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1-20 12:24

“자사선 확보 오랜 꿈 이뤘습니다”

인터뷰/ 한중훼리 김태권 상무
<향설란>호 인수 매듭···정시성·안전성 제고 기대
하역시설 개선으로 물류효율성 높일 터

용선이 아닌 자사선을 통한 항로 운영은 모든 선사의 희망이자 최종 목표다. 자사선은 선박 관리나 운항관리 측면에서 용선보다 경쟁력이 높다. 특히 정시성과 안전성을 중시하는 카페리선사에겐 자사선 운항이 더욱 요구된다.

이런 점에서 인천-옌타이간 카페리항로를 운항 중인 한중훼리(대표 박원경)의 자사선 확보는 의미가 깊다. 최근 한중훼리는 그동안 용선으로 운항하던 <향설란>호의 인수를 마무리 지었다. 설립 14년 만에 자사선 확보라는 큰 꿈을 실현한 것이다.

한중훼리 김태권 상무는 “2000년 10월  창사 이래 모든 고객분들의 끊임없는 지원과 한중 양국 주주 및 임직원의 적극적인 의지와 노력으로 자사선박 구매라는 결실을 맺었다”고 의미를 평가했다. 다음은 김태권 상무와의 일문일답.

Q. 오랫동안 용선으로 운항하던 선박을 인수해 사선화했다. 특별한 배경이 있나?

카페리선은 승객과 화물을 동시에 운송하지 않나? 같은 카페리선뿐 아니라 컨테이너선과도 경쟁하기에 비교우위를 점하기 위해선 안전성과 정시성 유지가 필수적이다. 인접항로에서 많은 선사들끼리 경쟁하고 있는 한중카페리항로에선 안정적인 수송능력의 확보가 더욱 강조된다. 최근 잇단 해상사고 등으로 선박운항의 안전성이 더욱 중요시 되고 있다는 점도 자사선 도입을 추진하게 된 요인이다.

특히 저희는 대내외적으로 자사선 운항이 더욱 절실히 요구됐다. 우선 지난 용선기간 동안 선주가 지나치게 이익 창출에 집착해 선박 관리에 소홀한 모습을 보였다. 이는 정시운항과 안전을 크게 위협하는 요인이 됐다. 또한 정기용선의 특성상 선주 의지가 운항에 크게 관여된다는 점이었다. 소비자인 용선자의 의견은 종종 무시되다보니 고객에 대한 만족스러운 서비스 제공이 어려운 사례가 가끔 발생했다.
▲<향설란>호가 중국 옌타이를 향해 운항하고 있다.


Q. 선박을 구매하는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는 얘기를 들었다.

지난 3월 <향설란>호의 용선 기간이 종료되자 선주측에서 선박을 재용선하지 않고 매각하겠다고 하더라. 당시 선주사는 경영 악화로 중국정부로부터 생산성이 낮은 자산을 처분하라는 압박을 강하게 받고 있던 상황이었다. 반면 저희는 장기적으로 신조를 검토하고 있었다. <향설란>호를 당분간 용선해서 쓰다가 신조로 전환한다는 구상이었다. 그런데 용선계약 연장이 안 된다고 하니 정말 난감하더라.

결국 <향설란>호 인수를 추진하기로 했으나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선주가 선박 매각을 공개경쟁입찰로 진행하지 않았나? 선주는 종전부터 선박을 매도하게 되면 선순위 구매자로 저희 회사를 선정하겠다고 수차례 공언해왔다. 하지만 실제로 선박을 팔게 되자 마음이 바뀌더라. 구매를 원하는 곳이 여러 곳 나타나자 곧바로 공개경쟁입찰로 틀어버린 것이다. 게다가 입찰 결과 선박이 경쟁사에게 낙찰됐다. 저희는 항로를 임시 휴항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된 셈이었다.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있나. 과거 선주사가 저희 회사에 매각의사를 수차례 표시했다는 점과 저희가 10여년 이상 선박을 운항하면서 고객의 인지도가 크게 제고됐다는 점을 강력하게 어필했다. 이런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저희가 선박을 구매하는 것으로 최종 결론이 났다. 회사가 존폐의 위기를 맞을수도 있었던 상황에서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Q. <향설란>호는 지난 십수년간 인천-옌타이항로를 취항하며 한중훼리의 성장을 이끌었다. 선박의 특징은?

