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0-08 09:33

칼럼 / 중국 ⇔ 유럽 ‘실크 철도’ 따라 금(돈)맥이 흐른다!

수필가 白岩 / 이경순

수필가 白岩 이경순.

인류 역사는 지정학적으로 15세기까지만 해도 이집트를 껴안은 지중해를 포함한 유라시아가 세계의 전부였다. 기원전 2세기부터 14세기까지 실크로드는 유럽과 아시아의 문화와 물자가 소통한 통로였다. 워낙 멀고 험한 길이지만 부와 명성을 노린 모험 행렬은 끊이지 않았다. 이후 기독교 세력의 최전선이던 비잔티움 제국이 멸망하면서 비단길은 이슬람에 넘어간다. 수송로가 막힌 후유증은 컸다. 특히 향신료의 가격 폭등은 유럽인들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결국 다른 수송로를 찾아 나섰고 포르투갈이 맨 먼저 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 인도양에 이르는 해상수송로를 개척하면서 변방국가에서 유럽의 강자로 떠올랐으며 유럽 국가들이 아시아를 식민지화하는 루트가 됐다. 이처럼 수송로는 국가의 흥망을 좌우한다. 21세기에 황해(黃海)는 15세기 이전의 바로 그 지중해(地中海)다.

고대부터 중국과 중앙아시아, 유럽 대륙을 연결하는 세계적 교역로였던 실크로드(비단길)가 수백 년 만에 다시 부활하고 있다. 21세기 들어 실크로드 부활의 원동력은 바로 철도다. 최근 중국에서 유럽까지 연결하는 철도수송로가 적극 개발되면서 실크로드는 다시 세계무역의 중심 루트로 주목을 받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도 지난 7월 21일자(현지시간)에 실크로드 특집 기사를 실었다. 비즈니스면(面) 톱기사로 3개면에 걸쳐 이를 상세히 보도했다. 제목도 “실크로드 위로 새로운 보물을 싣고 달린다”였다.

이 신문은 미국의 컴퓨터 관련 제조업체 휴렛패커드(HP)가 적극 개발한 철도 운송루트를 집중 소개했다. HP는 중국서부의 거점도시 충칭(重慶)에 위치한 대만  업체 폭스콘의 공장을 통해 노트북 등을 생산하고 있다. 그동안 이곳에서 생산된 제품을 유럽에 수출하려면 해양운송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제품을 중국 연안 항구로 옮겨서 컨테이너선에 선적해서 남중국해, 동남아시아, 인도양, 수에즈 운하, 유럽까지 가야하는 장거리 항로다. 하지만 HP는 최근 충칭의 기차역에서 제품을 화물열차에 실어 바로 네덜란드까지 보내는 ‘실크 철도’에 본격 나섰다. 충칭에서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과 동부유럽 국가들을 거쳐 네덜란드까지 뻗어있는 철도들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총 연장 1만1265㎞에 대략 21일이 걸리는 코스다.

물론 아직 단일 노선이 개통된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국경을 통과하면서 몇 차례 화물을 옮기거나 열차의 바퀴도 조정해야한다. 그래도 해상운송에 비해 소요 기간이 2주나 빠르다. 더구나 이 해양 운송로는 태풍 등 악천후나 해적들의 공격 등으로 인해 정시성이 떨어졌던 약점이 있었다. 따라서 이번에 개발한 철도 루트는 정시성과 경제성이 훨씬 훌륭하다는 평가다.

세계적 운송전문기업 DHL도 ‘실크 철도’에 뛰어들었다. DHL은 지난 달 20일 중국의 서부 중심도시 청두(成都)에서 출발, 카자흐스탄을 거쳐 폴란드를 종착점으로 하는 특급 화물 열차를 매주 운행한다고 발표했다.

이뿐만 아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지난 18일 정저우(鄭州)를 출발해 중국과 유럽을 잇는 총연장 1만214㎞의 화물열차 노선이 18일 개통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번 철도 실크로드 개통으로 유럽과의 경제교류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은 올해 이 화물 열차 노선을 14차례 시험 운행하고 내년부터 연 50차례 이상 본격적으로 운행할 계획이다. 중국 당국은 올해 이 노선을 통한 수출입액은 1억 달러가 넘고, 내년에는 10억 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같은 ‘철도 실크로드 프로젝트’는 중국 정부가 사활을 걸고 있는 ‘서부대개발’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중국 서부 내륙의 물류 경쟁력을 위한 새로운 인프라로 적극 활용되면서 실크로드도 새로운 황금기를 맞을 전망이다. 이 철도노선은 중부 허난(河南) 성 정저우(鄭州)를 출발해 신장(新疆)위구르족 자치구의 아라산커우(阿拉山口)세관을 통해 카자흐스탄으로 들어간 뒤 러시아 벨라루스 폴란드를 거쳐 독일 함부르크까지 이어진다.

이날 오전 10시 48분 첫 열차 ‘80601’호는 자동차부품, 고급신발과 모자 등 1430만 위안(약 26억 원)어치 화물 614톤을 41개의 컨테이너에 싣고 출발했다. 이 화물들은 허난 저장(浙江) 푸젠(福建) 성 등의 10여개 기업이 수출하는 것으로 목적지는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등이다. 이 열차는 19일 후인 8월 6일 독일 함부르크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열차 운송은 각국 세관 통과와 열차 바퀴 교체 등으로 짧게는 15일, 일반적으로 16∼18일이 소요된다. 선박을 이용할 때에 비해 20일 안팎이 줄어든다. 운송비는 화물 트럭을 이용한 육로 수송보다는 컨테이너 당 2000∼3000위안(약 36만∼55만 원)이 절약된다.

향후 서부지역이 얼마나 변할지는 가늠조차 힘들다. 이 지역에서 만든 제품이 유럽까지 운송되는 데는 현재 5주(週)에서 3주(週)로 크게 단축될 것이며, 향후 더욱 줄어들 것이다. 시속80㎞의 열차는 점차 고속철로 바뀔 테고, 국경 통관 시간도 단축되고 국가 간 철로궤도 차이도 결국 해결될 것이다. 실제 카자흐스탄·러시아·벨라루스·폴란드 등은 벌써 이 황금 노선에 편입코자 자국 철도를 개량하고 통관 절차 정비에 나서고 있다.

이렇게 실크철도가 힘을 발휘한다면 한반도는 유라시아대륙의 머리가 아닌 꼬리로 전락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오래 전부터 한반도종단철도(TKR)를 복원해 러시아의 TSR, 중국의 만주횡단철도(TMR)·중국횡단철도(TCR)와 잇고 일본과 해저터널로 연결하는 ‘동북아~유럽철도 실크로드’ 사업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불안정한 남북관계 때문에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나진항이 중국 북동부 내륙과 러시아의 태평양 진출기지, 동북아~유럽 환적화물기지로 발돋움하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전자, 자동차, 기계 등 우리와 경쟁 관계에 있는 유럽의 제품이 철도를 통해 쉽게 중국으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크철도를 호기심 깃든 나그넷길로만 바라볼 게 아니라 그 파급력을 짚어보며 북극해 루트를 좀 더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인천항 수심(水深)을 2m 더 준설해 16미터 국제항만으로 만들어 인천을 ‘동북아 물류 허브(Hub)’로 만드는 대비책을 서둘러야 할 때다.

위 칼럼 내용은 당사의 견해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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