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카페리(국제여객선) 선사들에게 선박교체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16개 한중 카페리노선 중 6곳 정도에 선령 25년을 넘긴 선박이 취항 중이다. 노후선 운영사들은 신조선 도입을 통해 안전성과 사업성을 제고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당장 화동해운이 신조선 발주를 마치고 건조에 들어갔으며 계열사인 단동국제항운은 계약 이후 선박 설계를 놓고 막판 조율 중이다. 아울러 연태훼리와 석도국제훼리도 선박 크기 등을 확정지은 뒤 조만간 신조선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화물 적재율 45%대까지 하락
한중카페리선은 최근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세월>호 사고 이후 이용객 감소가 심각한 실정이다. 1~4월 한중간 16개 카페리항로의 여객수송실적은 49만3600명으로, 1년 전의 50만1100명에 비해 1.5% 감소했다. 같은 기간 물동량은 14만5700만TEU로, 지난해 동기 대비 3.1% 성장했다.
공급 증가를 고려할 때 여객과 화물 모두 부진한 성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1~4월 한중 카페리항로 전체 공급은 여객 80만5400명, 화물 31만8600TEU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74만2000명, 27만2100TEU에 비해 각각 8.5% 17.1% 늘어났다. 공급은 크게 늘어난 반면 수송실적은 감소 또는 소폭 성장에 그친 것이다. 그 결과 평균 승선률과 화물적재율은 지난해 68% 51.8%에서 올해 61.3% 45.7%로 급락했다. 지난해보다 실적이 떨어진 선사들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걸 의미하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으로 여객 실적은 더욱 약세를 띨 것으로 예상된다. 취항선사 관계자는 “중국에서 들어오는 단체 여행객들이 취소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문제지만 중국 당국에서 한국인 이용객의 입국 불허를 검토하는 상황이어서 메르스 사태가 장기화 된다면 한중 카페리선사들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저어했다.
선사들은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선박 교체 또는 신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세월>호 사고 이후 부쩍 높아진 선박 안전 요구 때문이다. 한중 양국 정부는 지난해부터 분기마다 카페리선을 대상으로 특별점검을 실시해 선박 안전을 체크하고 있다. 중국 교통운수부는 별도로 ‘한중카페리운수특별정비업무’란 여객선 안전제도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한중 카페리항로에 선박을 신규 투입할 땐 반드시 신조선박을 도입하도록 강제화했으며 선박교체는 10년 이하 선령만 가능토록 했다. 또 선박의 국적은 중국 또는 한국이어야 한다고 규정했다. 특히 중고선 또는 편의치적선은 운영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아울러 선사 내 운항안전조직을 갖추도록 했다. 이에 대응해 인천-옌타이를 취항하는 한중훼리는 10여년 동안 용선형태로 운항하던 <향설란>호를 인수해 사선화했으며, 평택-옌타이를 취항하는 연태훼리는 정기용선으로 써왔던 <스테나에게리아>호를 나용선(BBC)으로 계약 방식을 변경하는 등 선사들은 선박 안전을 직접 관리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
내년 하반기부터 신조선 도입
카페리선 신조는 중국 조선소가 독식하는 양상이다. 산둥성 룽청시 스다오에 위치한 황하이(黃海)조선은 최근 한중 카페리 선사들이 발주한 신조선을 모두 가져갔다. 황하이조선은 중국 정부에 의해 여객선 특화 조선소로 육성되는 곳이다. 평택-르자오 카페리항로의 중국측 투자사인 옌타이 소재 보하이페리(발해윤도)에서 지금까지 10척의 여객선을 황하이조선에서 지었다. 최근엔 프랑스선사의 여객선을 건조하는 등 해외에서도 건조능력을 인정받는 추세다.
한중카페리선사 중 가장 먼저 신조투자에 나선 두우해운 계열 선사들도 황하이 조선을 찾았다. 지난해 9월26일 인천-단둥을 취항하는 단동국제항운, 인천-스다오를 연결하는 화동해운은 황하이조선과 신조선 건조계약을 각각 체결했다. 단동국제항운이 발주한 선박은 2만4000t(이하 총톤수)급으로, 길이 185m, 폭 25.8m에 여객 정원 1500명, 화물적재정량 200TEU다. 화동해운은 단동항운보다 다소 큰 3만4000t급의 선박을 발주했다. 길이 196m, 폭 28.6m다. 여객정원은 1500명으로 같지만 화물정량이 350TEU로 많다. 선박들의 가격은 5600만~6000만달러 사이다.
