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9-19 15:09

기획/ 조선시장 턴어라운드 언제쯤

‘약’에서 ‘독’된 해양플랜트···셰일가스 붐에 전망 ‘빨간불’
저가수주 반영되는 내년까지 시황 회복 ‘불투명’

●●●올해 회복기미를 보일 것으로 기대됐던 국내 조선업이 역풍을 맞고 있다. 국내 대형조선사의 올해 수주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중소조선소의 침체의 골 역시 깊어져만 가고 있다.

특히 해운시황의 회복이 불확실하고 셰일가스 개발 붐으로 인해 해양플랜트 수요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하반기 전망은 더욱 어둡기만 하다. 침체일로의 길을 걷고 있는 조선업이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릴 수 있을까.

대형조선사 올해 목표달성 ‘먹구름’

지난해 수주목표를 초과달성한 국내 대형 조선사의 올해 목표달성 소식은 듣기 어려울 전망이다. ‘빅3’로 불리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의 수주실적이 목표치를 크게 밑돌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상선과 해양플랜트를 골고루 수주한 국내 대형조선사는 수주목표를 조기에 달성했다. 대형조선사들이 모두 수주 목표를 채운 것은 지난 2011년 유럽발 경제위기 이후 2년만이었다. 에너지 개발에 대한 수요를 예측하고 특화된 기술로 해양플랜트 분야를 선점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대형 조선사들은 올해도 해양 에너지 설비 분야 등에서 발주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수주 목표를 지난해보다 높게 잡았다. 하지만 대형조선사들의 기대는 우려로 바뀌었고 올해 목표달성은 무산될 위기에 직면했다.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했던 해양플랜트 수주실적은 악재로 바뀌었고, 대형조선사는 지난해보다 못한 성적표를 받아들어야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현대중공업은 8월까지 12조5천억원(122억달러) 규모의 수주액을 기록했다. 올해 수주목표였던 25조6200억원(250억달러)의 49% 수준이다. 현대중공업은 상선 81척과 해양플랜트 6기를 수주했다. 컨테이너선 15척과 유조선 28척, 벌크선 7척, 가스운반선 27척 등 선박 81척과 해양플랜트 6기다.

대우조선해양은 5조9655억원(58억2000만달러)의 수주를 거뒀다. 올해 목표는 14조8625억원(145억달러)로 예상치의 40% 정도에 그치는 성과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해양플랜트로만 40억8천만달러를 벌어들였지만 올해는 단 한건도 수주하지 못해 실적악화로 이어졌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5일 미주 지역 선주와 대규모 해양플랜트 수주를 위한 협상을 벌였으나 제반 계약조건 등에 대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거래소에 공시했다. 

외신에 따르면 이번 협상에서는 FSRU(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저장·재기화 설비) 예상 수주 가격이 1기당 최소 2억5천만달러 수준으로 전해졌다. 8기의 수주계약을 체결했을 경우 최소 20억달러 규모의 대형 수주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2012년 100억달러가 넘는 해양플랜트를 수주했던 대우조선해양은 2년간 공들인 수주건이 실패로 돌아가며 수주건수는 0건에 불과하다.

8월까지 대우조선해양의 구체적인 수주 내역은 상선이 56억달러, 특수선이 1억7천만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일반 상선은 올들어 LNG선 12척, LPG(액화석유가스)선 10척, 유조선 8척, 컨테이너선 3척 등 총 33척을 기록 중이다.

삼성중공업은 연간수주목표를 15조3750억원(150억달러)로 정했으나 지난달까지 5조1250억원(50억달러)을 수주해 목표달성률 33.3%에 그쳤다. 조선 빅3 중 가장 저조한 실적이다. 금액 비중이 높은 해양플랜트는 드릴선 2척과 FLNG 1척 등 3척에 불과하고, 상선 부문에서 가격이 높은 편인 LNG선도 2척에 머물렀다. 나머지는 컨테이너선 5척, 유조선 3척, 가스운반선 6척 등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들은 하반기 대형 발주는 사실상 끝났다고 입을 모았다. 8월까지 수주량을 살펴보면 해양플랜트 및 국내 주력선종의 발주 부진에 따라 전년 동기 대비 금액기준으로 약 2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향후 남아있는 영업일수 등을 고려해 볼 때 다소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조선사의 수주 성과는 목표의 60~70%선에서 그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특히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10조2500억원(100억달러)도 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조선사 관계자는 “올해 상선과 해양플랜트 등에서 규모가 작은 수주계약은 몇 건 남았지만 굵직굵직한 수주계약은 거의 끝난 것으로 보인다”고 밝히며 “올해 심해투자가 줄어든 것과 셰일가스 영향 등이 해양플랜트 발주 감소로 이어져 목표달성 실패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중소조선사 RG발급 여전히 어려워

대형조선사 뿐만 아니라 중소조선사의 실적도 순탄치 못했다. 국내 중소조선소의 상반기 건조톤수는 전년 동기 대비 52.7%나 급감했다. 2분기말 439만CGT(수정환산톤수)의 수주잔량을 기록한 국내 중소조선소의 상반기 건조량은 130만DWT(재화중량톤수) 수준으로, 일부 조선소의 생산차질 등으로 인한 비정상적인 수치를 보였다. 상반기 수주량은 116만CGT로 전년 동기 대비 1.4% 감소했다.

