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 관계자들은 중남미항로가 연말까지 소강상태에 접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화주와 포워더는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화물이 늦지 않게 도착할 수 있도록 10월 말부터 11월 초중순까지 선사들의 문을 바삐 두드렸다. 카톨릭 신앙이 독실한 남미 국가 대다수가 크리스마스와 신년 휴가를 길게 보내기 때문에 연휴 전 소비가 가장 활발하다. 통상 40일 이상 소요되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동안행 해상수송은 11월 초 밀어내기가 정점을 찍었다.
11월 초에 부산항에서 출항하더라도 12월 중순이 돼서야 도착하기 때문이다. 서안은 수송기간이 동안 대비 절반에 불과해 11월 중순까지 물량이 몰렸지만 역시 연휴가 발목을 잡았다. 연휴 전 화물이 부두에 도착해도 문제는 남아있다. 바로 중남미 국가들의 통관 및 부두 처리작업 문제다. 작은 오류에도 민감하게 대응해 처리 과정이 무한정 미뤄질 수도 있다. 화물이 연휴 전에 도착해도 소용이 없는 것이다.
선사 관계자들은 중남미시장이 11월 중순부터 연휴 문제로 당분간 소강상태에 접어들다 12월 말부터 막바지 밀어내기 물량이 한 차례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연말 밀어내기 물량은 도착일 기준 연휴를 피할 수 있는 데다, 국내 기업의 수출실적 쌓기에도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운임은 막바지 열기를 반영했다. 중국 상하이항운거래소의 11월4일 상하이발 브라질 산투스행 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2673달러를 기록해 전주 대비 1.7% 하락했지만, 11월11일 운임은 2908달러를 찍었다. 중국 국경절 연휴 직후부터 운임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추세다. 수요는 조금씩 줄어들고 있지만 선복이 부족한 탓에 운임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상하이항운거래소는 “화물량이 확실히 늘었고, 선복량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탓에 수급상황은 괜찮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다”며 “향후 어떤 요소로 인해 운임의 등락이 결정될 수도 있지만, 결국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선사들은 11월15일부터 동안에서 TEU당 750달러, 40피트 컨테이너(FEU)당 1000~1500달러, 서안에서 TEU당 500달러, FEU당 1000달러의 기본운임인상(GRI)을 시도했다. 운임 인상이 쉽지 않은 서안은 12월1일에도 추가 GRI에 들어간다.
동안 운임은 대부분 선사들이 GRI를 적용하면서 TEU와 FEU 할 것 없이 3000달러 초반대까지 치고 올랐다. 1만TEU급 선박 보편화로 선사들이 40피트 컨테이너 영업에 적극 나서면서 TEU와의 운임 격차가 줄어드는 형편이다.
서안의 경우 TEU당 2000달러 초반대를 넘나들고 있다. 동안과 서안의 GRI 효과는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선사 관계자들은 “남미 동안은 배정받은 선복 할당량이 점차 줄어들어 오른 운임이 유지될 것”이라고 기대한 반면 “서안은 끊임없이 GRI를 시도하고 있지만 경쟁 노선이 많아 운임 회복이 쉽지 않다”고 전했다.
소석률(선복대비 화물적재율)의 경우 남미 동안은 100%에 가까웠고, 서안은 90~95%대를 기록했다. 선사 관계자들은 만재에 가까운 소석률에도 불구하고 마냥 기뻐하지 않았다. 화물 수요가 점진적으로 위축되고 있는 데다, 중국발 물량이 많아 한국시장 선복 할당량도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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