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3다34839 판결 소개
가. 판결이유
(1) 국제사법 제60조 제1호, 제2호는 해상에 관한 준거법으로서 ‘선박의 소유권 및 저당권, 선박우선특권 그 밖의 선박에 관한 물권’ 및 ‘선박에 관한 담보물권의 우선순위’는 선적국법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국제사법 제8조 제1항은 준거법 지정의 예외로서 ‘이 법에 의해 지정된 준거법이 해당 법률관계와 근소한 관련이 있을 뿐이고, 그 법률관계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다른 국가의 법이 명백히 존재하는 경우에는 그 다른 국가의 법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각 규정의 내용과 취지에 비추어 보면, 선원의 임금채권을 근거로 하는 선박우선특권의 성립 여부나 선박우선특권과 선박저당권 사이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준거법은 원칙적으로 선적국법이라고 할 것이나, 선박이 편의치적이 돼 있어 그 선적만이 선적국과 유일한 관련이 있을 뿐이고, 실질적인 선박 소유자나 선박 운영회사의 국적과 주된 영업활동장소, 선박의 주된 항해지와 근거지, 선원들의 국적, 선원들의 근로계약에 적용하기로 한 법률, 선박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을 성립시키는 법률행위가 이루어진 장소 및 그에 대해 적용되는 법률, 선박경매절차가 진행되는 법원이나 경매절차에 참가한 이해관계인 등은 선적국이 아닌 다른 특정 국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앞서 본법률관계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다른 국가의 법이 명백히 존재하는 경우에는 그 다른 국가의 법을 준거법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2) 원심은, 이 사건 선박의 소유자인 에메랄드 라인 오버시즈 인코퍼레이션은 편의치적을 목적으로 설립된 서류상의 회사(이른바 페이퍼컴퍼니)에 불과해 선적국인 파나마국과 별다른 관련성이 없는 점, 이 사건 선박의 실질적인 소유자이자 용선자인 퍼스트쉽핑은 대한민국 법인으로서 그 대표이사와 임원진 모두 대한민국 사람인 점, 이 사건 선박은 주로 대한민국에서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 지역을 항해하면서 화물을 운송하는데 사용됐을 뿐이고 파나마국의 항구를 거점으로 운항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이 사건 선박의 선장과 기관장인 원고들을 포함한 이 사건 선박의 선원들은 대한민국 사람이거나 동남아시아 사람들이고 선원들 중 파나마국 사람은 없는 점, 퍼스트쉽핑이 작성한 선원고용계약서에는 그 계약서에서 정한 것 이외의 사항은 대한민국 선원법 및 근로기준법에 따른다고 규정돼 있어서 선장과 기관장인 원고들의 고용관계에 관해는 대한민국 법률이 적용되는 점, 이 사건 경매절차는 대한민국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피고를 포함해 경매절차에서 배당에 참가한 채권자들 대부분이 대한민국의 법인이거나 국민이고 파나마국과는 별다른 관련성이 없는 점 등 그 판시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원고들의 임금채권을 근거로 하는 선박우선특권의 성립 여부및 그 선박우선특권과 피고의 근저당권 사이의 우선순위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법은 선적국인 파나마국 법이 아니라 대한민국 상법이라고 할 것이므로, 이에 대해는 국제사법 제8조 제1항에 따라 대한민국 상법을 적용해 판단해야 하고, 대한민국 상법에 의하면 원고들의 임금채권은 선박우선특권 있는 채권으로서 피고의 근저당권보다 우선하므로, 피고의 근저당권이 원고들의 채권보다 선순위임을 전제로 작성된 이 사건 배당표는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선박우선특권의 성립여부나 그 준거법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위법이 없다.
나. 평석
(1) 우리나라 상법 제861조 1항은 “다음의 채권을 가진 자는 선박 그 속구, 그 채권이 생긴 항해의 운임, 그 선박과 운임에 부수한 채권에 대해 우선특권이 있다”고 하면서, 제2호에서 선원 기타의 선박사용인의 고용계약으로 인한 채권을 규정하고 있어, 선원의 임금채권은 제한없이 선박우선특권의 피담보채권으로 인정하고 있다.
(2) 한편, 파나마의 경우 파나마 상법 해상편 제244조는 선박우선특권의 종류와 순위에 대해 다음의 채권들은 선박에 대해 우선특권을 가지며 이 조에서 명시한 순서에 따라 매각대금에서 배당받는다고 규정하면서, 제3호에서 마지막 항차 동안의 선장과 선원들에게 지급돼야 할 임금, 지불금 및 배상금(Salaries, payments, and compensations owed to the Captain and crew members for the last voyage)을 규정하고 있어, 파나마는 우리나라와 달리 선원의 임금채권 중 마지막 항차 동안의 임금에 한해 선박우선특권의 피담보채권으로 인정하고 있다.
(3) 위 판결은 선적국법인 파나마법이 선박우선특권으로 인정되는 임금채권의 범위를 마지막 항차로 한정한 것에 대해 국제사법 제8조 제1항의 준거법 지정의 예외조항을 적용해 그 법률관계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대한민국법에 따라 선박우선특권으로 보호되는 임금채권의 범위를 확장한 것으로 대한민국법에 따라 규율되는 임금채권자의 보호를 위해는 필요한 법해석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편의치적이라 해 함부로 선적국법주의를 부정하면 법적 안정성을 해치게 되므로 그 법률관계에 따라 개별적, 구체적으로 예외 인정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4. 입법론
입법론상으로는 선박우선특권의 종류와 순위에 관한 준거법을 선적국법에 의할 것이 아니라 법정지법(lex fori)에 의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편의치적의 경우 그 선박이 선적국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할 수도 없고 저당권과는 달리 선적국법에 의하더라도 공시되지 아니하기 때문이다.
또한, 선박수리 등을 의뢰하는 선주나 선박수리업자의 입장에서는 수리를 행하는 장소의 법에 의해 우선특권이 되는지 여부에 관해 결정할 것을 당연한 것으로 인식하고 선박수리를 의뢰하고 또 이를 행하는 경향이 있으며, 많은 선박들이 세무나 행정 등의 편의를 위해 자신소유의 선박들을 편의치적해 선적국과 실제 소유국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는 현실 등을 감안하면 법정지법에 의해 우선특권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일 것이기 때문이다.
영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에서도 선박우선특권의 성립여부나 순위는 법정지법에 의한다. 영국의 경우 법정지법주의에 입각해 선박우선특권을 영국법에 따라 인정여부를 결정하며, 캐나다도 저당권과 선박우선특권의 순위관계에 관해 법정지법에 따라 결정한다고 하고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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