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해양부 차관 퇴임 후 해운조합 수장이 된 주성호 이사장. 취임한 지 두 달을 맞은 주 이사장은 연안해운에 대한 정부 관심이 커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성호 이사장은 8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64년 역사와 업적을 바탕으로 해운조합이 선주협회나 KP&I 못지않은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이 같이 말했다.
“지난 3월 공무원을 그만두고 어렵게 여기에 왔다. 여기와서 반성을 많이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해수부에서 근무할 때 연안해운에 대한 정책적인 관심과 배려가 부족했다는 점이다. 해운항만청부터 해수부 국토부를 거치면서 연안해운에 대한 정책적인 배려가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
KP&I와는 경쟁 아닌 동반자 관계
주 이사장은 이날 조합의 사업내용과 성과를 소개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특히 해운조합의 선체 및 선주상호보험(KSA Hull․P&I)에 대해 “해운조합 공제사업에 대해선 이정도까지 성장했을 거라곤 생각 못했는데 큰 성장을 일궜다”고 높이 평가했다.
“해운사 CEO(최고경영자)들과 만나보니 해운조합은 연안해운 내항 사업만 하는 게 아니냐고 많이 얘기하더라. 아직까지 업계 이해도가 많이 부족하단 걸 느꼈다.
해운조합 P&I의 경우 장금상선 폴라리스 등 외항업계 선사들이 다 들어와 있다. 외항상선업계 대부분이 가입해 있고 연안해운 회원사 대부분이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공격적으로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내년부터 연안선박 현대화 이차보전사업과 연계해 건조단계에 있는 선박까지도 인수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 하역장비의 유지장비 관리책임을 지고 있는 하역사를 대상으로도 종합보험업계로서 인수를 해보려고 준비 중이다.
하역사들은 민간보험에 대부분 가입돼 있다고 하더라. 항만물류협회와 협의하고 개별업체와 접촉해 내년 정도 상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그는 공제사업은 제일 중요한 게 자금의 안정성이라며 해운조합의 낮은 손해율을 장점으로 꼽았다.
“선원보험과 P&I 등의 평균 손해율이 70~75% 수준인 반면 해운조합 공제손해율은 65~70% 밖에 안된다. 유보자금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고, 재보험에 다 가입하고 있기 때문에 신뢰도 문제는 걱정안해도 될 것 같다.”
주 이사장은 한국선주상호보험조합(KP&I)과의 관계 정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경쟁이 아닌 협렵관계란 생각이다.
“KP&I와 경쟁하려고 하지 않는다. 전체 국내 P&I 시장이 1800억원인데 해운조합이 450억원 즉 23%, KP&I가 360억원인 20%다. 나머지는 해외로 나가고 있다. 해외로 가거나 무보험인 선박들을 유치하자는 전략이다.
해운조합과 KP&I는 최근 가입 선박에 대한 정보를 교류하는데 협력하는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국제협약 재개정, 항행안전 등에 대해 정보를 공유하려고 한다. 해외로 나가는 P&I 건수를 줄이려고 같이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도 상호 협력관계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연안선박 현대화 선원부족 해결에 역점
그는 또 공제사업 외 역점사업으로 선박현대화와 여객터미널 개선, 선원 공급문제 개선 등을 꼽았다.
“역점사업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나눌 때 하드웨어 쪽에선 선박확보와 터미널 개선을 들 수 있다. 화물선은 노후화되고 소규모 영세선박이 많으며 여객선의 경우 영세 노후화된 잔존선박이 많을 뿐 아니라 이용자 측면에서 봤을 때 터미널 이용에 불편함이 많다.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원활한 선원공급 문제가 있다.”
주 이사장은 이차보전사업을 통해 연안해운사의 선박현대화를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드웨어 개선을 위해 연안선박 현대화 2차 보전사업은 계속 진행하려고 한다. 예산을 500억원까지 확대하고 연안화물선업계의 현대화를 위해 노력하겠다. 여객선은 민간부문에서 현대화를 많이 하고 있다. 초고속선이 개발돼 제주 홍도항로에서 운항하고 있다. 관광부문에선 낙도 등에선 개선이 됐지만 차도선 등은 노후화된 선박이 많다.”
그는 선원난 해결을 위해 4~5급 해기사 양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프트웨어적으로 해기사 부족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닌 고질적인 문제다. 연안여객선에선 4급 5급이 많이 필요하다. 정부에서 하는 건 오션폴리텍으로 3급 이상 고급해기사로 치우쳐 있다.
해운조합은 직접 자금 투자해서 해양수산연수원과 연계해 4급 5급 해기사 양성사업을 추진하려고 한다. 교육과 재취업을 해운조합이 책임지는 사업을 내년 2월부터 추진하려고 한다.”
주 이사장은 여객선 터미널의 서비스 개선도 시급한 현안문제라고 지적했다.
“연안여객터미널 개선도 하고 싶은 사업이다. 제가 생각하는 연안여객터미널 모습은 국내선 항공기 이용객들이 누리는 공항시설 정도는 가야한다고 본다.
항공기를 이용하는 공항시설은 무거운 짐을 들고 다니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여객터미널은 짐을 직접 들어야 하고 매표를 한 뒤 500m를 걸어야 하고 비가 오면 비를 맞아야 한다. 도서주민 뿐 아니라 관광객도 마찬가지다. 캠핑이나 여행가는 분들이 배낭메고 머리에 짊어지는 50~60년대 풍경이 연안여객터미널 모습이다.
덩치는 커졌는데 운영시설은 50년대 60년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시설 개선이 하루 아침에 되진 않겠지만 운영방식이라도 바꿔서 편의를 개선해야 한다.
컨베이어벨트 설치가 당장 힘들면 인력을 투입하거나 포크리프트나 타이탄 트럭, 리어커를 동원해서라도 먼거리를 걸어가야 하는 불편함을 개선해 나가는 게 필요하다. 예산문제가 쉽진 않을 거 같지만 조그만 사업이라도 연안여객터미널 사업을 제 임기중에 해보려고 한다.”
그는 마지막으로 해운조합의 경영성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경영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우리끼리만 이불 덮어쓰고 만세부르는 시대는 지났다. 다 오픈하고 조합원의 회비만 받아서 운영하는 폐쇄적인 조합운영에서 벗어나자는 취지로 기자분들을 자주 초청해서 경영실적 분석 자료를 공개하고 도움을 받도록 하겠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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