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7-30 13:26

논단/해상사건에 있어서의 상관습과 보통거래약관

상관습과 보통거래약관의 내용, 적용범위, 효력 등에 관한 판례를 중심으로
정해덕 법무법인 화우 파트 변호사/법학박사
<7.20자에 이어>

(2) 헌법재판소 2004년 10월21일 2004헌마554 결정
헌법재판소의 위 결정은 수도 서울을 세종시로 이전하는 것을 골자로 한 신행정수도법에 대한 위헌 확인 결정으로서 헌법재판소에서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한 것으로 헌법재판소가 그 결정이유로 수도 서울의 관습헌법론을 제시해 주목을 끌었다. 위 위헌결정으로 2004년 대한민국 행정수도 이전 계획이 이로 인해 취소되고,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을 위한 연기·공주지역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됐다.

위 헌법재판소 결정은 관습 헌법의 요건으로 ① 기본적 헌법사항에 관해 어떠한 관행 내지 관례가 존재할 것, ② 관행은 국민이 그 존재를 인식하고 사라지지 않을 관행이라고 인정할 만큼 충분한 기간 동안 반복 내지 계속될 것(반복·계속성), ③ 관행은 지속성을 가지고 그 중간에 반대되는 관행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항상성), ④ 관행은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할 정도로 모호한 것이 아닌 명확한 내용을 가지고 있을 것(명료성), ⑤ 이러한 관행이 헌법관습으로서 국민들의 승인 내지 확신 또는 폭넓은 컨센서스를 얻어 국민이 강제력을 가진다고 믿고 있어야 할 것(국민적 합의)의 5가지 요건을 제시하고, “서울이 대한민국의 수도인 것은 조선시대 이래 600여 년간 한국의 국가생활에 관한 당연한 규범적 사실이 돼 왔으므로 한국의 국가생활에 있어서 전통적으로 형성돼있는 계속적 관행이라고 평가할 수 있고(계속성), 이러한 관행은 변함없이 오랜 기간 실효적으로 지속돼 중간에 깨어진 일이 없으며(항상성), 서울이 수도라는 사실은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개인적 견해 차이를 보일 수 없는 명확한 내용을 가진 것이며(명료성), 나아가 이러한 관행은 오랜 세월간 굳어져 와서 국민들의 승인과 폭넓은 컨센서스를 이미 얻어(국민적 합의) 국민이 실효성과 강제력을 가진다고 믿고 있는 국가생활의 기본사항이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서울이 수도라는 점은 우리의 제정헌법이 있기 전부터 전통적으로 존재해온 헌법적 관습이며 우리 헌법조항에서 명문으로 밝힌 것은 아니지만 자명하고 헌법에 전제된 규범으로서, 관습헌법으로 성립된 불문헌법에 해당한다”라고 판시했다.

(3) 결어
위 대법원 판결과 헌법재판소 결정은 상관습법에 관한 것이 아니지만 관습법과 사실인 관습의 구별기준을 명확히 하고 법률의 상위규범인 헌법에서도 대한민국 수도가 서울이라는 관습헌법의 존재를 인정한데 그 의의가 있다 할 수 있다.

2. 해상사건에서의 관습법

해상사건에서 관습법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정박료의 계산기간, 본선수령증(Mate’s Receipt), 화물인도지시서(Delivery Order; D/O), 선적지시서(Shipping Request) 등의 징구 관행, FOB 계약에서는 운송인의 상대방이 매수인이고 CIF 계약에서는 운송인의 상대방이 매도인이 된다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해상사건에서 해사에 관한 관습법을 인정한 우리 판례는 아직 보이지 아니하며, 강학상 관습법으로 인정하더라도 사실상 법적 효력이 없거나 강제력이 없는 관습법은 법률적으로 큰 의미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3. 해상사건에서의 사실인 관습

가. 해사에 관한 사실인 상관습

우리 판례상 해사에 관한 상관습법으로 인정된 것은 보이지 아니하나, 해사에 관한 사실인 상관습으로 인정된 것으로는 보증도의 관행, 보세운송의 경우 화주가 컨테이너를 적재한 샷시(chassis)를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간에 관한 관행, 화물인도지시서에 관한 관행 등을 들 수 있다.

나. 보증도의 관행

(1) 선하증권의 위기와 보증도의 관행 등
선하증권은 전통적으로 물품수령증으로서의 기능, 운송계약의 증거로서의 기능 및 권리증권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해 왔다.
선하증권은 특히 화물에 관한 권리를 표창하는 권리증권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점에서 지난 수백년간에 걸쳐 해운관행을 주도해 왔으며 국제무역거래 및 결제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왔다.

선하증권의 권리증권으로서의 기능때문에 선하증권 소지인은 선주에게 화물인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선하증권에 양도가능한 유통성이 부여돼 화환신용장 거래방식에 의한 무역대금의 결제에 널리 활용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 고속선(Fast Ships), 고속컨테이너선의 출현으로 인해 선박이 선하증권보다 목적지에 먼저 도착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는 등 국제무역환경이 크게 변화하게 됨에 따라 전통적인 선하증권의 기능에도 변화를 초래하게 됐다.

소위 선하증권의 위기(Bill of Lading Crisis : B/L Crisis)라고 불리우는 이러한 현상은 선하증권에 의한 화물인도를 어렵게 함으로써 선하증권의 권리증권으로서의 기능에 수정을 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선하증권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운송인이 선하증권대신 화물선취보증장(Letter of Guarantee : L/G)을 받고 운송물을 인도하는 소위 보증도의 관행이 생겨나게 됐고 경우에 따라서는 아예 보증장도 받지 않고 운송물을 인도(소위 가도)하거나 선하증권을 수하인에게 직송하는 방식을 활용하게 됐다.

그러나, 보증도는 선하증권의 제시없이 운송물을 인도하게 됨으로써 운송인에게 과도한 위험부담을 지우는 결과가 되며, 가도 또는 선하증권을 수하인에게 직송하는 방법은 당사자간에 깊은 신뢰관계가 없으면 이용될 수 없고 어느 방법이든 이로 인한 운송인의 책임문제가 야기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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