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01-27 17:25
방희석 중앙대학교 교수
인간이란 선택의 반복 속에서 살 수 밖에 없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무수한
선택을 해야 하는 것에 자유롭지 못하며 이를 회피할 수 도 없다. 그리고
선택은 아주 중요하고, 그러한 선택은 인생에 있어서 결정적인 것과 일상적
이며 반복적인 것이 있을 수 있다. 선택의 결과는 자기 자신의 삶에 미치
는 영향 이상으로 이웃과 남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 하나
소홀히 결정되어서는 안된다.
컬럼버스가 세계사를 변화시켰고 인류에 크나큰 영향을 주었던 그의 선택
에 대해서 회고해 보자. 리스본 해협에 큰 바위가 있었는데 거기에는 다음
과 같은 문구가 쓰여 있었다고 한다. "이제는 끝입니다. 이 너머에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1492년 컬럼부스는 그 항구에서 자그마한 배에 오
르면서 이렇게 외쳤다고 한다. " 이 바위에 새겨진 글은 사실이 아닙니다.
여기는 끝이 아닙니다. 이 너머에는 위대한 희망의 세계가 있습니다." 그
후 새로운 항해를 선택했고 신대륙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영화 타이타닉(Titanic)은 아직도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케 한 영화인
것으로 기억되고 있다. 90여년 전 그렇게 화려하게 건조된 선박이 첫 항해
에서 1500여명이란 생명을 앗아간 재난으로 다가올 줄이야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J.P 모건은 타이타닉호를 "가라 앉을 수 없는 배"로 명명할 만큼
자부심이 강한 상태에서 선박건조계획을 세웠다. 1909년 3월에 건조식을 하
고 1911년 5월 진수식과 1912년 10월 첫 출항에 이르기까지 타이타닉호는
그 당시에는 상상하기도 힘든 거대하고 호화스러운 선박이었다. 2208명의
승무원과 승객을 태우고 사우스엠튼항에서 뉴욕항으로 항해가 시작될 때만
해도 화려하고도 자만심이 가득찬 "가라앉을 수 없는 선박"은 결국은 상상
하기도 힘든 1500여명의 인명을 앗아간 항해역사의 비극으로 남게 되었다.
완전한 선택이고 상상하기도 어려운 것들도 선택하는 목표와 방향으로 가지
않는 경우가 너무나 많을 수 있다. 타이타닉호의 재난의 원인은 얼마든지
인간의 지혜로운 선택이 있었다면 막을 수 있는 인재였던 것이다. 항해의
결빙주의보를 무시하는 선택이 그렇게 큰 재난을 가져왔던 것이다. 역설적
으로 사고 후 90년이 지난 현재 그 선박을 소재로 영화화되어 우리에게 감
동으로 다가왔던 것은 극중 남자배우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여자친구
인 케이트 윈슬렛트를 위하여 목숨이 다하는 순간까지 최선과 가치있는 선
택을 보여줌으로써 이를 보는 관객들로 하여금 진한 감동을 선사하였다. 그
러한 사랑의 선택은 정의의 승리였고, 인간을 겸손케 하는 것 이었으며 목
숨을 바치며 사랑의 가치를 선택하는 고귀함으로 타이타닉호의 비극은 사랑
의 가치로 승화되었다.
