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0-31 15:00

기획/ 유라시아 관문 극동러시아를 잡아라

한러 극동러시아 중심의 물류협력으로 시너지

●●●동북아에서 신흥 물류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극동러시아 지역에 대한 각국의 관심이 높다. 극동러시아는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는 시베리아횡단철도(TSR)의 시·종착지이자 거대 경제시장인 중국 동북3성(헤이룽장성, 랴오닝성, 지린성)을 배후에 두고 있어 아시아·태평양의 교통물류 관문이 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다.

블라디보스토크, 하바롭스크, 블라고베센스크, 야쿠츠크 나홋카 등을 아우르는 극동러시아는 러시아 영토 3분의1 이상의 면적을 차지하고 풍부한 천연자원을 확보하고 있다.

최근 극동러시아를 비롯한 북방지역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많은 국가들이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극동지역 개발에 나섰고 중국은 동북3성에 대한 지역발전 정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유라시아 공동체 구축, 신동방전략을 세우고 2012년 극동개발부를 설립했다. 2009년에는 ‘극동 및 바이칼 지역 사회 경제 발전 전략 2025’를 채택해 3단계 발전 전략을 세웠다. 2009년부터 2025년까지 극동 바이칼 지역에 농업 교통 물류 인프라를 구축하고 고용률과 투자율을 높여 지역 경제 선진화를 꾀한다는 방침이다. 러 연방정부에서 1274억달러를 지원하고 극동지역주정부에서 100억달러를 지원하는 등 총 3529억달러를 들인 대규모 개발 전략이다.

중국은 2004년 동북지역개발을 위해 ‘동북진흥계획’을 발표했다. 2020년까지 3단계에 걸쳐 교통물류 체계 및 주요 물류허브 건설에 중점을 두고 장기적으로는 러시아, 북한, 몽골 등 인접국가와 연계한 육상 및 해상통로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동북3성은 중국 전체 면적의 8%를 차지하고 있고 1억3천만명의 인구를 두고 있다.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줄고 있지만 동북3성지역의 GDP는 중국 전국 평균치 7.7%를 웃돈다. 동북3성의 발전이 가속화되면 GDP는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기업들도 동북3성에 많이 진출해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랴오닝성에는 3900여개, 헤이룽장성에는 130여개 기업이 진출해 있다. 외교부는 지린성 투자기업을 4700여개로 파악하고 있다. 중국 동북3성에 우리 기업이 몰리는 것은 이 지역이 몽골과 러시아, 북한과 연계해 동해로 진출할 수 있는 동북아 지역 핵심에 위치하고 있는 데다 지리상으로 가까워 물류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물자의 적시 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유라시아 3대 이니셔티브(하나의 대륙, 창조의 대륙, 평화의 대륙)를 발표하고 유라시아 네트워크와 협력을 강화해 물류 분야에서 유라시아를 하나의 대륙으로 연결하는 구상을 내놓은 바 있다. 극동지역은 석유 및 광물자원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대안지이며 유럽-아태지역을 연결하는 교통물류 요충지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아 정부와 물류기업들의 관심도 높다.

지난달 27일에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핵심 과제인 유라시아 복합물류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제1회 한러 물류협력 포럼’이 열렸다. 포럼에는 극동러시아 진출에 관심 있는 한국 물류기업과 한러 물류전문가들 200여명이 자리를 메울 정도로 극동지역에 대한 열기가 뜨거웠다. 
해양수산부 김영석 차관은 “러시아와는 TSR 연결, 전력망 연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합의한 바 있지만 지난 10년간 협력사업 중 많은 부분이 해결되지 않고 남아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언급하며 “장애를 극복하고 동반자 관계를 돈독하게 유지하기 위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극동러시아 인프라 개발 ‘급선무’

거대 소비시장인 동북3성을 배후로 두고 있는 극동러시아가 새로운 물류시장으로 성장 할 수 있는 가능성을 고려하면 극동러시아에 대한 관심을 줄어 들 수 없다. 정부는 러시아와 협력강화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하는 상황이다.

한러 협력강화의 일환으로 현재 남북한과 러시아 3각 협력 사업인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활발히 진행중이다. 11월 북한 나진항과 포항을 잇는 항로를 통해 러시아산 석탄 3만5000t이 운송될 예정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화주인 포스코의 화물운송 의뢰를 받는 대로 단기용선 형태로 벌크전용선 한 척을 확보해 나진-포항 항로에 투입하기로 했다. 나진-하산 프로젝트의 첫 사업이 될 러시아산 석탄 운송은 러시아 프리모르스키 지방 하산에서 나진항까지 54㎞ 구간은 철도를 이용하고, 나진-포항 간은 해상 운송하는 방식이다.

해양수산부 전기정 해운물류국장은 “러시아 진출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우리나라의 對러 투자는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서부지역에 집중 돼 극동 러시아 투자는 상대적으로 저조했다”며 “극동러시아지역의 인프라 제반여건이 갖춰지지 않아 항만 시설 이용은 높지만 물류활동은 부족했다”고 말했다.
전 국장은 “극동러시아로 통하는 물류 접점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특히 정부는 해운 물류 항만분야에서 극동러시아 진출을 활성화하기 위해 세부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해수부는 극동러시아 진출을 위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타당성 조사로 최우선 사업을 발굴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한러 공동 발전 마스터플랜을 도출하고 극동 5대 항만 현대화 마스터플랜도 구축 중이다.

