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품을 팔며 다양한 고객과 만나는 물류회사의 영업사원. 해상 육상 항공을 총 망라하는 물류에서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겪은 영업맨들에겐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흘러넘친다. 본지는 물류 영업사원의 경험을 토대로 다양한 물류현장의 모습을 한꺼풀씩 벗겨낸 연재를 시작한다. ‘일촉즉발’의 ‘황당무계’한 ‘사건사고’가 넘쳐나는 물류회사에서 살아남아 여전히 어디에선가 고객을 만나고 있을 영업사원, 지금부터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아무리 뛰어난 영업사원이라 할 지라도 고객의 화물을 안전하고 성실하게 운송하고 물류 비용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면 훌륭한 영업사원이라고 할 수 없다. 물류의 마지막 중요한 포인트, 물류 대금 받기. 오늘은 물류운송의 마지막 단계인 ‘미수금 회수’에 얽힌 사연을 소개하고자 한다.
얼마 전 왕부장이 주관하는 ‘미수금 회의’에서 멍대리는 차마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두 달 전 수출을 진행했던 고객사로부터 물류비용을 아직 받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대금이 200여만원 정도의 적은 금액이라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던 멍대리는 그게 화근이 될 것이라고는 미처 알지 못했다.
미수금에 대해 수시로 고객에게 전화하고, 찾아가고, 내용증명 보내고, 회사 법무팀을 통해 가압류 절차를 진행 했어야 했지만 멍대리는 그 단계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왕부장에게 한 소리를 듣고 나서야 미수금 회의는 끝이 났다. 멍대리는 머리를 식힐 겸 건물 옥상 휴식공간으로 터벅터벅 걸어 올라갔다. 회의 때 멍대리를 안쓰러운 눈으로 보고 있던 성과장도 옥상으로 향했다. 성과장은 회의에서 혼쭐이난 멍대리를 위로하며 말했다.
“멍대리! 기운내, 왕부장이 멍대리를 개인적으로 미워서 그렇게 야단친 게 아니란 거 알잖아. 영업사원은 말이야. 미수금 관리가 정말 중요해. 아무리 영업을 잘해도 고객에게 돈을 받지 못하면 영업적인 능력이 없는 거야. 이번 일을 거울삼아 미수금은 잘 관리해야 하는 것을 배웠다고 생각해. 미수는 콘크리트와 같은 거야!”
“네? 미수는 콘크리트와 같다구요?” 멍대리는 어떻게 미수금이 콘크리트와 같은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콘크리트는 건설 현장에 사용되는 재료인데, 미수금과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성 과장님, 무슨 말인지 저에게 자세히 말씀 좀 해주세요” 성과장은 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멍대리를 향해 웃었다. “음. 그 이야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콘크리트가 더욱 단단해 지듯, 미수금도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받기 힘들어진다는 뜻이야. 더 늦기 전에 미수금을 받아야 영업사원에게 치명적인 독이 안 되거든. 멍대리에게 해 줄 이야기가 있어. 자 들어봐. ”
7년 전. 당시 대리였던 성과장은 고객과 물류대금 지불조건으로 화물 선적 후 B/L(선하증권)발행시 50% 결제를 진행하고 화물이 목적지에 도착 후 나머지 반을 받기로 운송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화물운송이 날씨와 환적항에서의 적체 등으로 3주나 지연 돼버렸다.
고객은 화물 지연도착에 따른 손실이 막대하다며 성대리에게 나머지 물류대금 50%의 지불을 하지 않겠다고 통보해버렸다. 고객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물류운송인(포워더)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했던 성대리 입장에서는 정말 답답할 노릇이었다.
더 늦기 전에 나머지 50% 금액을 받기 위해 성대리는 매일매일 고객사를 찾아가 화물이 늦게 운송된 점을 사과하고 물류대금 지불을 독촉했다. 법적 절차에 따라 진행 할 수도 있었지만 성대리는 ‘법’보단 ‘관계’로 문제를 해결하기로 마음먹었다. 고객사는 그동안 성대리가 실적이 없어 힘들 때마다 수출화물로 운송을 맡기며 도움을 줬던 데다, 몇 년간 신뢰를 쌓아 거래를 해온 화주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성대리는 물류기업의 입장과 상황을 전하기 위해 열의를 갖고 아침마다 고객사로 출근도장을 찍었다. 그렇게 아침 출근을 시작한 지 일주일이 되자 고객사의 황부장이 성대리를 불렀다.
“성대리! 매일 이곳으로 출근하고 있는 거 알고 있는데, 출근한다고 해서 미수금 정리를 해 주고 싶은 마음은 없으니 돌아가요.” 겨울이 아닌데도 황부장의 말에 차가운 냉기가 전해졌다.
“황부장님! 저도 상황을 너무도 잘 알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바이어측에 화물 지연으로 많은 손실을 보신 것도 잘 압니다. 저 뿐만 아니라, 회사에서도 이번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돼 부장님 회사와 거래를 지속하길 원하고 있고요. 향후 수출 진행 건에 대해서 제가 회사 상사에게 보고해 최대한 물류비 절감 혜택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동안 저를 믿어 주셨던 것처럼 앞으로도 믿어 주시기 바랍니다!”
성대리는 일주일간 참았던 이야기를 황부장에게 토해냈다. 성대리의 얘기를 듣고 난 황부장은 일단 회사로 돌아가라며 내일부터는 출근도장을 찍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순간 성대리는 느낄 수 있었다.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인다는 것을…. 하루가 지나 성대리는 대금을 지불하겠다는 황부장의 연락을 받고, 부리나케 부서장에게 달려가 미수금 정리 사실을 알렸다. 상사의 지침을 받고 성대리는 원만하게 고객사와 일 처리를 하게 됐고 그 고객사와는 지금까지 꾸준히 거래를 이어올 수 있었다.
멍대리는 성과장의 이야기를 들으며 정말 미수는 콘크리트와 같다는 의미를 새롭게 알게 됐다. 특히, 성과장은 거의 일주일을 고객사로 출근하다시피 했기에 미수금을 받을 수 있었지, 더 늦거나 열정이 없었다면 미수금 회수가 어려웠을 것이다. 멍대리는 성과장의 과거 미수금에 얽힌 일화를 통해 미수금 정리에 더욱 철저히 임할 것을 다짐했다.
갑자기 뛰어서 건물 옥상을 내려가는 멍대리를 보며 성과장은 외쳤다. “멍대리! 갑자기 어디를 뛰어 가는 거야?” “성 과장님. 제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죠. 당장 고객사 만나서 미수금 정리를 해야죠! 오늘 고맙습니다. 다녀올게요!”
오늘의 TIP
1. 고객사와의 신용 계약기간이 경과되면 반드시 회수방안을 마련하고, 실행해야 한다
2. 미수금 회수는 ‘법’을 통한 해결보다 ‘영업사원 의지’가 더 앞서 있으니 열의를 갖고 해결해야 한다.
< 편집 = 정지혜 기자 jhju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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