발주는 동시에 했지만 건조 일정은 화동해운이 앞섰다. 황하이조선은 지난 4월28일 화동해운 선박의 건조를 개시했다. 완공시기는 내년 7~8월 사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단동항운은 아직까지 선박 설계를 놓고 조선소측과 조율 중이다. 중국 항구의 진입로 문제로 선박 설계에 공을 들이고 있다. 단동항운 관계자는 “압록강 하구에 위치한 중국 단둥항의 여건에 맞춰 선박 길이와 폭 등을 조선소와 협의 중”이라며 “내년 연말까지 건조를 마친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위동항운을 비롯해 석도국제훼리 연태훼리도 신조선 발주를 저울질하고 있다. 현재 발주가 유력한 곳은 황하이조선과 협상 중인 석도국제훼리와 연태훼리다. 군산-스다오 항로를 잇는 석도국제훼리는 군산항 여객부두 여건에 맞춰 2만t 이하의 선박 신조를 검토 중이다. 여객 정원 1000명, 화물 정량 230TEU 수준이다. 석도국제훼리는 조만간 선박 세부내용에 대한 협상을 마치고 이달 중으로 발주를 확정짓는다는 계획이다. 석도국제훼리 관계자는 “2017년 6~7월께 선박을 인도받는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박가격은 5500만달러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연태훼리도 황하이조선에서 신조선을 짓는다는 입장이지만 선박 형태는 다소 다르다. 바로 LO-LO형(크레인을 통한 하역방식) 선박이다. LO-LO 선박은 RO-RO(화물차를 통한 하역방식) 선박에 비해 하역할 때 컨테이너크레인이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선박 가격이 싼 데다 섀시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섀시 10대 정도를 운용한다고 가정할 경우 구입비용은 15억원 정도가 소요된다. 선박 크기는 2만7000t 규모로, 여객 정원 840명, 화물 정량 430TEU다. 가격은 LO-LO형 선박답게 다른 신조선에 비해 저렴한 4700만~4800만달러 사이다. 2017년 4~5월 인도 목표다.
위동항운은 한국과 일본 조선소를 대상으로 신조를 추진해왔으나 막대한 신조비용으로 현재는 원점에서 재검토한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한국 조선소의 부족한 경험도 발주를 망설이게 하는 이유다. 한국 조선기업들은 여객선을 많이 지어 보지 못했다. 지금까지 현대중공업이 2척, 삼성중공업이 8척, 대우중공업이 10척 정도의 여객선을 건조했다. 국내를 취항하는 여객선 중에선 부산-시모노세키를 취항하는 부관훼리의 <성희>호를 현대미포조선에서 지난 2002년에 건조했다. 반면 비용은 턱없이 비싸다. 한국 조선소에서 제시하는 건조비용은 1억달러, 한화로 1100억원을 넘는다. 황하이조선에 비해 2배 가까이 비싼 가격이다. 할인을 해준다고 하더라도 비용 차이는 2000만~3000만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조선소도 비용은 높은 편이다. 한국조선소와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고 선사들은 전했다. 게다가 그동안 건조한 여객선들이 대부분 일본 연안을 운항하는 내항선 위주였던 터라 국제선박 건조 경험이 많지 않다. 엔저를 기반으로 활발한 수주활동을 벌인 일본 조선소들의 독(선거)이 여유가 없다는 점도 계약을 어렵게 하고 있다. 현재 일본 조선소들은 여객선을 발주해도 2017년 이후에나 건조가 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비용 등을 생각하면 황하이조선이 (카페리선 신조에) 적격이지만 중고선 가격을 고려할 땐 일본 조선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10년 이상 쓰다 높은 가격으로 중고선을 매각할 경우 신조할 때 들어간 비용을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대룡해운의 평택-룽청, 연운항훼리의 평택-롄윈강, 진천국제객화항운의 인천-톈진 노선 등도 지어진 지 25년을 넘어선 선박들이 취항하고 있어 신조선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조 대신 중고선 도입을 결정한 곳도 눈에 띈다. 대인훼리는 지난달 28일 1만4000t급 카페리선 <비룡>호를 취항했다. 1996년 1월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에서 지어진 선박이다. 대인훼리는 지난해 2월 이 선박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가 <세월>호 사고가 나자 용선 방식으로 선박을 항로에 투입했다. 이전 취항선박인 <대인>호는 인도네시아 선주에 매각했다. 앞서 평택-르자오 항로의 일조국제훼리는 지난 4월 이탈리아에서 인수한 2만5000t급 <르자오오리엔트>호를 취항하기도 했다.
카페리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여객선 안전 규제가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 데다 최신형 중고선을 구입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워 선사들은 신조선 발주를 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시장 상황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막대한 규모의 신조선 도입 자금까지 출혈이 불가피해 선사들의 경영난이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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