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3-14 14:58

기획/ 선사들 운임인상 ‘장전’

이달부터 대대적 GRI 예고…원양·근해 전방위 도입
유럽항로 운임수준 1000달러 밑으로 떨어져

●●●바야흐로 운임회복의 시즌이 돌아왔다. 정기선사들은 지난 겨우내 움츠렸던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선사들은 앞 다퉈 운임인상(GRI)을 발표하고 있다. 선사들은 전방위 항로에서 운임 회복을 벼르고 있다.

정기선사들은 지난해 기대했던 만큼 실적 개선을 일구지 못했다는 평가다. 머스크라인이나 오오씨엘 등 일부 선사를 제외하고 여전히 적자의 늪에서 허우적댔다.

한진해운은 영업손실 1098억원, 당기순손실 6380억원, 현대상선은 영업손실 5197억원 당기순손실 9989억원을 기록했다. 싱가포르 APL도 2억7900만달러의 영업손실을 내며 지난 한 해를 마감한 것으로 파악됐다.

유가가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올 한 해 경기 전망도 좋지 않아 선사들의 올해 영업성적표도 큰 폭으로 나아지긴 어려울 것이란 게 일반적인 평가다. 선사들이 이른바 춘계 운임회복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춘계 GRI가 올해 장사 가늠

선사들은 당장 이달 15일부터 유럽항로를 비롯한 주요 원양항로에서 운임 인상에 들어간다. 이들은 유럽항로에서 20피트 컨테이너(TEU)당 600~750달러 수준의 운임 인상을 화주들에게 통보했다. 국적선사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TEU당 700달러 인상안을 내놨다.

선사들은 중동항로와 아프리카항로 남미항로 호주항로 등에서도 운임인상의 고삐를 죈다. 중동항로와 남미항로에선 TEU당 500달러, 아프리카항로(서안)와 호주항로에선 TEU당 300달러의 운임인상이 각각 시도된다.

중동항로와 아프리카항로, 호주항로는 그나마 일종의 운임동맹인 중동운임협정(IRA)과 서아프리카항로협정(AWATA)이 존재해 운임회복을 위한 선사들의 여건이 나은 편이다.

특히 선사들은 아프리카항로에서 1월에 운임인상에 도전했다가 유야무야된 전력을 갖고 있는 터라 이번 운임회복만큼은 성공시킨다는 각오다.

다음 달엔 북미항로에서 운임회복 프로그램이 가동한다. 선사들은 다음달 1일부터 이 항로에서 40피트 컨테이너(FEU) 기준으로 서안 400달러, 동안 및 내륙(IPI) 600달러를 올려 받을 계획이다.

태평양항로안정화협정(TSA)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이 그대로 인상 폭으로 정해졌다. TSA는 지난달 초, 4월1일 실시되는 운임인상 프로그램의 권장 인상폭을 제시한 바 있다.

근해항로에서도 선사들의 운임회복 노력이 진행될 예정이다. 동남아항로 취항선사들은 이달 중순부터 TEU당 150달러의 운임인상을 도입했다. 한중항로에선 가이드라인 운임제가 시행된다. 일종의 최저운임제다. 제시된 운임 가이드라인은 부산발 100달러, 광양 인천 울산 등 기타항만 150달러다.

황해정기선사협의회(YSLC)는 지난 7일 중국 선전(심천)에서 열린 정기총회에서 이 같은 계획을 확정했다. 아직 정확한 시행 일정은 잡히지 않았으나 4월 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YSLC는 조만간 시행일을 결정할 방침이다.

운임회복 시도는 올해 들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선사들은 지난 1월에도 한 차례 운임회복에 도전한 바 있다. 북미와 유럽, 아프리카항로 등이 타깃이었다. 당시 북미항로는 40피트 컨테이너(FEU) 기준으로 서안 600달러, 동안 800달러가 목표였다.

유럽항로에선 20피트 컨테이너(TEU) 당 350~400달러를 인상한다는 계획이 화주에게 전달됐다. 아프리카항로는 TEU당 150달러가 도입됐었다.

북미항로와 유럽항로는 어느 정도 운임인상을 성공시킬 수 있었다. 선사들은 ‘절반의 성공’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표현했다. 당초 목표치의 70% 이상을 적용한 선사도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비수기라는 점에 미뤄 꽤 선전한 셈이다. 2월 춘절을 앞두고 일회성 밀어내기 물동량이 쇄도하면서 운임회복의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다.

