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10 09:30

판례/ “부서진 배도 약속한 항구까지 돌아가야 할까?”

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해양수산부 고문변호사)
<7.27.자에 이어>

5. 제6 상고이유 중 이 사건 부선의 인천항에서 군산항까지의 예인비(이하 ‘쟁점 예인비’라 한다)가 손해배상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부분에 대해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원고와 피고는 원심판결 별지 2 ‘선박임대차계약서’ 제2조에서 이 사건 부선반환 장소를 군산항으로 정했는데(이하 위 조항을 ‘쟁점 조항’이라고 한다), 이 사건 부선이 경제적 수리불능 상태가 됐다 하더라도 쟁점 조항의 효력이 소멸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쟁점 예인비 53,318,000원 또한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해야 할 손해배상 범위에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나.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1) 불법행위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한 때에 성립하는 것이고, 이때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했는지 여부는 사회통념에 비추어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1998년 4월24일 선고 97다28568 판결, 대법원 2020년 7월9일 선고 2017다56455 판결 등 참조). 그리고 불법행위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서 위와 같은 손해 발생 사실은 피해자나 채권자가 이를 증명해야 한다(대법원 2017년 6월19일 선고 2017다215070 판결, 위 대법원 2017다56455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 부선이 원심판단과 같이 경제적 수리불능으로 평가된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부선의 잔존물은 그 처분대금을 얻기 위한 효용만을 가진다. 그렇다면 이 사건 부선의 잔존물 처분이 반드시 쟁점 조항에 따른 반환 예정지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거나, 이 사건 부선의 잔존물을 군산항까지 예인하고자 하는 원고의 의사를 들어주는 것이 사회통념상 용인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부선이 경제적 수리불능에 이른 경우에도 쟁점 조항이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기 어렵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그러한 특별한 사정에 대한 주장·증명은 찾아볼 수 없다.

3) 나아가 쟁점 조항에서 이 사건 부선의 반환 예정지를 군산항으로 정했다는 사정만으로는 원고에게 이 사건 부선을 군산항으로 예인함에 따른 예인비의 지출이라는 손해의 결과가 현실적으로 발생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이 사건의 경우 원심 변론종결 무렵까지 이 사건 부선이 실제로 군산항으로 예인됐다거나 원고가 이 사건 부선을 군산항으로 예인하고자 하는 계획을 구체적으로 수립했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다.

4)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이 사건 부선이 경제적 수리불능이 된 경우에도 이 사건 부선의 잔존물이 군산항까지 예인돼야 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여부 및 나아가 원고에게 그 손해가 현실적·확정적으로 발생했는지 여부를 심리해 보았어야 한다.

다. 그런데도 원심은 위와 같은 사정에 관해 심리하지 아니한 채 쟁점 예인비가 피고가 부담할 손해배상 범위에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손해배상의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7. 파기의 범위

가. 원심판결 중 인천항에서 군산항까지의 예인비가 피고가 부담할 손해배상 범위에 포함된다고 판단한 부분에는 앞에서 본 파기사유가 있다. 그런데 환송 후 원심이 파기 취지에 따라 심리·판단한 결과 전체 손해액이 달라질 수 있고 이러한 경우 원고 및 원고승계참가인들 상호간의 우열관계에 따라 각 인용금액을 새로 산정할 필요가 있다.

나. 소송이 법원에 계속돼 있는 동안에 제3자가 소송목적인 권리의 전부나 일부를 승계했다고 주장하며 민사소송법 제81조에 따라 소송에 참가한 경우, 원고가 승계참가인의 승계 여부에 대해 다투지 않으면서도 소송탈퇴, 소 취하 등을 하지 않아 소송에 남아 있다면 승계로 인해 중첩된 원고와 승계참가인의 청구 사이에는 필수적 공동소송에 관한 법리가 적용되므로(대법원 2019년 10월23일 선고 2012다4617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본안판결을 할 때에는 공동소송인 전원에 대한 하나의 종국판결을 선고해야 한다(대법원 2011년 6월24일 선고 2011다1323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에 따르면, 위와 같이 원심이 손해배상의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원심판결에 파기사유가 발생한 이상, 피고에 대한 원고의 손해배상청구권 일부를 승계했다는 이유로 이 사건 소송에 참가한 원고승계참가인들의 청구인용 부분 및 그와 중첩된 원고의 청구 부분도 모두 파기돼야 한다.

다. 직권으로 판단한다. 원심은, 원고승계참가인 2, 원고승계참가인 4가 추심명령을 받음에 따라 원고가 피고에 대한 소 중 원심판결 별지 1 ‘원고 청구 중 적법 부분’ 기재 각 청구를 초과하는 부분에 관해 당사자적격을 상실했다는 이유로 그 부분 소를 각하했다. 그러나 채무자의 제3채무자에 대한 채권에 관해 추심명령이 있더라도 채무자가 제3채무자를 상대로 피압류채권에 관한 이행소송을 제기할 당사자적격을 상실하지 않는다(위 대법원 2021다252977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따라서 이 부분 원심판결도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라. 결국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과 원고에 관한 부분을 파기해야 한다.

8. 결론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과 원고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 · 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해,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숙연(재판장) 이흥구 노경필 오석준(주심)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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