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지로지스틱 김성균 대표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를 반면교사 삼아 안전을 강화해야 한다는 사회적 여론이 형성됐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일 년이 가까워오지만, 여전히 사회 곳곳에서 대형 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물류현장의 분위기는 어떨까. 중앙해양안전심판원은 지난해 12월 <세월>호 사고의 원인으로 선박평형수와 화물과적, 적재된 화물고박의 부재를 꼽았다. 이에 <월간 물류와 경영>은 평택항에 화물고박 전문업체인 에스지로지스틱을 찾아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에스지로지스틱 김성균 대표는 이 업계에서 13년간 경력을 쌓은 배테랑이다. 그는 <세월>호 사고가 난 순간 ‘아! 이건 100% 화물을 제대로 고박하지 않았다’는 예감이 들었다고 한다. 라이싱만 제대로 했더라면 복원력을 상실하지는 않았을 것이란 생각에 더욱 안타깝다고 한다.
이들의 작업은 강추위가 몰아친 한겨울에도 멈추는 법이 없다. 취재당일 영하의 기온을 맴돌았지만, 에스지로지스틱 직원들은 화물을 고박 하는데 열중하고 있었다. 공기는 무척이나 차가웠지만, 일에 열중하다보니 땀이 범벅이 돼 반팔차림으로 작업을 하는 이들도 보였다. 과거에는 화물고박을 위해 로프나 와이어를 많이 사용했지만, 최근에는 네덜란드 업체에서 개발한 오렌지 벨트(자동바)를 사용하는 것이 추세다. 주황색을 띤 이 밴드는 5톤이 넘는 무게도 거뜬하게 버틴다고 한다. 손으로 직접 만져보니, 이음새가 촘촘하게 연결돼 있어 얼마나 단단할지 가늠이 갔다.
“공식적인 출근시간은 계절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요즘은 아침 9시에 출근해서 오후 5시에 퇴근해요. 그런데 화주가 요구하면 새벽이라도 나가서 작업을 해야 합니다. 배가 뜨기 전에 작업을 완료해야 하니까요. 요즘은 매주 목요일마다 옥천군에 위치한 업체를 찾아 현장에서 고박작업을 해줍니다. 일은 좀 고되더라도 고객들이 만족하는 모습을 볼 때면 보람 있어요.”
에스지로지스틱의 주요 고객사는 포워딩업체다. 프로젝트 카고의 경우 포워딩업체와 상시적으로 미팅을 진행해 업무 회의를 진행한다. 사전에 고객사의 요구사항을 분석하고 물량의 규모와 성격 등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이 덕분에 고객사와의 신뢰관계가 두텁다.
에스지로지스틱은 한달에 평균적으로 500개의 컨테이너를 작업한다. 이중 드라이컨테이너와 FR컨테이너의 비중이 각각 50%를 차지한다. 고박작업은 아직까지 기계화가 안 돼 있어 100% 사람의 손길이 닿아야 한다. 컨테이너전용부두에선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드물지만, 벌크선이 들어오는 부두에선 사망사고도 종종 발생한다. 배 위에서 작업을 하다보니 균형을 잡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에스지로지스틱는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인사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다.
▲1.FR컨테이너에 화물이 고박된 모습 2.선박에 화물이 고박된 모습 3.화물고박은 오렌지벨트(자동바)를 사용한다. 4.컨테이너 내부에 차량이 고박된 모습
하지만 이들에게도 애로사항은 있다. 물동량이 많은 부산의 경우 화물고박을 전문적으로 하는 업체도 많고, 단가도 싸다. 하지만 평택항의 경우 부산에 비해 물동량이 적다보니 단가가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지역에서 경쟁하는 업체만 해도 20여개가 있다. 고객사에서 이러한 부분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 애를 먹는다고 한다.
“간혹 단가싸움으로 인해서 단가가 안 맞을 때가 있어요. 저희도 저렴한 자재를 사용해서 단가를 낮출 수 있지만, 고객사와의 신뢰관계를 위해 저렴한 자재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일을 안하는 게 속편합니다. 저렴한 자재를 사용해서 사고라도 발생하면 업계에서 이미지가 나빠지고, 고객과의 신뢰도 무너지기 때문이죠.”
화주와의 신뢰를 중요하게 여긴 덕분에 지난해에는 일본에서 개최된 레이싱 대회에 참가한 팀의 자동차를 국내와 일본 현지에서 직접 고박했다. 차량을 컨테이너에 싣고 차체와 타이어를 고박했는데, 아무런 문제없이 국내에 도착했다.
안전의식 부재 여전
국내 물류기업들은 <세월>호 참사이후 화물고박을 잘 하고 있을까? <세월>호 사고 직후에는 화물고박에 대한 문의전화가 많았지만, 요즘은 예전수준에 머문다고 설명한다. 특히 드라이컨테이너의 경우 컨테이너 내부에 물건이 꽉 찰 경우 고박을 하지 않는 업체도 간혹 있다고 한다. 여전히 화물고박에 대한 인식이 부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1.FR컨테이너에 화물이 고박된 모습 2.벌크선에 화물이 고박된 모습 3.화물고박을 하는 현장의 모습 4.안점점검 리스트
김성균 대표는 중국에서 들어오는 컨테이너에 대해선 혀를 끌끌 차며 고개를 저었다. 중국에서 제대로 된 업체에 화물고박을 맡기면 단가가 너무 비싸기 때문에 대다수 업체가 주먹구구식으로 작업을 해서 보내는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고박을 이유로 훈증이나 열처리도 받지 않은 나무를 컨테이너에 마구잡이로 집어넣는단다. 이 때문에 국내로 병해충이 들어오는 사례도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더 우려스러운 부분은 자칫하다가 발생할 수 있는 선박 안전사고다. 중국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화물에 대해서도 지금보다 더 철저한 감시와 검역을 할 필요성이 다분해 보인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에 울리는 ‘경종’일지도 모른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말이 있다.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말이다. 작은 것도 허투루 보지 말고, 유념해야 한다. 물류업계에서는 반드시 <세월>호 참사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기업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정부는 기업이 아닌 국민의 편에서 기업을 비판하고 호되게 야단친다. <세월>호 참사를 일으킨 청해진해운은 몰락했고, 정부는 국민들과 같은 위치에서 기업을 엄벌하고 사고재발을 방지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정부의 책임마저도 기업에 전가시키는 모습이었다. 기업이 안전의식을 갖고 본인들 스스로 사전에 철저한 대책을 세워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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