‘춘절’의 저주…시황급랭

문제는 2월 이후 발생했다. 중국 춘절의 후유증이 너무나 큰 탓이었다. 특히 유럽항로는 1월 말까지 강세를 보이던 시황이 2월 이후 고꾸라지는 급락 장세를 나타냈다. 유럽항로는 지난해 연말 이후 수요가 견실한 모습을 보여 왔다. 그 결과 운임 수준도 올해 들어 1000달러(TEU 기준)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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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춘절을 지나면서 수요는 크게 하락했고 운임도 요동을 쳤다. 1300~1400달러를 오르내리던 이 항로 운임은 이달 들어 1000달러 선이 붕괴되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상하이항운거래소에 따르면 8일 기준 중국발 유럽항로 운임은 999달러로 떨어졌다. 일주일 전에 비해 100달러 이상 하락했다. GRI가 도입됐던 1월 중순과 비교해선 400달러가량 하락한 수준이다. 춘절이 껴 있던 2월이 선사들에게 혹한의 시련을 가져다 준 셈이다.

북미항로 운임도 춘절 연휴 이후 시나브로 하락 중이다. 연초 FEU당 2500달러를 넘어섰던 북미 서안항로 수출운임은 이달 들어 2100달러대로 하락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선사들은 3~4월 운임인상에 더욱 전력투구하는 상황이다.

내려가는 운임을 방치하다가는 작년 초의 시황 흐름을 재연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물론 바닥 시황을 연출하는 1~2월을 넘긴 까닭에 더 이상 추가적인 운임하락은 없을 것이란 낙관적인 시각도 눈에 띈다.

앞으로는 오를 일만 남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문제는 수요가 공급에 비해 약세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선사들은 유럽항로에서 보듯 운임이 3월 이후 계속 하락하고 있는 데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그렇다면 선사들은 운임인상을 통해 소기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험난한 과정이 예상된다. 많은 선사들이 공감하듯 수요 부진은 운임회복 노력을 무력화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유럽항로의 경우 춘절 이후 후유증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운임인상을 진행하면서도 계획한 만큼 성공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선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유럽항로 소석률은 선사별로 차이는 있지만 80%대 이하로 떨어진 상황이다. 1월까지만 하더라도 90%대를 유지하던 유럽항로였다.

특히 유럽항로에선 선박 대형화에 대한 우려가 크다. 당장 현대상선을 포함해 글로벌 정기선사 6곳이 모인 G6은 중국과 북유럽을 연결하는 루프4와 우리나라 중국과 북유럽을 잇는 루프5의 취항선박을 8700TEU급에서 1만3200TEU급으로 대형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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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1만3200TEU급 신조 컨테이너선 < NYK헬리오스 >와 < OOCL브뤼셀 >호가 각각 루프4와 루프5 노선에서 대형화의 첫 단추를 뀄다.  2개 노선 합쳐 주간 1만TEU의 선복이 늘어나는 셈이다. G6은 6월까지 선박 대형화를 마무리짓는다는 계획이다.

앞서 CKYH얼라이언스는 지난해 4월부터 한진해운의 1만3000TEU급 신조선을 우리나라 중국과 북유럽을 잇는 NE6에 투입하며 선박 대형화를 꾀하고 있다.

CKYH는 9000TEU급 선박이 다니던 이 항로를 1만TEU 이상 선박들로 바꿔 나가고 있다. 머스크라인도 오는 6월부터 인도되는 세계 최대 규모인 1만8000TEU급 컨테이너선 시리즈를 순차적으로 유럽항로에 투입할 예정이다.

취항선사 한 관계자는 “소석률이 80%를 밑도는 상황에서 대형선박 투입 계획이 줄줄이 잡혀 있어 선사 영업담당자들이 긴장하고 있다”며 “한꺼번에 대형선박들이 들어오게 된다면 심리적으로 운임도 동요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량 확보를 위한 선사들의 공격적인 영업도 운임회복에 걸림돌이다. 모 선사는 일반적인 시장 운임 수준보다 300~400달러가량 낮은 운임을 제시하며 대형화주들을 유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3개월 스페셜 운임이다.

유럽항로와 비교해 북미항로는 비교적 분위기가 호의적이다. 소석률이 85%를 넘고 있다고 선사들은 전한다. 95%를 넘는다고 말하는 선사도 눈에 띈다. 게다가 유럽항로와 달리 TSA라는 구심점이 있기에 선사들이 결속력을 보일 수 있는 여지가 크다.

선사 관계자는 “북미항로는 최근 선사들이 운항 채산성을 확보하는 유일한 항로”라며 “SC(운임계약)를 앞두고 운임인상 가능성이 매우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 대형화주들의 물량 부진이 북미항로에서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은 부정적이다. 양대 화주인 삼성과 LG는 이 항로에서 큰 폭의 물량 감소를 보이고 있다.

LG는 최근 주간 물동량이 30% 이상 하락했으며, 삼성은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화주는 70% 이상을 국적선사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에 싣고 있다.

다른 선사 관계자는 “선복은 8% 늘어난다고 하는데 올해 미국 수입은 2% 증가에 그친다고 한다”며 “현재 운임수준을 유지만 해도 성공하는 것”이라고 비관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이경희 차장 khlee@ks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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