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해운의 가장 큰 약점은 ‘오너 리스크’라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24일 해운물류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성결대학교 한종길 교수는 “한진해운 사태로 알다시피 우리나라 해운업의 문제점은 오너 리스크에서 비롯된다”며 “오너의 일방적인 독주를 막아야 위기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교수는 ‘오너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해법으로 일본의 사례를 들었다. 일본처럼 주주 구성을 해운 조선 화주 금융 등으로 변화시켜 과당경쟁을 막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우리나라도 해운 조선 금융 화주군을 컨소시엄 형태로 결성시켜 오너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또 북방이 아닌 남방물류에 관한 정부의 정책이 지속적으로 나와야 한다고 제시했다. 북방물류를 지나치게 강조하다보니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차기 시장 선점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끝으로 그는 해운·조선의 통합·관리와 항만·해운의 연계를 통해 수요공급 창출과 환적화물 유치를 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해운과 조선의 관리체계를 일원화해 친환경선박, LNG선 등의 신조선을 자국에서 건조·수송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해운항만정책, 물량이 아닌 부가가치 창출에 힘써야”
“우리나라 해운업이 왜 이번에 문제가 생겼느냐. 그건 관계당국이 선복량과 항만 물동량에만 올인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해운·항만정책이 앞으로는 선복량·물량을 늘리기보다는 부가가치와 수익창출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해양수산부 엄기두 국장은 이날 주제발표를 통해 “해운과 조선, 항만 등 어느 한 쪽에 치우치기보다는 연계 성장을 통해 매출과 부가가치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엄 국장은 우리나라의 해운항만정책이 지역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거주민들의 소득과 복지를 높이는 정책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복량과 항만 물량이 많고 적음에 중점을 두는데 큰 의미가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세계 1위 환적 항만인 싱가포르항이 수년 내 10위 밖으로 밀려나갈 것으로 예측했다. 인접국인 말레이시아 탄중펠레파스항 등의 성장으로 환적 물량이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제조업으로 기틀을 다져 놓은 국가가 SOC(사회간접자본)에 투자하면 결국 인근 항만에 환적을 진행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다.
해운정책에서는 KSA(코리아쉬핑얼라이언스·가칭) 결성이 상당 부분 진행되고 있다는 내용이 나왔다. 엄 국장은 중복 항로를 조정하고 신규항로를 개척해 선박을 투입하는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 그는 한국형 선주·조선·화주가 상호협력하는 상생펀드 설립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KSA와 항만공사, 하역사 등이 참여하는 한국글로벌터미널운영사(KGTO) 육성의 단계별 방안도 거론됐다.
그는 항만정책으로 물동량이 증가하고 있는 전 세계 항만을 대상으로 항만운영기업이 진출해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GTO 육성 1단계로는 부산항 터미널 및 한진해운·현대상선의 매각 물류시설을 재확보하는 것이다. 2단계는 베트남·인도 등 신흥성장국가의 물류시설을, 3단계는 국적선사가 기항하는 해외 항만 터미널 등의 인프라 인수를 핵심으로 하고 있다. 이밖에 부산북항과 인천내항 등 항만운영사간 통합 추진도 항만 정책방안 중 하나로 꼽혔다.
해운산업 지원에 대한 시그널을 정부가 명확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진해운이 무너진 이후 원양선사 육성에 대해 정부가 확실한 방향을 설정하고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김태일 연구원
(사진)은 “원양 대형선사를 유치하려면 그 프로그램에 맞게 육성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며 “원양선사라면 얼라이언스 내에서 어느 정도의 발언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동남아를 오가는 컨테이너 물동량이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중소 컨테이너선사의 외형 역시 예전에 비해 확대됐다. 김 연구원은 “한국해운의 장점은 중견 및 중소 컨테이너선사의 네트워크”라며 “아시아 시장은 커지고 미주 물량은 감소할 것으로 보여 정부가 어떤 선사로 육성할 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한국해운이 정부의 잘못으로만 벌어졌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공동의 책임이 있었다”며 “리스크 관리를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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