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품을 팔며 다양한 고객과 만나는 물류회사의 영업사원.
해상 육상 항공을 총 망라하는 물류에서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겪은 영업맨들에겐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흘러넘친다.
본지는 물류 영업사원의 경험을 토대로 다양한 물류현장의 모습을 한 꺼풀씩 벗겨낸 연재를 시작한다.
‘일촉즉발’의 ‘황당무계’한 ‘사건사고’가 넘쳐나는 물류회사에서 살아남아
여전히 어디에선가 고객을 만나고 있을 영업사원, 지금부터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매년 운송 계약시즌이 되면 선사와 포워딩 업체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기존 고객사는 물론 신규 고객사의 입찰이 동시에 진행되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 거래처의 계약을 유지하고 신규 고객사를 끌어오기 위해 영업사원들은 밤늦은 시간까지 전략을 구상하고, 경쟁사보다 높은 우위를 점령하기 위해 혈안이 되기도 한다.
멍대리는 거의 6개월간 영업에 공들였던 ‘A’고객사 물류담당자의 전화를 받고 크게 낙담했다.
“성과장님! 어떻게 이럴 수가 있습니까? 공개입찰은 공정해야 되잖아요. 정말 경쟁력 있게 가격을 제출했는데 왜 저희가 신규 진입을 못 하게 됐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제가 A고객사 물류담당자에게 투자한 노력이 어느 정도였는지 모르시죠? 매주 전화하고, 수시로 찾아 가고, 밥도 같이 먹고, 지난번 다리를 다쳤다고 했을 때는 병원에 찾아가기도 했었는데…… 다 필요 없나 봅니다.” 멍대리는 A고객사 물류담당에 대한 불만을 연신 성과장 앞에서 쏟아냈다.
멍대리의 푸념을 지긋이 지켜보던 성과장이 말했다. “멍대리, 우리 옥상에 가서 커피한잔 할까?” 겨울바람이 조금은 차갑게 느껴졌지만 멍대리는 부글부글 끊어 오르는 열기로 인해 옥상의 추위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성과장님. 저 이제 운송 계약할 때 입찰을 내거는 고객사를 상대로는 더 이상 영업하기 싫습니다. 입찰이 제가 생각했던 그런 공정한 입찰이 아니에요. 자기네들끼리 모든 상황을 정리해 두고, 그저 구색 갖추기로 입찰에 초대하는 것 같습니다.” 멍대리는 사무실에서의 격한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고 건물 옥상에서도 성과장에게 넋두리했다.
“멍대리, 잘 들어. 입찰이 입찰이 아닐 때가 있어. 입찰을 한다는 그 내면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다양한 변수가 도사리고 있는 거지.”
멍대리는 성과장이 한 말의 정확한 의미를 몰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봤다.
“지금까지 내가 경험했던 이야기를 잠깐 들려줄게. 잘 들어보고 이번 경우는 어떠한 상황인지 한번 생각해봐!” 성과장은 멍대리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입찰에 참여했던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여러 입찰형태에 설명했다. 성과장이 말한 입찰은 크게 3가지였다.
첫 번째 경우는 고객사 물류담당 입장에서 현재 거래하고 있는 물류업체의 가격수준을 알아보기 위해 입찰에 신규업체를 초대하는 경우다. 이 경우는 절대 물류업체를 바꾸려는 생각은 없으며 신규 진입업체의 가격을 통해 현재 운영하고 있는 물류업체들의 가격을 단순 비교하기 위한 것으로 신규 진입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 더군다나 어떤 화주들은 기존 물류업체를 유지하기 위해서 몇몇 신규물류업체를 입찰에 참여시켜 공개입찰의 구색을 맞추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 경우, 신규 물류업체 영업사원과 고객사와는 친밀한 유대관계가 없다고 보면 된다.
두 번째는 고객사의 기존 물류를 담당하는 포워딩 업체들 중에서 한두 업체의 서비스 문제로 고객사가 입찰 참여를 초대하는 경우다. 이 경우 입찰에 참여할 기회는 있으나 제출된 가격은 기존 수행사 Pool(그룹)에 공유돼 그들보다 경쟁력 있는 요소가 반드시 있어야 신규 참여가 허락된다. 이 경우, 고객사에서는 신규로 진입하려는 물류사 영업사원에게 일부 정보를 공유하고 유대관계 면에서 친밀도 형성이 이뤄진 상태로 보면 된다.
마지막 유형은, 포워딩 영업사원의 부단한 노력으로 고객사의 마음을 얻고 경쟁력 있는 요인이 있음을 확신 할 때 입찰에 초청되는 경우다. 무엇보다, 신규 업체와의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고객사에서는 다양한 정보 (수출입 주요구간, 물량정보, 화물특성, 특이사항 등)를 아낌없이 주기도 한다. 이 경우는 입찰에 신규 진입할 확률이 높을 뿐만 아니라 많은 물량까지도 운송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멍대리는 성과장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이 처한 상황이 몇 번째 입찰 유형에 속하는지 확연히 알 수 있었다. 순간 A고객사 물류담당과 만나온 지난 6개월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한편으론 그 6개월이라는 시간동안 고객사와 친밀한 관계를 만들고, 마음을 더 얻었어야 했는데 그렇게 못한 것이 후회스럽기도 했다.
“성과장님! 결국 고객사의 마음을 얻을 때 진정으로 입찰에 성공할 수 있겠네요. 내일부터는 A 고객사 물류담당자의 마음을 먼저 얻는 노력부터 해야겠어요. 다음 입찰에는 반드시 좋은 소식을 알려 드릴 수 있도록 할게요!”
사무실 옥상 건너편 하늘로 날아가는 한 무리의 철새를 보며, 오늘도 멍대리는 포워딩 영업사원으로 스스로 한 단계 성장해 가고 있는 것을 느꼈다.
오늘의 TIP
-고객의 마음을 얻는 것이 입찰에 성공하는 확률을 가장 높이는 것이다.
-포워딩 영업사원으로 낙담할 때가 많지만, 그럼에도 성장하고 있음에 확신을 가져야 한다.
< 편집 = 정지혜 기자 jhju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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