이 이 같은 행보를 보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철도 공기업은 물류 부문에서 수년째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2015년 화물 부문 영업이익은 -2258억원에 달했다. 3437억원의 영업흑자를 일군 여객과 대조된 결과다. 정부의 공익서비스(PSO·Public Service Obligation) 보조금 삭감도 코레일이 화물 부문 구조조정 조치를 취한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코레일이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보조금은 2016년 3538억원으로 2013년 5372억원 대비 34.1% 감소했다. 올해 보조금은 이보다 더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코레일의 적자 탈출 선결과제로 ‘인건비 절감’을 꼽고 있다. 일각에서는 1인 승무제 도입과 인력 외주화, 물류 부문 독립 등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여객과 달리 1회 운행 시 6명이 투입되는 화물열차의 인력투입이 시급히 재조정돼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한진해운 법정관리는 국내 해운물류업계의 최대 빅이슈였다. 1990년대 세계 3대 선사로 활약했던 해운사는 지난달 법원으로부터 사형선고를 받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철도물류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2012년 최대치를 찍었던 철도 컨테이너 수송량(113만8천TEU)은 이후 4년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철도파업과 유가하락 등이 진행된 탓에 화주들은 육로로 눈을 돌렸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2020년에는 컨테이너 수송량이 2012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와 경영진의 오판으로 세계 7위 선사가 무너졌듯이 철도물류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철도물류를 활성화하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물류 부문에서 흑자를 내기 위한 코레일의 노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게 아니다. 그렇더라도 노선을 줄이고 운임을 올리는 식의 철도물류 정책은 앞날을 더욱 어둡게 할 뿐이란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뒷걸음치고 있는 철도물류를 활성화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 방향은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코레일에 무조건적인 재무 건전성을 요구하기에 앞서 적자가 날 수 밖에 없는 철도물류의 근원적인 문제를 파악하고 효과적인 대안 물류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책을 수립해 나가야 한다. 대량 수송이 가능한 친환경 물류 운송수단이라는 장점을 토대로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것도 방안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물류기업과 화주들은 하나 같이 철도물류의 앞날에 대해 걱정하는 분위기다. ‘역대 최장기’ 파업으로 몸살을 앓았던 터라 철도물류를 외면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로부터 재무개선을 요구받는 코레일은 이러한 우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수익이 나지 않는 부분을 하나둘 없애고 있다. 정부와 코레일은 지금이야말로 철도물류의 중요성에 대해 깊이 공감하고 앞을 내다보는 계획을 세우길 기대해본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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