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항로는 중국 춘절(중국 설) 이후 공황상태에 가깝다. 취항 선사들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시장이 일찌감치 반응을 보였다거나 춘절 전 물량 밀어내기가 끝나면서 비수기에 접어들었다는 의견 등을 내놓고 있다.
중남미항로는 춘절 이후 한동안 비수기에 접어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올해는 춘절이 일찍 찾아오면서 뒤따르는 시장 소강상태도 빨라졌다는 분석이다. 실제 2월 이 항로 운임은 전월대비 크게 하락했고 소석률(선복대비 화물적재율)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선사 관계자들은 1월에 밀어내기 물량이 몰리면서 3월에도 선복이 남아돌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트럼프 리스크도 무시할 수 없다. 멕시코를 비롯한 남미 서안향 자동차 반조립제품(CKD)과 부품 수출이 큰 폭으로 줄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멕시코산 완성차의 수입 관세를 높이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2월 중남미항로 운임은 동·서안 모두 큰 폭으로 하락했다. 중국 상하이항운거래소에 따르면, 상하이발 브라질 산투스향 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2월3일 1982달러, 2월10일 1960달러를 기록했다. 지난달 최고치인 2707달러 대비 약 800달러가 증발했다.
한국 시장도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다. 한국발 남미 동안 운임은 2000달러 전후에 거래되고 있다. 멕시코를 비롯한 남미 서안의 상황은 심각하다. 선박 대형화에 따른 공급과잉에도 지난달 2000달러 선을 유지했지만 지금은 1000달러 초반까지 내려왔다. 수요부진이 이어지면 머지않아 1000달러의 벽도 무너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일부 선사들은 운임하락을 막기 위해 기본운임인상(GRI)을 시행한다. 다음달 초중순께 TEU당 500~750달러가 적용될 예정이다.
수출물동량은 중남미 국가들의 경기회복이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약세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상하이거래소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남미 국가들의 경제가 회복되지 않고 있어 수요가 많지 않다”며 “일부 선사들은 선복 할당량을 제한하고 스폿운임까지 내렸지만 화물량이 일정했다”고 밝혔다.
소석률은 선사마다 편차가 있었지만 동안과 서안 모두 80~95% 수준을 유지했다. 선사들은 물량밀어내기 효과가 사라지자 연휴 직후 동·서안에 한두 차례 블랭크세일링(임시결항)을 시행하기도 했다.
향후 중남미항로는 큰 변화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4월께 예정된 전략적 해운제휴그룹(얼라이언스) 재편의 영향으로 선박의 전환배치(캐스케이딩)가 가시화되고 있다. 선사들이 미주 구주를 중심으로 선대를 조정하면 중남미에도 대형 선박이 추가 배치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머스크라인의 함부르크수드 인수도 눈여겨 볼 만하다. 영국 로이즈리스트에 따르면 머스크는 함부르크수드를 올해 인수하더라도 기존의 남미서비스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함부르크수드와 노선이 상당부분 겹쳐 독과점 규제를 피하기 위해선 서비스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머스크라인은 MSC MOL과 함께 동안에서 하나의 노선을 운영하고 있다. 함부르크수드는 하파그로이드 UASC NYK 짐라인 현대상선과 하나의 루프를 이루고 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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