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2-03 19:48

"우리에게 바다는 땅이다"

해양수산 강국을 위한 국정과제 토론회
新해양부처 통합해양행정 가닥

“다시는 없어지지 않을 강력한 해양수산부를 만들어야 한다. 기후·기상과 조선·해양플랜트, 해양관광, 도서통합관리 등의 기능이 신설되는 해양수산부 업무로 새롭게 포함돼야 한다.”

지난달 29일 서울 신길동 해군호텔에서 열린 ‘해양수산 강국을 위한 국정과제 토론회’에서 국가해양정책연구원 운영위원장인 인천재능대 박창호 교수는 기조 발표를 통해 “옛 해양수산부 시절 불완전한 해양행정 일원화로 초래됐던 규모의 경제 미달을 극복해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박 교수는 옛 해양수산부의 업무였던 해운·항만·물류 및 해양환경 수산 업무에서 나아가 현재 분산돼 있는 해양 관련 업무를 모두 가져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양·수산·기후·관광·조선·도서 망라

우선 기후 기능의 이관이다. 박 교수는 기후와 기상은 태풍 등과 같이 지구의 71%를 차지하는 해양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기 때문에 해양부에서 맡는 게 적합하다고 말했다. 기상과 해양을 통합관리하고 있는 미국이나 호주가 사례로 제시됐다. 미국은 국립해양대기처(NOAA)를 두고 있으며 호주는 연방과학산업기구(CSIRO) 산하의 해양연구소와 대기연구소를 지난 2006년 통합한 뒤 해양·기후연구의 세계적인 리더로 부상했다.

박 교수는 또 해운과 지식경제부 소관기능인 조선과 해양플랜트를 통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운과 조선은 서로 수급관계에 있는 데다 해운에 대한 국제규약은 바로 조선에 영향을 주기에 통합 관리시에 자금의 확보와 상호 융통에 유리하다는 게 주장의 근거다. 현재 조선과 해양플랜트는 지식경제부에서 담당하고 있다. 그는 현재 해양플랜트를 포함한 조선 업무는 지경부에서 하위조직인 계(係)에서 맡고 있어 이관되더라도 조직상 손실이 적고 철강산업의 전반적인 정책은 계속 관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과 미국은 해운과 조선·해양플랜트를 통합 운영 중이다.

박 교수는 또 문화관광부와 지경부에서 각각 맡고 있는 해양관광과 레저 기능을 해양부 업무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와 국토부가 나눠서 관장하고 있는 도서지역 관리의 통합도 제시됐다. 현재 유인도 463곳은 행정안전부가 무인도 2700여곳은 국토해양부에서 관리하고 있다. 박 교수는 유인도 중 규모가 크거나 육지와 연결돼 있는 곳은 행안부에서 관장하더라도 떨어져 있는 섬은 친수공간 선박편 모항 등의 통합관리를 위해 유인도든 무인도든 해양수산부에서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신설 해양수산부의 조직을 1장관 2차관 5실55과 체제로 제안했다. 5실은 기획조정실 해양정책실 수산정책실 해운조선정책실 항만물류정책실 등이다.

기획조정실은 옛 해양부의 기능이었던 기획관리 전반을 관장하는 곳이다. 해양정책실은 옛 해양부 업무였던 해양환경관리 해양자원개발 해양영토 남북극해 관리 외에 해양관광레포츠와 해양자원개발 통합도서관리 기상허브추진 지원을 업무로 한다.

수산정책실은 옛 해양수산부의 기능인 수산정책 전반을 관장하고 해운조선정책실은 옛 해양수산부 기능인 해운 해상안전과 더불어 조선과 해양플랜트를 맡겼다. 항만물류정책실은 옛 해양수산부 기능인 항만건설과 운영관리정책과 물류산업에 대한 콘트롤타워 역할을 맡는 곳이다.

1차관은 기획조정실 해양정책실 수산정책실을 관장하고, 2차관은 해운조선정책실 항만물류정책실을 관장토록 했다. 이밖에 해양수산부 외청으로 해양경찰청과 기상청을 두는 것을 제안했다.

