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구입한 옷이 택배를 통해 도착한다. 택배 상자를 뜯고 비닐을 뜯어 쓰레기통에 버리고 옷이 제대로 왔는지 하자는 없는지 꼼꼼히 확인한다. 옷은 고객의 손에 무사히 전달됐다. 그렇다면 상자와 비닐은 누구의 손에 들어가게 될까? 그리고 1년 뒤 다 헤져 쓰레기통에 버려진 옷은 어디로 가게 될까? 아마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물건을 버리고 난 후의 과정은 생각해 본 적 없었을 것이다. 우리가 ‘쓰레기’라고 부르는 물건들의 마지막 종착지는 어디가 될지 새삼 궁금해진다.
KBS에서는 ‘세상의 모든 다큐(매주 수요일 0시 35분 방영)’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세계의 우수한 다큐멘터리를 소개하고 있다. 본 프로그램에서는 지난 2월 3일부터 17일까지 BBC에서 2015년에 제작/배급한 ‘쓰레기와의 전쟁(원제: WASTEMAN)’을 방영했다. 이번 다큐멘터리는 총 3부작으로 구성되어 영국의 한 도시인 뉴캐슬(Newcastle)를 배경으로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전문가들의 모습을 화면에 담았다. 본지에서는 다큐멘터리 ‘쓰레기와의 전쟁’을 통해 우리가 버린 쓰레기들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살펴본다.
영국에서는 한시간 당 나오는 쓰레기는 5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로열 앨버트 홀(Royal Albert Hall)을 가득 채울 정도라고 한다. 뉴캐슬에서 일주일 동안 수거되는 쓰레기는 무려 1200톤에 이른다. 쓰레기를 매립할 경우에는 1톤 당 80파운드(약 14만원)를 지불해야 한다. 1200톤을 모두 매립하려면 9만6000파운드(약 1억 6855만원)를 지불해야하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뉴캐슬 뿐만이 아니라 영국 전체가 매립비용을 줄이기 위해 그야말로 쓰레기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모든 것은 쓰레기 수거에서부터
뉴캐슬에서 쓰레기는 수거팀·특별수거팀·가택정리팀의 손을 통해 수거된다. 각 가정에서는 일반 쓰레기는 녹색통에 버리고 재활용이 가능한 쓰레기는 파란통에 분류해서 버린다. 이렇게 통에 담긴 쓰레기는 수거팀의 손을 통해 쓰레기차에 담긴다. 하지만 분리수거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어 수거팀의 직원들이 애를 먹고 있다. 통에 담기지 않고 길거리에 놓여진 쓰레기들은 안전상의 이유로 특별수거팀이 수거하게 된다. 가택정리팀은 세입자들이 나가고 난 후 빈 집에 남은 쓰레기들을 수거하는 일을 담당한다.
꼼꼼하게 품목 별로 분류해 재활용률
이렇게 모인 쓰레기들은 바이커 폐기물 처리공장으로 옮겨진다. 바이커 폐기물 처리공장은 기계화가 완전히 이뤄져 있기 때문에 매주 1200톤이 넘는 쓰레기를 분류함에도 불구하고 이 곳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20명 남짓이다. 이 곳에서 쓰레기는 다음과 같은 분류 과정을 거친다. 먼저 쓰레기봉투를 파쇄한 후 컨베이어 벨트로 옮긴다. 그 후 분쇄기를 통해 음식물 쓰레기를 분류한다. 그 다음에는 거대 자석을 이용해 남아있는 금속들을 분류한다. 이 과정을 거치면 종이, 플라스틱, 천 등이 남는다. 결과적으로 바이커에 오는 쓰레기의 20%만이 매립지로 향하고 80%가 재활용된다. 종이, 플라스틱, 천 등 재활용이 가능한 쓰레기는 교외에 위치한 오브라인즈의 재활용 분류 센터로 보내진다. 기계화된 바이커 폐기물 처리 공장과 달리 이 곳에서는 품목을 분류하기 위해 사람의 힘을 빌린다. 직원 한 명이 한 가지 품목을 담당해 컨베이어 벨트 위로 지나가는 품목을 빼내는 방식으로 분리수거가 이뤄진다. 판지, 플라스틱, 깡통 등 품목에 따라 분류된 쓰레기들은 비닐로 래핑해 뭉쳐진다.
쓰레기 가치의 재발견
뭉쳐진 이 쓰레기들의 다음 행선지는 다름아닌 스웨덴이다. 스웨덴으로 수출된 이 쓰레기 뭉치는 고형연료로 만들어져 전기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 바이커 폐기물 공장에서 걸러진 음식물 쓰레기들은 퇴비공장으로 보내져 퇴비로 다시 탄생한다. 나무를 음식물 쓰레기와 섞은 후 밀폐 공간에 넣어 음식물이 분해되기를 기다린다. 살모넬라와 같은 균들을 죽이기 위해 위생화 작업도 마친 후 조금 더 기다리면 퇴비가 완성된다. 퇴비는 노천 채굴 지역 등에 뿌려져 토지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가전제품, 차량 등의 경우는 노팅엄(Nottingham)지역으로 보내져 스테인리스, 펌프, 열펌프, 타이어 등 부품으로 분해되어 재판매된다. 오일과 휘발유도 재사용된다. 남은 금속들은 종류별로 모여 제련공장으로 재판매된다. 노팅엄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쓰레기를 버리면 끝이라 생각하지만 그건 시작일 뿐”이라며 “자동차나 세탁기는 물론 무엇이로든 다시 탄생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바이커 폐기물 공장에서는 매립비용을 줄이기 위해 재활용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쓰레기를 수거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것들 중 품질이 괜찮은 것들을 모아 주민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퀵보드, 골프채, 접시, 옛날 광고판, 블라인드, 장식품, 쇼파 등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물건을 찾아볼 수 있다.
英, 불법 투기 막기 위해 무관용 정책 펼쳐
영국은 2020년까지 가정용 쓰레기의 50%를 재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강경정책을 시행하는 한편 시민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쓰레기 불법 투기를 환경 범죄로 인식하고 그에 따라 환경 범죄팀을 신설했다. 환경 범죄팀에서는 길에 버려진 쓰레기들을 면밀히 살펴 영수증 등 개인 정보가 적힌 증거들을 토대로 쓰레기의 주인을 찾아내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또 감시카메라를 이용해 쓰레기의 주인을 찾아내 법원에 기소하는 등 무관용 정책을 펼치고 있다. 영국은 최종적으로 모든 쓰레기를 재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 시민들이 분리수거를 철저히 하고 불법 투기를 하지 않도록 여러 방면에서 노력하고 있다. 비닐봉지, 플라스틱 포장지, 병뚜껑처럼 너무도 사소해서 아무런 가치조차 없어 보이는 쓰레기일지라도 그 작은 것들이 모인다면 매립지를 가득 채울 수도 있고 고형연료로 다시 태어나 전기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그 선택의 갈림길에는 바로 우리들에게 달려있다.
< 임수민 대학생기자 lsm0305@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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