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배달 전성시대다. 인터넷 초창기 온‧오프라인을 연동한 클릭앤모타르(Click&Mortar) 기반의 비즈니스는 2000년대 후반 스마트폰의 확산으로 O2O(Online to Offline) 형태로 진화됐다. 이는 공급 중심이 아닌 수요자 중심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온디맨드(On Demand)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가져왔다. 이제 소비자는 간편하게 버튼 하나만 누르면 자신이 원하는 서비스를 저렴한 비용으로 언제 어디서나 제공받게 됐다. 향후 O2O 비즈니스는 스마트폰을 뛰어넘어 사물인터넷(IoT)과 결합해 다양한 디바이스, 환경에서 고객이 원하는 니즈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일상생활을 더욱 편리하게 하는 형태로 진화될 전망이다.
공급자가 온디맨드 서비스를 수행하기 위해 가장 초점을 둬야하는 부분이 ‘배달’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배달’의 영역은 택배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다. 하지만 오늘날 수요자 중심의 온디맨드 서비스의 확산으로 ‘라스트마일(말단배송)’은 기업의 중요한 핵심가치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배송서비스의 다각화가 제기되고, 배송사원에 대한 교육과 이들에 대한 처우개선 및 관련법 정비도 논의되는 상태다.
▲소셜커머스 3사 네이버 트렌드 검색어 조회 현황
최근 몇 년 사이 가파른 성장을 일궈온 쿠팡 역시 ‘로켓배송’을 통해 고객을 접점에서 만나는 배달원(쿠팡맨)들에 대한 처우개선으로 배송품질을 개선했다. ‘네이버 트렌드’를 통해 쿠팡, 위메프, 티몬, 11번가, G마켓, 옥션 등에 대한 검색어 트렌드를 조회해보면, 올해 1년간 쿠팡의 검색어 조회가 압도적으로 높다. 소셜커머스를 넘어 이제는 오픈마켓 전체를 장악하는 모양새다. 예상컨대 올해 쿠팡의 매출액은 또 다시 최고치를 경신하지 않을까 싶다.
▲바로고 전략기획본부 승영욱 본부장
바로고, 새로운 물동량을 창출하다
최근 ‘온디맨드 서비스’는 물류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올해는 단연 이륜자동차 기반 배달대행업체 ‘바로고’의 활약이 눈에 띄었다. 바로고는 SPC그룹과 본사 대 본사 제휴를 체결하면서 기존에 배송이 되지 않던 파리바게뜨, 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넛츠 등의 전국 5400여개 매장에 대해 프리미엄 배송 서비스를 대행하고 있다. 덧붙여 스무디킹, KFC, Natuur, 크리스챤 디올, KT, 홈플러스 등과도 본사 대 본사 계약을 맺고 전국 단위 배송을 대행하고 있다. 11월 기준, 바로고는 전국 200개 지사, 1만3000명의 배달 인력을 갖추고 있으며, 당일배송은 물론 평균 34분 내 배송을 완료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 상태다. 배송료도 ‘2km 이내 4500원, 추가 1km 당 1000원’으로 다른 업체들보다 저렴하다는 평가다. 현재 직영점은 4개에 그치나, 향후 전국단위로 직영점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바로고는 근거리 배달을 핵심 사업모델로 전국에 걸친 네트워크를 형성해 공격적인 영업을 벌이고 있다. 최근 별도의 법인영업팀을 꾸려 기존에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던 프랜차이즈업체와 제휴를 맺고 있다. 지난 9일 ㈜놀부와 전략적 업무 협약을 체결한 것도 그 가운데 하나다. 놀부의 배달 서비스 경쟁력 및 매출 증대 강화라는 부분과 바로고의 기업간 거래(B2B) 사업 공략이라는 부분이 서로 부합돼 협력이 이뤄진 것. 놀부는 바로고와의 제휴로 고객들은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놀부보쌈, 놀부부대찌개&철판구이, 놀부옛날통닭, 공수간 등 놀부의 다양한 메뉴를 어디서나 더욱 손쉽게 취식할 수 있게 됐다. 나아가 양사는 향후 놀부의 다양한 메뉴를 활용한 프로모션, 광고 등의 마케팅 활동을 함께 하는 등 협업을 강화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바로고 전략기획본부 승영욱 본부장은 최근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바로고의 사업모델은 ‘우버러시(Uber Rush)’를 벤치마킹 했다고 밝혔다. 우버러시는 차량, 자전거, 도보 등 다양한 배송 형태로 비즈니스 가맹점을 위한 배송서비스다. 우버는 뉴욕에서 자전거와 도보로 배달하는 인력을 배치했고, 시카고에서는 차량과 자전거 배달원을 혼합 배치했다. 결국 바로고 사업 역시 향후 ‘공유경제’를 비롯해 다양한 형태로 폭넓게 열려있는 셈이다.
▲승영욱 본부장이 배달시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승영욱 본부장은 “한국시장은 소비자가 배달료를 지불하는 게 아니라, 사업자가 돈을 지불하는 형태다. 다들 B2B 시장이 작다고 하지만, 저희가 집계한 자료를 보면 약 16~17조까지 볼 수 있는 큰 시장이다”며 “바로고의 한 달 평균 배송건수는 120만건인데, 이는 전체 2% 정도에 불과하다. 앞으로 성장성은 더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바로고는 기존 스타트업이 브랜드를 만들어 투자유치를 받아 사업을 확장하는 것과 달리, 전국 단위 인프라를 먼저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B2B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바로고의 전략이 먹혀든 셈이다. 사업시작 2년 만에 굵직한 대기업들과 제휴를 맺으며 시장에서 브랜드 가치를 높여나가고 있다. 승 본부장에 따르면 바로고는 매월 두 자릿수의 높은 성장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이 시장의 선진화를 위해 수수료도 대폭 내렸다.
승 본부장은 “올해 1월 리브랜드 이후 기존 택배기업, 해외직구 등 정말 다양한 업종의 다양한 기업으로부터 제휴 요청이 온다”며 “저희 입장에서 좋은 ‘콜(주문)’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 과제다. 배송기사가 더 좋은 조건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좋은 브랜드를 만드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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