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무역항이자 동북아 중심항으로 부상하고 있는 부산항이 최근 크루즈 관광객 모시기에 분주하다.
해양도시인 부산의 특성상 해운항만물류업이 지역을 대표하는 산업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이제는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편리한 접근성을 무기로 해양관광산업을 지역 내 핵심 성장동력으로 삼고 관련 산업 활성화에 매우 적극적인 모습이다.
무엇보다도 지난해 8월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 개장을 계기로 부산을 찾는 크루즈 선박이 급증하고 있어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경제에 큰 활력을 주고 있다. 특히 기존의 기항지로서 잠시 머물던 곳을 벗어나 부산항을 모항으로 삼고 정기운항을 시작한 몰타 국적의 7만2000t급 < 스카이씨 골든 에라 >호 유치에 성공하며 지역 관광산업 활성화에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
즉 크루즈 모항은 일반 크루즈선 방문에 비해 부산항에서 크루즈선을 타고 출발함으로서 자연스레 승객들이 부산 시내에서 관광 및 쇼핑, 숙식을 함께 하게 됨에 따라 기존의 관광 등의 목적으로 잠시 들르는 기항에 비해 경제적 파급효과가 약 3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최근 크루즈선의 모항 유치 경쟁이 무척이나 뜨겁다.
▲ 부산항을 방문한 코스타크루즈사의 7만5000t급 < 코스타빅토리아 >호 |
크루즈 관광객 7년간 16배 증가
지난해 부산항만공사(BPA)에 따르면 부산항을 찾는 크루즈 관광객은 지난 7년간 1만4000여명에서 24만5000여명으로 약 16배 증가했다. 올해는 성장세가 급증해 지난해(71척, 16만2000명 방문·메르스 확산 여파로 2014년 대비 큰 폭 감소)보다 약 3배 가까이 증가한 226회 입항에 승객도 40만명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관광객 방문 외에 관련 항만부대산업의 발전 효과도 충분히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선박용 선용품 및 식품, 관광업, 운송업, 급유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까지는 수많은 크루즈선이 부산항을 방문했지만 불과 반나절 정박에 불과해 이들 관련 산업에서의 효과는 미미했다.
이와 관련해 김영득 (사)한국선용품산업협회장은 “과거 단순한 선박기항지나 무역항으로서의 부산항은 더 이상 큰 폭의 성장세를 이룰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기에 이제는 해양관광산업을 필두로 항만부대 서비스산업의 활성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고 “현재 연 7천억원 규모의 시장에서 2조원대 시장으로 키워나가는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산항의 고부가가치화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산업이기 때문에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부산항을 찾는 크루즈선의 급증과 관련 산업의 활성화가 기대되는 가운데, 지난 7일 BPA는 외국적선사들을 대상으로 내년도 기항 신청을 받은 결과 올해보다 약 50척 많은 280척에 달했다고 밝혔다.
크루즈선의 기항 신청이 급증한 이유는 노르웨지안크루즈(NCL)와 스타크루즈(SC) 등 동북아시아 시장에 첫 진출하는 선사들이 최대 16만t급 선박을 투입하고, 프린세스크루즈가 15만t급 선박을 추가로 운항하기로 하는 등 선박 자체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노르웨지안크루즈는 현재 건조 중인 16만4000t급 < 조이 >호를 내년 7월22일부터 부산항 방문을 시작으로 연 8회 기항할 것으로 알려졌다.
< 조이 >호는 최대 승객정원이 4000여명에 달하는 초대형 크루즈선이다. 또 < 조이 >호를 비롯해 내년에 부산을 첫 기항하는 크루즈선은 스타크루즈사의 슈퍼스타 < 버고 >호(7만5000t급), 코스타크루즈의 < 네오로만티카 >호(5만3000t급) 등 5척에 달해 부산항은 연일 해외 크루즈선으로 붐빌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연간 280여척의 크루즈선이 부산항을 기항하며 하루에 2척이 동시에 찾는 날이 50일, 3척이 동시에 접안하는 날도 15일이나 돼 평소 컨테이너선으로 붐비던 부산항에서 초호화 크루즈선으로 가득한 진귀한 광경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지난 8일에는 10만t급 크루즈선 < 골든 프린세스 >호가 처음으로 부산항을 찾았다. 세계 최대 크루즈선사인 카니발크루즈 그룹의 배로서 이날 부산항을 첫 기항한 의미가 매우 컸다. 바로 크루즈 관광객 약 3600명 가운데 1200명이 부산과 경주를 관광하고 그 지역에서 숙박했다. 기존 단순관광에서 그치지 않고 체류형 관광을 접목한 첫 사례라 지역 관광업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그동안 부산항을 찾은 크루즈 관광객들은 촉박한 일정 탓에 천편일률적으로 시내 면세점 쇼핑이나 몇 군데 지역 관광지 구경에 불과했으나 이번 체류형 관광을 통해 부산의 다양한 지역을 여유있게 돌아 본 첫 계기가 된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관광객의 방문이 늘어갈수록 여러 문제점 역시 나타나고 있어 조속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무엇보다도 이들 승객들의 빠른 입국수속을 위한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약 3천~4천명의 승객이 탑승한 크루즈선 3척이 동시에 접안할 경우 최대 1만명에 달하는 승객이 입국심사를 받아야해 상황에 따라서는 입국하는데 훨씬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부족한 관광 인프라 개선과 이들 외국인들의 눈높이에 맞춘 관광지 개발 및 먹거리 마련 등이 반드시 뒤따라야 일회성 관광이 아닌 다시 찾는 부산관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BPA 우예종 사장은 “부산시와 BPA는 천혜의 해양도시로서 부산항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려 더 많은 크루즈선과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항비 감면 및 인센티브 제공과 관련 인프라 지속확충으로 부산항 크루즈 산업의 활성화에 적극 앞장서 나가겠다”고 밝혔다.
< 부산=김진우 기자 jw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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