박 교수는 이어 차기 정부 10대 해양국정목표를 제시했다. ▲해양수산부 신설을 통한 국가해양거버넌스 체계 구축 ▲국가해양수산과학기술 선진화 ▲글로벌 수산강국 실현 ▲세계요트대회(아레미카즈컵) 성과로 해양레저스포츠산업 선진화 ▲해운.조선 및 해양플랜트 산업 고도화 ▲항만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해양항만도시 발전 ▲연안도서민, 어민의 삶의 질 향상 및 갯벌 등 해양생태 보전 ▲해양수산 자원과 에너지 확보 및 관리(남극, 북극해 진출 포함)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 강화를 통한 국가물류 경쟁력 제고 ▲우리나라 해양영토의 효율적 관리 등이다.

"국민 가슴속 파고드는 정책개발 필수"

기조 발표 이후 진행된 정책토론회에선 신 해양부처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졌다.

한경남 인하대 교수는 “해양환경, 특히 강과 바다를 낀 곳은 환경부와 해양부가 민감하게 나눠지게 된다”며 “신정부가 들어설 땐 해양수산부에서 해양환경을 커버할 수 있도록 강력한 체계를 갖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순호 목포대  교수는 “섬에 대한 부분도 강하게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인구는 많지 않아도 해조류나 양식산업 등에서 봤을 때 해조류는 70% 이상이 섬에서 생산된다”며 “해양주권에 대해 얘기 많이 하고 있는데, 중앙부처에서 도서 주민들의 모든 기초조사나 지도자 양성 등을 위해선 도서지역에 대한 개발 등의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인천재능대 박창호 교수

박형래 강릉원주대 교수는 “해양관련 이슈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체계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해운 파생금융과 같이 선박거래가 하나의 항만에서 복합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개념을 도입하고 중국의 오지나 극동러시아 국가특성을 고려해서 전초기지를 만들어 해외 글로벌 기업들보다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균 새누리당 의원은 “해양부는 과거의 형태로 돌아가선 폐지의 운명을 맞게 될 것”이라며 “안주하지 않고 국민들의 가슴속에 파고드는 정책 개발이나 중앙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공감대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전략적이고 치밀한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병호 민주통합당 의원은 “과거처럼 소부처보다는 힘을 키우려면 규모를 넓혀 중규모의 부처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 뒤 개인의견이란 점을 들어 “해수부에다 기후를 같이 포함해서 해양수산기후를 만드는 게 타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희일 해양과학기술원(KIOST) 해양정책연구소장은 “해양부 12년간 어려웠던 이유가 해양과학기술 R&D(연구개발)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해양수산부가 만들어져도 거대과학 그림에 담아줘야 한다. 집만 지을 게 아니라 해양과학기술을 중심에 두고 콘텐트를 제대로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후보들 해양부 부활 공약 재확인

한편 이날 대선후보들도 해양부 부활에 대한 공약을 다시 확인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토론회에 이어 대한해양연맹과 신해양수산부처추진범국민운동연합(신해련)이 대선 후보들의 해양수산부 부활 공약 채택을 기념해 개최한 ‘해양수산부 부활 운동 성과보고회’에 축전을 보내 해양부 부활에 대한 공약을 약속했다.

박 후보는 축전에서 “해양에서 우리의 미래와 번영을 찾기 위해 해양수산부를 반드시 부활시키고 해양수산산업의 적극적인 육성정책을 펼쳐서, 우리 대한민국을 5대양6대주를 품고 호령하는 해양부국으로 키워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 후보도 “우리의 미래는 바다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저는 해양수산부 부활을 통해 바다를 되찾고 해양강국의 꿈을 실현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두 후보 모두 “이번 행사를 통해 해양수산부 부활의 지혜와 고견을 모아 대한민국이 해양강국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오거돈 해양연맹 총재는 이날 행사에서 "이 행사를 계기로 더 힘차게 몰아부쳐서 더 강력한 해양수산부를 만들고 해양강국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정제 신해련 총재(국가해양정책연구회장)는 "해양부를 부활에 대한 공약을 받았지만 그릇에 무엇을 담을까가 중요하다"며 "해양수산에 경험이 있는 분들을 망라해서 21세기 해양시대에 걸맞은 조직으로 힘있고 알찬 해양수산부처를 만들어 인수위원회를 거쳐 국회입법을 통해 결정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성과보고회 행사엔 오거돈 총재, 조정제 총재, 이재균 의원을 비롯해 해양수산부부활국민운동본부(해국본) 공범식 집행위원장,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정윤철 전 감사원장, 이은 전 해양부 차관, 최장현 전 국토부 차관, 곽인섭 해양환경관리공단, 정홍 대룡해운 사장 등 300여명의 해양수산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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