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봄기운이 예년보다 빠르게 3월의 문을 노크했듯 한러항로의 꽁꽁 언 비수기도 벌써부터 녹고 있다.
다른 항로와 마찬가지로 한러항로의 비수기는 겨울철이다. 그 중 12월부터 2월은 극비수기로 꼽힌다. 1월이 되자마자 2주간 신년 연휴와 러시아정교 크리스마스 연휴가 시작되고 1월 말과 2월 초에는 중국과 한국의 구정 연휴가 끼어있다. 거기에 러시아 특유의 혹한으로 겨울은 그야말로 비수기일 수밖에 없는 것.
이 비수기는 봄이 되면 서서히 풀려 5~6월부터 물동량이 늘어나 7~8월 들어 고점을 찍는다. 올해는 이 같은 움직임이 벌써부터 시작됐다.
한-러항로에 취항 중인 선사 관계자들은 “블라디보스토크의 경우 특히 비수기가 빨리 막을 내렸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극동러시아(블라디보스토크, 보스토치니) 3월 물동량은 약 5천TEU로 2월 4천TEU에서 한 달 새 1천TEU가량이나 늘어났다.
지난해 3월 블라디미르 푸틴이 재임한 이후 러시아 정부는 낙후한 극동지역 개발을 위한 국가발전 대전략 차원에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유치하는 등 향후 아태지역 중심 국가로 부상하려는 야망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앞으로 있을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이나 2018년 월드컵 등 향후 수년간 러시아 전역에서의 건설, 인프라 구축 경기는 지속 성장할 예정이라 해운·물류 업계는 반색을 표하고 있다.
다만 3월에는 물동량이 늘어났지만 운임은 눈에 띄게 증가하지 않았다. 지난해 3월의 경우 동절기할증료(WSS)는 부과하지 못했지만 GRI 명목으로 20피트 컨테이너(TEU) 당 50달러, 40피트 컨테이너(FEU) 당 100달러씩 운임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 올 3월엔 GRI를 시행하지 않지만 지난해 12월부터 부과되던 동절기할증료가 3월31일까지 지속된다.
이 같은 노력으로 현재 한국-블라디보스토크 간 운임은 선사소유 컨테이너(COC) 기준 TEU 당 750달러, FEU 당 1200달러 수준이다. 한국-보스토치니의 경우 TEU 당 600~650달러, FEU 당 1000~1100달러 정도다. 두 곳 모두 운임이 크게 인상되지도 낮아지지도 않고 평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선사 관계자는 말했다.
1분기 중에는 GRI가 행해지지 않았지만 2분기 중에는 시행될 조짐이 보인다. 한 선사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바는 없지만 4월 말에서 5월 초 사이 한국-블라디보스토크 노선에서 GRI가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한편 2012년 1월1일부로 동해해운이 소멸된 이후 1년이 넘은 현재, 한 지붕에서 각각 분가한 현대상선과 페스코 양 측 모두 성공적인 성과를 내놨다. 2011년까지만 해도 동해해운의 한-러항로 점유율은 30% 안팎이었는데 2012년에는 현대상선과 페스코가 각각 시장점유율을 20%씩 꿰차 결과적으로 양 사 모두 성장한 셈이다.
페스코는 러시아 내 자체 철송 물량을 증대하는데 주력했고 현대상선은 장점인 환적 서비스를 적극 활용해 이 같은 결과를 이끌어냈다. 특히 현대상선의 경우 지난해 11월부터 보스토치니에 현지법인을 설립, 약 3개월여가 흐른 지금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다만 페스코가 블라디보스토크컨테이너터미널(VCT)의 지분을 100% 소유한 이후 ‘반(片) 독점’식 선사 편중이 만연해 올해엔 고려해운마저 재계약에 실패, 현재 블라디보스토크항에는 페스코와 현대상선, MCC트랜스포트 세 선사만 기항하고 있다.
한편 지연됐던 스테나대아라인의 속초-자루비노·블라디보스토크 카페리 신규 취항이 드디어 지난 19일 이뤄졌다. 스테나대아라인의 신규 노선에는 1만6485t급 카페리선 <뉴블루오션>호가 운영된다.
여객은 총 750명이 탑승할 수 있으며, 182TEU의 화물을 실을 수 있다. <뉴블루오션> 운항일정은 속초(화)-자루비노(수)-속초(목)-자루비노(금)-속초(토)-블라디보스토크(일·월) 순이다. 스테나대아라인은 스웨덴 스테나그룹의 한국법인인 스테나코리아와 대아그룹이 합작 설립한 회사다. < 김보람 기자 br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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