저희가 이번에 구매한 <향설란>호는 독일에서 1996년 3월에 건조됐다. 인천-중국 항로를 오가는 카페리선 중에서는 두 번째로 젊은 선박이다. 특히 LOLO(Lift On Lift Off, 크레인으로 화물을 싣고 내리는 하역방식)선의 특징상 선박의 복원력이 좋다. 또한 선박을 개조한 적도 없기 때문에 안전성이 높은 선박이라 평가할 수 있다. 파나마 국적이며 총톤수는 1만6071t이다. 여객 정원은 392명이며 화물은 최대 293TEU까지 실을 수 있다.
▲하역작업을 진행 중인 <향설란>호


Q. 선박 안전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안전운항 계획이 궁금하다.

지난 7월 최종적으로 선박 인수를 마무리 지었다. 선박검사와 기타 전문가의 검사를 거쳐 내년 3월께 입거 수리와 재정비를 할 예정이다. ‘안전제일’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실천하는 카페리사의 모범이 되고자 중단없는 노력을 계속해 나가겠다. 구체적인 실천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첫째 선박안전조직 신설이다. 중국 옌타이에 총경리(사장)를 안전관리 책임자로 하고 해무,공무, 종합관리부서를 설치해서 6명 정도의 안전관리 전담인원을 배치해 운영할 계획이다. 둘째는 최대한 경험있고 숙련된 선장, 기관장 등을 칭다오 코스코 선원 중에서 선발 고용해 선박의 안전운항에 만전을 도모하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각종 선박안전규정에 부합하도록 시스템을 정비해 나갈 예정이다. 내년 5월부터 중국 ISM(국제안전관리규약) 심의가 있다. 해사 부문에서 발급하는 DOC(안전관리적합증서) 심사 기준과 교통운수부의 기업안전생산표준화 지침요구 수준으로 선박 안전관리시스템을 끌어올려 안전성을 크게 강화할 것이다.

Q. LOLO형 선박 특성상 하역시설 투자가 강화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LOLO 선형은 선박이 아무리 좋아도 하역시스템이 안 좋으면 원활한 물류에 차질이 발생한다. 선박의 구조상 하역 작업에서 크레인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이다.

선박이 조만간 입거수리에 들어갈 예정인데 그 기간 동안 하역시설을 보강해 전반적인 물류프로세스를 개선할 예정이다. 하역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인다는 데 한중 양국이 합의한 상태다.

인천항의 경우 본선크레인 외에 쇼어크레인을 추가 투입해 작업하고 있다. 향후 더욱 개선된 하역작업 시스템을 구축키 위해 크레인 기사를 고정 배치해 하역능률을 높이려고 한다. 갠트리크레인이 없는 인천은 우리 배에 특화된 숙련된 하역작업인력의 고정 배치가 더욱 필요한 실정이다. 중국에선 갠트리크레인이 하역을 맡고 있는데 지금까지 전용크레인 없이 하역이 진행돼 왔다. 앞으로 전용크레인을 확보해 안정적인 물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Q. 올해 <세월>호 사고로 여객선 시장이 타격을 입고 있다. 올해 실적은 어떤가?

<세월>호 사고에도 불구하고 저희는 고객분들의 성원에 힘입어 실적은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띠었다. 지난해 실적이 안 좋았는데 그에 따른 기저효과도 작용한 것 같다. 여객의 경우 10월까지 42% 늘었다. 중국 단체여행객의 한국 방문이 늘면서 <세월>호 여파에도 증가곡선을 그렸다. 화물도 서비스 개선과 일부 화주의 물량이 늘어나면서 10월까지 실적은 작년대비 19% 정도 늘어났다. 자동차 부품과 식품류 등이 실적 증가에 역할을 많이 했다. 전자제품이나 공산품 조립부문품 등도 많이 늘었다. 전통적으로 강세를 띠었던 임가공 화물은 약세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화물은 앞으로 한중 FTA로 시너지 효과가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Q. 향후 계획은?

저희가 이번에 선박을 구입하게 된 것은 전적으로 고객인 승객과 화주 분들이 지속적으로 저희를 지원해 주신 덕분으로 믿고 있다. 한중훼리 임직원은 고객들의 도움에 보답하기 위해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결초보은하는 마음으로 계속 노력해 나갈 계획이다. 궁극적으로는 선박을 신조해서 서비스를 최상으로 끌어올리는 게 우리의 최종목표이자 장래 희망사항이다.

Q. 업계나 당국에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앞으로 한중카페리항로가 발전하기 위해선 선박의 현대화와 사업의 규모화, 효율적인 안전관리 등이 선행돼야 한다. 또한 한중 양국의 균등한 지분 보유도 호혜평등 원칙에 입각한 한중항로의 특성에 비춰 지켜나가야하는 문제다. 앞서 선박 신조계획을 말씀드렸는데, 현재 한중 카페리항로의 척박한 경영 환경 때문에 선사들이 선박을 새롭게 건조하고 싶어도 자금이 부족하거나 수익성 확보에 자신이 없어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알아주시면 좋겠다. 따라서 당국에서는 앞으로 카페리 선사가 선박을 신규 건조할 때 최소한의 수익성이 확보될 수 있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해 주셨으면 고맙겠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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