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품을 팔며 다양한 고객과 만나는 물류회사의 영업사원. 해상 육상 항공을 총 망라하는 물류에서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겪은 영업맨들에겐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흘러넘친다. 본지는 물류 영업사원의 경험을 토대로 다양한 물류현장의 모습을 한 꺼풀씩 벗겨낸 연재를 시작한다. ‘일촉즉발’의 ‘황당무계’한 ‘사건사고’가 넘쳐나는 물류회사에서 살아남아 여전히 어디에선가 고객을 만나고 있을 영업사원, 지금부터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포워딩 영업사원들은 매일 세 마리용과 혈투(?)를 벌인다. 세 마리의 용은 바로 고객, 선사 그리고 영업사원의 거래처 업무를 담당하는 업무담당자다. 이들에 대해 모두 소홀히 대해서는 안 되며 관계를 잘 쌓아야 거래처 확보와 매출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 만약 내부 업무담당자가 업무실수를 하거나, 영업사원과 마찰이 많을 경우 고객 불만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리고 내부 업무담당자가 업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실무 경험이 풍부하지 않으면, 영업사원들은 외부에 영업하러 나가야 하는 시간보다 사무실에서 업무적인 일로 시간을 보내야 할 때가 많아져 내부 업무담당자(Operator)의 숙련도는 중요한 부분이다. 오늘은 내부 업무담당자와 어려움에 직면한 멍대리의 일화다.
고객사와 점심식사 약속을 잡은 멍대리는 기분이 좋았다. 반기 입찰(Bidding)이 끝나고 업무를 진행하면서 거의 3개월을 고객사와 식사하면서 즐거운 대화를 나눈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모처럼만의 식사자리에 멍대리는 즐거웠다. 특히 이번 점심약속은 멍 대리의 탁월한 영업력이 아니라, 오히려 실수로 고객사를 불편하게 했던 내부 업무담당자덕에 마련된 자리라 더 특별했다.
사실 신규 고객사인 김 부장과 업무를 시작하면서 멍 대리는 힘든 부분이 많았다. 내부 업무담당자는 초기 업무를 진행할 때 영업적인 부분 외에 운송사 연락, 컨테이너 배차, Sound Van 확보, 서류 정리 등을 해결해줘야 한다. 하지만 업무경험이 부족한 신입 여사원들이 내부업무를 담당하다 보니 멍대리가 자주 사무실 업무까지 맡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고객사 김 부장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멍 대리! 화물 도착 통지서(Arrival Notice)는 우리 바이어에게 누가 보내죠?” 평소 차분했던 김 부장은 업무에 문제가 있어도 크게 화를 내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그 날 전화 목소리도 평상시와 같아 멍대리는 그저 궁금한 사항에 대해 문의를 한 것으로 여겼다.
그런데 알고 보니 김 부장님은 화가 났고 그 원인을 알기 위해 전화한 것이었다. “아, 부장님, 화물 도착 통지서는 물류 업체가 화물의 도착을 수입자에 서면으로 통지하고, 선박 도착 전에 팩스 등으로 안내를 하고 있습니다.” 멍 대리는 자신 있게 화물 도착 통지 과정에 대해 김 부장에게 설명했다.
그런데, 김 부장은 화물 도착 통지서가 최초 화물 수화인(Consignee) ‘A’에게 가지 않고, 경쟁관계에 있는 수화인 ‘B’에게 갔다는 것이었다. 순간 멍 대리는 정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네? 도착통지서가 경쟁사 업체로 잘못 발송이 되었다고요?” 어떻게 도착 통지서가 엉뚱한 곳으로 갈 수 있는지 멍 대리 자신도 의아했다. 일단, 멍 대리는 고객사인 김 부장에게 잠시 시간을 달라고 하고 정황 파악에 나섰다.
황당한 사건의 사연은 이러했다. 업무 담당 직원이 선사에 선적요청서(S/R : Shipping Request)를 보낼 때의 근거 서류는 고객사의 상업송장(Commercial Invoice)과 포장명세서(Packing List)다. 고객사의 특성에 따라 S/R을 별도 작성해 보내주는 고객도 있지만 S/R을 포워딩 업무 담당자들이 만들기도 한다.
헌데 문제가 생긴 고객사의 수화인 A의 S/R상에 별도 연락처가 없었다고 한다. 연락처 확인을 업무 담당자가 재차 확인 했으면 이런 문제가 발생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담당업무직원은 과거에 진행했던 동일 국가, 동일 항구에 대한 선적 건의 수화인 B의 연락처를 삽입해 선사에 보내버린 것이다. 바이어명을 꼼꼼하게 확인하지 않은 채 연락처를 선사에 보냈으니, 도착통지서가 바뀌는 다소 황당한 일이 발생했던 것이다.
상황을 파악한 멍 대리는 즉시, 선사에 화물 도착 통지서가 정정 될 수 있도록 고객사 김 부장이 요청한 수화인 A의 연락처를 제공해 상황을 수습했다. 다행히, 고객사 김 부장은 이번 일을 휴먼에러(Human Error)라고 여겼고, 경쟁관계에 있던 수화인 A사와 B사에 상황을 잘 설명했다고 한다.
며칠 후, 고객사 김 부장으로부터 다시 전화가 왔다. “멍 대리. 우리도 멍 대리 회사 도움이 절실해요. 갈수록 원가 경쟁이 치열해 져서 제품 판매가 어려운데, 물류 서비스가 제대로 되면 저희도 도움이 많이 된답니다. 멍 대리와 함께 일하고 있는 여직원과 저희 여직원들이 얼굴도 보고, 대화도 할 겸 자리를 마련해 봅시다.”
멍 대리는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실수를 해서 불편하게 한 쪽은 멍 대리인데, 오히려 고객사가 더 크게 이해해 주고 식사자리도 권하니 몸 둘 바를 몰랐다.
사실 멍대리는 아직 업무 경험이 미숙하고 실수로 고객사에 불편을 끼친 내부 업무담당자에 대해 팀 회의 때 교체를 건의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번 일을 계기로 멍 대리 자신도 직접 만들지 못했던 고객사 업무담당자들과의 점심약속을 여사원이 만들어 고객사와 더욱 친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 것이다.
이번 기회에 멍 대리는 회사 내 영업사원의 거래처 업무를 담당하는 업무담당자의 역할이 중요하는 것과 더불어 성장할 수 있도록 함께 해야 한다는 점을 알게 됐다.
오늘의 TIP
- 내부 고객 중 영업거래처 담당 업무담당자(Operator)의 성장에 도움을 주며, 영업담당자의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
- 실수가 오히려 고객과의 연결 고리가 될 수 있다. (단, 동일한 실수를 두 번 이상해서는 안 된다.)
< 편집 = 정지혜 기자 jhju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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