선택이란 상황은 다양하게 주어질 수 있다. 선택에는 자기확신이 없이 군
중심리
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진실이 있을 수 없고 단편적인 경
우가 많다. 또한 출세지향적인 선택이 있을 수 있다. 살아 가다 보면 출세
를 위해서 가리지 않고 남을 밟고 넘어가는 선택을 하며 인생을 즐기는 괴
팍한 者도 있다. 선택에는 양심 회피적인 선택이 있을 수 있다. 양심이란
내면적의 존재속에 있는 신(神)이 주신 목소리라고 정의하는 자가 있다. 즉
내심에 꺼리는 선택을 과감히 버리고 마음에 깨끗한 선택을 하면서 살아
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다. 인생에서의 선택은 너무나 단편적이고 단
견적인 것이 되어서도 안되고 일정 순간을 넘기기 위해서만 비양심적인 선
택을 해서도 안될 것이다. 미래를 바라 볼 수 있는 긍정적인 선택을 인간은
주저해서는 안되겠다. 그것이 바로 비전이 될 수 있고 빛나는 미래를 만들
수 있는 시작이며 연결고리라고 믿는다. 나치 독일 수용소에 갇혀 있던 유
명한 심리학자 빅터 프랭클(Victor Francle)이라는 사람은 감옥안에서 삶을
포기하고 죽음을 스스로 선택하는 者들에게 " 창밖의 하늘과 빛나는 별들
을 바라 보라" 라고 외치며 죽음 대신에 희망의 삶을 선택하라는 소리에 죽
음을 극복한 일화가 있다. 또한 종교개혁자 마틴 루터는 개혁 말기에 지쳐
서 모든 것을 포기하라는 유혹 앞에서 절망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었다. 그때 그의 아내가 상복을 입고 방에 누워 있는 루터에게 들어오자,
루터는 누가 죽었냐고 묻게 된다. 그때 아내는 "하나님이 돌아가셨다" 라
고 답한다. 그것에 루터는 "하나님은 돌아가시지 않고 살아 계신다" 라고
외침으로써 종교개혁을 마무리 할 수 있는 선택을 했던 것이다.
삶의 자리를 쉽게 버리고 이웃과 동료를 배신하고 자기 욕심과 유익만을
위한 이기적인 선택으로 인하여 그 많은 者들이 어려움을 당했던 사건들을
매스컴을 통하여 접하게 된다. 그 엄청난 결과는 결국 소홀하고 양심 회피
적인 물질과 명예 지향적인 선택에서 비롯된 것이며 이것을 참 인간은 경계
해야 한다.
지도자가 되는 첫 번째 조건이 있다면 바른 선택이 가능한 능력과 자질일
것이다. 만델라와 간디가 존경받는 지도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원칙중심
의 지도력(Principle-Centered Power)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들의 선택은
믿음과 존경에 바탕을 두었고 성실과 헌신으로 이루어 지는 것이며 그것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지속될 수 있는 가치있는 것이었다. 베스트 셀러
작가인 스티븐 코비의 "소중한 것을 먼저 하라" 란 책에 흥미로운 일화가
있는데 그것은 아버지와 출가한 딸과의 대화를 소개한 대목이다. 딸은 아
버지에게 세 번째 아이 때문에 빼앗기는 시간에 대한 아쉬움과 불평을 토로
하였다. 이에 대해 코비는 "시간관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생의 방향을 바
로 잡는 것이다." 란 충고를 한다. 참으로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인생이 있
다면 그것은 시간을 따라 바쁘게 목표의식 없는 선택보다는 인생의 올바른
방향과 목표에 적합한 가치있는 선택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이 인생을 두 번 살 수 있다면 시행착오적인 선택을 반복하면서 삶을
영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오는 순서는 정해져 있지만
가는 순서는 아무도 모르고 예약도 되어 있지 않다. 그것도 한번 밖에 존재
할 수 없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너무나 주관적이고 일방적으로 선택하여
지도자의 길을 걸어왔던 많은 위정자들의 결과와 말로를 보면서 바른 선택
의 중요성과 가치를 느끼곤 한다. 솔로몬의 잠언서에는 "지혜로운 아들은
아비를 기쁘게 하거니와 미련한 아들은 어미의 근심이니라. 불의의 재물은
무익하여도 의리는 죽음에서 건지느리라" 라는 말이 있다. 이를 생각해 보
면 우리 인간이 무익하고 허망된 선택으로 인하여 감수해야 될 결과를 미리
생각해 본다면 그러한 시행착오를 회피할 수 있는 마음밭이 필요하다. 이
웃을 기쁘게 하고 불의보다도 정의편에서 선택하는 삶이 아름답고 진정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살아가야 한다고 스스로 선언하고 실천하는
것이 진정한 삶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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