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기에 돌입한 구주(유럽)항로의 분위기는 썩 좋지 않다. 11월 유럽항로 평균 소석률(화물적재율)은 85%로 수출물동량은 꾸준한 반면 운임은 약세가 지속됐다. 유럽항로를 서비스하고 있는 선사들은 운임회복(GRR)을 실시해 월초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지만 몇 주 지나지 않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반복했다.
11월 말 기준 유럽항로의 해상운임은 선사 평균 북유럽이 20피트 컨테이너(TEU)당 1,000달러, 동지중해가 TEU당 1,250달러, 서지중해가 1,150달러를 형성했다. 11월 초 TEU당 500~600달러 가량의 운임인상(GRI)을 실시하면서 북유럽이 1,500달러대에 올라섰지만, 매주 200달러 이상 떨어지면서 11월 셋째 주 이후부터 10월 말 운임과 비슷한 수준을 나타냈다.
지난해 11월과 12월 유럽항로 운임은 북유럽이 각각 TEU당 1,500달러 1,800달러였고, 지중해가 1,700달러 2,000달러로 강세를 보인 탓에 비수기를 앞둔 선사들의 GRI 의지가 강했다. 겨울 비수기 중 가장 큰 호재라고 할 수 있는 크리스마스·연말 물량 밀어내기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에 선사들은 12월 중순까지 선복을 꽉 채울 것으로 예상하고 12월 중순경 TEU당 500~750달러 가량의 GRI를 도입한다. A선사 관계자는 “밀어내기 특수가 있는 12월초 어느 정도 운임을 끌어올려야 비수기 기간인 내년 2월까지 운임이 하락하더라도 버틸 수 있다”라고 말했다.
올해 11월까지 유럽항로 수출 물동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7% 정도 늘어났다. 3분기까지 물동량은 10% 이상 증가하는 등 성장세가 두드러졌지만, 4분기 추석과 중국 국경절 이후 상승세가 둔화됐다.
내년 유럽항로 시황은 그다지 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드류리가 발표한 2015년 컨테이너선 시장 전망에서 아시아-북유럽항로 물동량 성장률은 타 기간항로의 5.5%보다 낮은 3.5%로 발표했다. 특히 내년부터 본격화되는 2M, G6, CKYHE, O3 등 대형 얼라이언스의 출범으로 인해 집화 경쟁이 더욱 치열해져 운임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북유럽항로는 이미 1만TEU급 이상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투입되고 있고, 지중해항로는 기존 4천~5천TEU급에서 7천~1만TEU급으로 교체되는 등 유럽항로 선복량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B선사 담당자는 “대형 얼라이언스의 대격돌에서 연료 효율성이 뛰어나고 화물을 많이 실을 수 있는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어느 얼라이언스가 많이 투입하느냐에 따라 실적이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진해운은 극동아시아-유럽항로의 유가할증료(BAF)를 TEU당 685달러를 부과하고 있고, 통화할증료(CAF)는 15.14%를 적용하고 있다.
< 한상권 기자 skhan@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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