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3-13 09:10

기자수첩/ 드넓은 바다 속 블루오션을 찾아라

몇 년 전만 해도 중남미와 아프리카 항로는 선사들의 마지막 남은 미개척 시장으로 여겨졌다. 동서항로보다 진출 선사가 많지 않은 덕분에 일정한 운임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었다. 그러나 선사들의 캐스케이딩(전환배치)과 신규 노선 개설로 공급이 늘어나고 중남미와 아프리카의 대표적 국가인 브라질, 나이지리아의 경기가 침체하면서 이 지역 운임 또한 예전 같지 않게 됐다.

당초 중남미 항로의 물량을 책임지는 건 브라질이었다. 남미 동안의 물동량 80%를 차지하는 브라질은 2014년 월드컵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등 국제적 스포츠 행사의 개최지로 선정되며 물량 호조를 누릴 것이라 예상됐다. 그러나 잇따른 시위와 그로인한 정정불안, 경기 침체 등을 겪으며 운임도 하락하기 시작했다. 상하이항운교역소에 따르면 상하이-브라질 산투스항의 3월6일자 운임은 706달러를 나타냈다. 이 항로 운임은 원양항로란 호칭이 무색하게 1분기 내내 세 자릿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고차와 전자기기 물량이 많았던 서아프리카도 시황 침체를 겪고 있다. 나이지리아와 가나가 정치적 혼란으로 인한 경기 침체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나이지리아는 대선이 연기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겪고 있으며 가나는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외신에 따르면 올해 서아프리카 선복량은 전년 대비 38%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물량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 머물지만 공급은 나날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선사들은 남미 동안과 서아프리카를 벗어나 남미 서안과 동·북아프리카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인프라 구축으로 발전 가능성이 큰 신흥국이 위치해 있고, 타 노선에 비해 여유있는 선복량으로 향후 선사들에게 큰 이익을 안겨 줄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남미 서안은 네 자리수의 운임을 지난해 연말부터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멕시코가 저렴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주요 대기업들의 생산 기지로 거듭나면서 물량이 늘고 있는 것이다. 선사들 역시 중남미 노선에서의 주 영업처를 동안에서 서안으로 옮기고 있다. 특히 양대 독일선사인 함부르크수드와 하파그로이드는 칠레 선사를 각각 인수하며 남미 서안 점유율 높이기에 먼저 나서고 있다.

동아프리카와 북아프리카는 서아프리카에 비해 선복 공급이 본격화되지 않았다. 선사들은 동·북아프리카에 위치한 신흥국 진출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해안가에 위치한 모잠비크는 지리적 장점을 이용해 향후 발전 가능성이 기대되는 국가다. CMA CGM은 모잠비크에 터미널 개설을 계획하는 등 적극적인 아프리카 시장 진출을 표명했다.

머스크라인은 지난해 25억4백만달러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전년 대비 40% 성장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이뤘다. 머스크의 호실적은 타 선사들이 동서항로에서 공급 과잉에 시달릴 때 일찌감치 남북 항로 영업을 통해 수익을 올려온 것이 한 몫 했다는 분석이 있다. 머스크는 지난해 기준 아시아-중남미 노선에선 주당 1만8000TEU급 선복량을, 아시아-아프리카 노선에서도  주당 2만TEU가 넘는 선복을 투입해 두 노선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선사들은 머스크를 벤치마킹해 새로운 시장에서의 수익 창출을 위해 남북항로에서의 점유율을 확대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미 남북항로의 특정 노선에선 선복 과잉에 따른 운임 하락이 기정 사실화됐다. 이에 따라 선사들은 남북항로 안에서도 향후 높은 가능성이 기대되는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 드넓은 바다 속 ‘블루오션’을 발굴하기 위한 선사들의 노력은 올 해도 멈추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 이명지 기자 mj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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