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1-03 20:08

“해운경기 살아나면 보증보험 역할 더 커질 것”

인터뷰/한국해양보증보험 최재홍 사장

“해양보증보험은 휘발유가 아닌 윤활유다. 해운사에게 자금을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보증을 통해 저렴하게 금융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한국해양보증보험 최재홍 사장은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해양보증보험의 역할에 대해 이렇게 정의했다.

“해양보증보험이 하는 일은 좋은 조건의 상품을 만들고 좋은 조건으로 금리를 보증해주는 것이다. 선사와 은행들 모두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배를 짓게 하고, 한쪽에서는 좋은 금리를 보증해 선사들이 담보걱정 없이 대출을 받게 하는 것이다” 

해양금융의 한 축을 담당할 한국해양보증보험은 지난 8월 정식 출범했다. 한국기업평가로부터는 신용등급 AA-를 받았다. 해양보증보험은 해운업 등 경기민간업종의 프로젝트 관련 ‘자산의 담보가치(LTV)’ 또는 ‘현금흐름’ 등을 토대로 프로젝트 발주자금 등을 지원하는 곳으로서 후순위채에 대한 보증을 주면서 선박의 구매·관리·운용 등 선박은행 운영 지원 기능도 수행한다.

최재홍 사장은 “해양부문에서 보증보험회사가 있는 곳은 전 세계서 우리나라가 유일할 것”이라며 “그만큼 출범까지 애로사항도 많았고 여러 준비단계를 거쳐야했다. 감독당국에서도 서울보증보험 이후 처음으로 생긴 보험회사이어서 서로 공부해가며 보완할 부분에 대해 도움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한국해양보증보험의 총 자본금은 5500억원으로 정부에서 2700억원, 민간에서 2800억원을 출자해 5년간 단계별로 확보할 계획이다. 이 중 올해 자본금 목표는 1200억원이다. 현재까지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이 출자한 600억원에 해운업계에서 지원한 146억원을 합해 총 746억원의 자금을 모았다. 해운업계에서는 연말까지 추가로 100억원을 출자하기로 약속했다.

최 사장은 해양보증보험이 선박 매각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박을 팔기 위해서는 런던이나 싱가포르 등 매각 가능한 시장으로 가야하고 정박료를 내가면서 협상에 임해야한다. 그런데 그 매각이 빨라야 1년이고 비용을 제하면 원래 선가에서 반도 돌려받기 어렵다. 그에 반해 해양보증보험에서는 2주 만에 보험금이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업계에서 해양보증보험에 대한 기대도 많고 우리도 금융을 지원해줄 은행들을 찾아다니며 마케팅을 하고 있다.”

해양보증보험은 출범 당시 그동안 경기악화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해운항만산업계에 큰 활력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해운업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해양보증보험이 본격 사업을 시작한지 4개월이 돼가고 있지만 이렇다 할 사업성과를 내진 못했다. 해운업계가 침체에 빠지면서 신조발주의 엄두도 못 내고 있는 상황에서 해양보증보험도 역시 빛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

이에 최재홍 사장은 “지난 5년간 선사들의 선박 발주금액은 3조원에 달했고, 앞으로도 비슷한 수준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업무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올해 해운선사들이 선박을 발주한 금액은 1조원도 안 된다. 연말까지 이런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해운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준비를 다 끝낸 상태지만 7월 이후 국내 해운사가 신규로 배를 발주한 곳이 한곳도 없었다. 에코쉽은 손도 데지 못하고 있고, 1200TEU급 선박 몇 척 밖에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금융을 지원하는 많은 은행들이 있지만 선박금융을 제대로 하고 있는 곳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두 곳 밖에 없다. 그런데 수출입은행은 수출금융을 위주로 하고, 산업은행은 국내 해운사 금융지원을 하고 있지만 그 비중이 얼마 안 된다. 선사들도 유동성확보를 위해 있는 살림도 다 내다파는 상황에 선박을 짓고 싶어도 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 사장은 “해운산업자체가 굉장히 안 좋은 상황에 처했다. 열심히 자본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어렵다. 여기에 정부에서는 처음과 달리 민간자본금 유치상황을 보고 자본금을 투입하려고 하고 있다. 우스갯소리로 코끼리한테 비스킷 하나주고 견뎌보라고 하면 어떻겠나? 우리가 꼭 그런 상황이다. 처음 계획대로라면 올해 1500억을 확보하고 매년 1천억씩 5년간 모아 해운산업을 살릴 수 있는 신호를 주는 것이었다. 초반에 정부지원금을 늘리고 후반부에서 민간 출자를 늘리는 식으로 전체적인 자본금 구성을 계획했는데 정부에서는 민자 출자를 보고나서 지원하려는 입장을 보이면서 자본금 모금에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 사장은 “해운업계에서 어렵게 146억원을 모았고 추가로 100억원을 더 출자해 주기로 했다. 그 출자금을 들여다보면 어려운 회사들이 각출해서 낸거다. 그래서 고맙게 써야하고 일전에도 말했듯이 사업방향에도 해운업에 모두 올인할 것이다. 좋은 상품을 만들어서 해운사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상품구조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자본금 모집이 쉽지 않은 형편에 100억원에 달하는 해양보증보험의 건물 구입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었다. 뚜렷한 사업성과 없이 케이프사이즈급 선박 하나를 지원할 수 있는 규모를 건물 매입에 투자했다는 것이다. 이에 최 사장은 초기비용이 많이 들었지만 매년 낼 임차료 수준과 비교하면 건물을 구입하는 게 장기적으로 절약이 된다고 판단해 건물을 매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최 사장은 “정부가 민자유치하는 상황을 보고 지원하겠다고 하면 우리는 사면초가일수 밖에 없다. 또한 영업부분을 해운사에 올인하고 싶어도 해운선사들이 발주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들어갈 수 있는 부분은 극히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래도 열심히 해서 11월에는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해운사가 조금만 살아나면 비즈니스를 넓힐 수 있을 것”이라며 “해양보증보험은 이제 겨우 핏덩이다. 이 핏덩이가 잘 커서 뛰어다닐 수 있게 업계의 도움이 필요하다. 지금은 비록 미미하지만 해운업이 조금만 살아나면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비즈니스라고 생각한다. 그런 만큼 지켜보고 응원해 달라”고 말했다.
 

< 정지혜 기자 jhju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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