상반기 누적 수주는 전년 동기 대비 소폭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으나 분기 수주량은 심각한 감소를 보이고 있는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 중소조선소의 수주는 지난해의 분위기를 이어가는 듯했으나 전체적인 신조선 수주가 2분기 이후 급감하는 양상이 중소조선 시장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중소조선소의 선수금환급보증금(RG) 발급은 여전히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소조선소들의 경우 선박 수주에 성공하고도 선주에게 제공해야 하는 선수금환급보증(RG)을 마련하지 못해 수주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또 선박 구입 계약시 선박 인도시점에 전체 대금의 60~70%를 지급하는 헤비테일방식으로 인해 중소조선업체들의 자금난은 한층 심각해지고 있다. 따라서 수출입은행 뿐만 아니라 국내 민간 금융기관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중소조선업계 관계자는 “외부 상황이 좋지 않고 최근 대형조선사가 어렵다보니 소형 조선소도 좋지 않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과거 조선소의 외형만 키우다보니 지금의 상황이 오게 됐다”고 전하며 “조선업이 호황일 때 여러 조선소에 금융지원을 하다 보니 도크의 수만 늘리게 됐다. 불황인 현재 도크를 늘린 조선소는 잘 되는 곳도 있지만 안 되는 곳은 울상을 짓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와중에 성동조선해양이 8월 세계 조선소 기준 신조선 수주잔량 순위에서 10위를 기록한 일은 중소조선업계에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성동조선해양은 174만CGT를 기록, 10위권에 진입하며 세계 조선소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성동조선해양은 올해에만 1조7천억원대의 수주실적을 올리는 등 경영정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앞서 성동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의 채권단은 선주 신뢰도 증가와 수주 경쟁력 증가를 기대하며 양사 합병을 논의했으나 좌절된 것으로 알려졌다. 합병에 따른 규모의 경제효과를 기대하기 힘들고 재무구조 개선에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신조선 수주잔량 순위에서 19위(128만2천CGT)를 기록한 SPP조선은 서울사무소 철수를 결정했다. SPP조선은 최근 수주부진 및 수익성 악화로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서울 영업사무소를 이달 안으로 철수하고, 고성조선소도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면 폐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셰일가스 개발 붐, 해양플랜트 수주에 악영향

해양플랜트 수주가뭄에 신음하고 있는 국내 대형조선사들은 최근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셰일가스 개발로 인해 더욱 어려운 시기를 보낼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국제 유가 흐름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오일메이저들이 셰일가스 개발 붐으로 인해 해양설비 발주 계획을 미룰 것이라고 내다봤다. 따라서 당분간 조선사들의 해양플랜트 수주는 평소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천연가스의 일종인 셰일가스는 석유에 비해 가격이 저렴할 뿐만 아니라 추정 매장량도 187조㎥로 기존 천연가스나 석유의 매장량과 유사하며 전 세계가 125년간 소비할 수 있는 양으로 추정된다. 최근 미국에서는 기술발전으로 인한 채굴비용 감소로 경제성을 확보하며 개발 열풍이 불고 있다.

셰일가스 개발로 미국내 생산 원유량이 급증해 1973년 시작된 원유수출 금지조치 역시 40년 만에 해제됐다. 업계관계자는 “오일메이저들이 셰일가스로 눈을 돌리면서 해양플랜트 수주가 감소하고 있다”며 “몇 년 전 해양플랜트 발주량이 늘면서 가격이 올라 선주들은 가격이 내려가길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해양플랜트 저가수주 역시 조선사들의 시황회복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국내 조선소들은 해양플랜트 설계를 대부분 미국이나, 영국 등 해외업체에 맡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적정 수주가격 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숙련된 엔지니어가 부족한 데다 건조경험마저 부족해 계약변경이 잦은 형편이다.

이 때문에 해양플랜트의 인도시기가 연장되는 경우가 많다. 해양플랜트의 핵심부분인 설계는 해외 엔지니어링 회사에 의존하다 시피하고 있어 국산화율이 약 30% 내외에 불과한 실정이다. 힘들게 수주를 하더라도 낮은 수익을 가질 수밖에 구조라 하루 빨리 설계인력 양성과 국산 기자재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영국 등에 해양플랜트 개발에 필요한 설계, 기자재 비용 등 핵심 로열티를 이들에게 지출하고 있는 것은 조선사의 실적악화의 한  배경”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저가수주된 해양플랜트가 실적에 반영돼 시황회복은 내후년쯤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조선업이 회복세로 돌아서기 위해선 해운 시황의 회복도 필요하다. 해운시황 개선에 맞춰 선박공급도 같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업계관계자는 “조선업은 글로벌 해운업의 영향을 크게 받는 업종으로 선복량 과잉해소와 운임 및 선가상승 등의 거시적 지표 회복이 가시화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연비나, 친환경 등 국제규정강화에 대해 선주들이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이것이 선발주를 유도할 수 있어야 하며, 선박발주시 필요한 선박금융 또한 확대돼야 한다”고 밝혔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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