전 국장은 “향후에도 여러 제반 여건 등을 고려해 러시아와 협력이 필요한 사항을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우리 물류기업의 극동 러시아 진출을 지원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양수산개발원 김성귀 원장은 “한러 수교 24주년을 맞아 양국은 경제적인 동반자 관계와 민간협력도 더욱 증진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에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내세우고, 러시아에서는 극동지역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물류분야에서의 양국 협력은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물류전문가는 환동해 성장과 더불어 동아시아 성장에 주목하고 있다”며 “러시아에 진출한 화주기업들에게 종합물류활성화와 항만물류 사업의 선진화를 통해 극동물류를 한 단계 끌어올리려 한다”고 말했다.
 

러, 극동선진개발구역 진출 기업에 파격 지원

한러 물류협력 포럼은 극동러시아 비즈니스 환경과 전망, 물류·인프라 프로젝트, 신규 사업진출 전략 등 3개의 세부주제로 진행됐다.
러연방 국가두마의회 안드레이 투마노프 정보통신위원회 제 1부의장은 “러시아의 전역에 걸쳐 교통물류 시스템을 구축해야한다”며 “물류에 IT기술을 접목해 서로 상호 보완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야한다”고 강조했다.

알베르트 라키포트 극동개발부 부국장은 물류기업에게 극동 선진개발구역(TAD)에 대해 소개하며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했다. 러시아에는 총 14개의 선도개발구역이 설치될 예정으로 러시아 정부는 TAD에 입주하는 기업에게는 파격적인 각종 세제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연방정부에서 10년간 영세율을 적용하고 지방정부 이윤세 상한선을 5%로 정했다. 사회세는 급여지급총액의 7.6%로 하향조정하고 지방세 및 토지세도 감면할 계획이다. 해당지역의 인프라 이용 관련해서도 특혜를 제공할 예정이다.

극동러시아는 풍부한 천연자원을 확보하고 있지만 혹독한 기후환경과 총인구의 5%를 차지하는 적은 인구, 인프라 미개발은 외국인 투자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극동러시아 지역의 자원 등의 잠재력 현실화를 위해서는 효율적인 물류체계가 필요하지만 서부지역과 경제발전에서 큰 격차를 보이고 있어 고립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여기에 부정적인 선입견으로 한국 투자자들은 극동러시아에 투자를 꺼리고 있다. 정부 간의 협력 자본 조달에 대한 문제도 여전하다. 자원 및 건설업 외에 산업에 대한 무관심과 부족한 인프라로 인한 장기투자가 우려되고 있다. 또한 불안정한 수요로 인한 가격 정책 실패에 대한 불안감도 크다. 정부의 협력 부족도 들 수 있다. 진출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이 아닌 보여주기식 지원과 정부와 기업의 견해 차이와 정치적 이유로 필요한 사업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신용도와 자본력이 있는 대기업만 살아남는 구조와 중견기업의 투자가 장기투자로 이어질 경우 자본 조달 및 조달금리 상승의 우려도 갖고 있다. 특히 러시아 파트너의 말 바꾸기와 현지 발생 법률과 행정처리의 전문성 결여도 기업들의 진출을 방해하고 있다.

삼일회계 법인의 명장호 이사는 “자문사로서의 경험으로 극동러시아 진출 실패를 줄이려면 극동러시아의 진출목적을 확립하고 지역적인 특징과 잘 알고 있는 산업에 도전해야한다”며 “신사업과 신지역에 대한 도전은 2배의 실패 확률을 가져올 수 있다. 낮은 생산성과 전문지식 결여 등  러시아인의 마인드는 우리와 다르다는 인식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면밀한 사전검토가 실패율 낮춘다

무엇보다 극동러시아 지역 개발을 위해서는 투명성을 제고하고 외국인 투자를 위한 제도적인 뒷받침이 따라야한다. 경제개발 계획의 성과물을 공시하고 외국인 투자 장려 정책도 마련돼야한다. 러시아 정부의 개발의지를 확인하고 러시아 기업의 한국 투자로 경제성도 확인해야한다.

한국 기업의 극동진출은 주로 유통 판매업 위주의 투자가 이뤄지고 있으며 물류사업의 경우 면밀한 사전 검토가 이뤄지지 않으면 실패 가능성이 높다.
K항만 개발 사업의 경우 연해주 지역 내 석탄전용 부두 개발 프로젝트로 러시아 측 소유주로부터 지분을 인수해 추진했지만 사전 사업 검토단계에서 사업자간 내부갈등 및 협상실패로 사업이 중단되기도 했다.

최근 극동러시아 지역의 물류시장 활성을 위한 사업개발이 활성화 되고 있다. 자루비노 항만 개발을  예로 들 수 있다. 자루비노항은 중러 국경으로부터 18km 떨어진 연해주 남부지역에 위치해 있는 부동항이다. 러시아 중국 북한과 국경선을 이루고 있고 일본과 한국과는 바다로 접경하고 있어 해상유통과 국외무역에 편리한 이점을 갖추고 있다. 현재 러시아 페스코그룹에서 개발을 중이며 2018년 1단계 사업 운영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중국은 러시아의 최대 교역국으로 양국간 교역규모는 2007년 480억달러에서 2013년 890억달러로 약 2배 이상 성장했다. 자루비노항에서 근접한 훈춘에 조성될 포스코현대상선국제물류단지 개발도 활성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극동러시아 물류시장을 활용한 북극항로 개발도 진행 중이다. 시베리아 북부 해안을 따라 대서양 태평양을 잇는 북동항로로 현재 국제항로로 개발돼 있지 않아 타 국가의 선박들은 거의 운항되지 않지만 약 90%는 러시아 무르만스크 해운 회사들이 이용하고 있다. 북극항로가 상용화 되면 극동아시아와 유럽 대서양 연안을 연결하는 최단거리인 북극항로가 열려 연료와 시간이 절약되고 자원의 개발이 용이해진다. 극동 거점항만 개발을 통한 기타 산업 발전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정지혜 기자 jhju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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