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보증기구 자본금 1조 확보 필요”

해운보증기구 자본금 출연이 당초 계획과 달리 지지부진한 가운데 여타 기금들을 활용하는 금융 상품을 개발하거나 민간 자본의 증자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자본금 증자를 꾀하거나 보증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 자본금은 1조원까지 확대돼야 안정적인 보증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 10월 17일 고려대학교 CJ 법학관에서 열린 제12차 선박건조금융법연구회에서 선박금융법 전문가인 법무법인 광장의 정우영 대표변호사는 “해운보증기구가 경기역행적인 투자가 가능할 정도의 덩치를 키울 필요가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정 변호사는 최근의 국가 재정을 고려할 때 단기간에 해운보증기구의 자본금 증액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신용보증기금 또는 무역보험 기금 등 수출기반 보험 등과 신디케이션 또는 위험분담거래(Risk Participation)을 통한 신규 보험 상품 개발이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벤처투자의 모태펀드 기금을 활용한 선박금융보증 상품 개발을 통해 (가칭)한국해운보증의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는 한편 보증 지원 폭은 확대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른 민간 자본의 참여 방법에 대해서도 제시했다. 그는 한계 기업의 자산을 인수해 대출 회수가 가능케 된 은행이나 톤세 제도 선택으로 이익을 취한 해운기업 등의 민간자본의 증자를 유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불황 시 담보인정비율(LTV) 보증상품을 유지하고 한계 해운기업 지원의 정책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선 회사채 보증 기능과 잔존가격보증(RVI) 기능은 제외하더라도 약 1조원 정도의 자기자본이 요구될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보증 비율과 보증 요율에 대해선 “시장 상황에 따라, 프로젝트에 따라, 시장 심리에 따라 변할 수 있다”며 “자유재량으로 둘 경우 배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만 규정화하기도 어려워 전문성과 경험에 기초한 노하우가 축적되길 기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 이외의 제도 보완 및 신상품 개발을 위한 태스크포스팀(TFT) 설립은 필요하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선가 및 운임의 장래 예측 기능 역시 매우 전문화된 영역이기에 많은 데이터 축적과 이를 분석하는 툴의 개발, 이를 뒷받침하는 하드웨어 구축이 절실하다고 얘기했다.
 
정 변호사는 선박투자회사와의 연계 운용 필요성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한국해운보증은 자체적으로 선박은행(Tonnage Bank)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법률적 기반이 약하고 현재 예상 자본금으론 한계 기업의 선박 매입 및 유지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자체의 보증 기능과 선박 투자회사의 운용 능력을 결합한 운용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가 수준의 신용도를 유지하기 위해 민간투자비율을 50% 미만으로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민간투자비율을 50% 이상으로 한다는 금융위원회 안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정 변호사는 회사채 신속 인수제도는 일정기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벌크선 탱커선 컨테이너선 시장 모두 확실한 회복 추세를 보이고 있지 않은 데다 해운 시장의 미래 예측이 매우 유동적이어서 안정화에 상당한 시간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해운보증이 회사채 보증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지만 해운사 회사채가 2조5000억원을 넘어서는 현실을 반영해 현재 운영 중인 신속인수제와 같이 불황 시 또는 회사채 시장 붕괴 시 해운사 회사채를 인수할 수 있는 제도가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해운보증기구는 금융위원회가 관련 예산으로 당초 계획했던 첫해 자본금(1000억원)의 3분의 1 수준인 300억원만을 편성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해운업 지원 기능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