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1-23 07:28

대선후보들 해양수산부 부활 공약에 부산지역 민심은?

통합해양부처 적극 찬성…항만 난개발 등 비효율 정책 경계

오는 12월19일 치뤄질 제18대 대통령 선거에 나선 각 후보들간의 수많은 공약 중 해운업계가 특히 관심을 갖는 것은 해양수산부 부활 건이다.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후보들이 우리나라 최대 항구도시인 부산에 내려와서 큰소리로 외치는 공약 중 하나가 해양수산부 부활이다. 부산지역 해운항만 관계자들은 이 공약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2008년 작은 정부를 내세운 이명박 정부 출범에 맞춰 폐지된 해양수산부 부활 공약을 내세우며 부산지역의 민심을 자극, 표몰이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해양수산부는 1996년 8월 해양, 수산 정책의 수립 및 시행 업무를 총괄하기 위해 당시 해운항만청, 건설교통부 수로국, 해난심판원 등을 통합해 출범한 중앙행정기관으로서 주요업무는 해양자원 개발 및 해양과학기술 개발, 해운업 육성 및 항만의 건설과 운영, 해양환경 보전 및 연안 관리, 수산자원 관리, 선박 및 선원의 효율적인 관리, 해양안전 확보 등 해양에 관한 모든 업무를 총괄해 수행했다.

지난 2008년 2월 현 정부 출범 후 해양수산부가 폐지되면서 산하 조직은 뿔뿔이 흩어졌다. 해양부 소관 업무는 각각 국토해양부와 농립수산식품부로 이관돼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해양수산부의 폐지에 따른 해운항만 정책 빈곤과 관련, 특히 부산 등 해운항만 도시 지자체들은 그 동안 꾸준히 정부측에 해양부의 부활을 강력히 건의해 왔다. 다행히 대선 후보들이 공통되게 해양부의 부활을 공식적으로 외치고 있어 그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우리나라 최대의 항구도시인 부산은 해양수산부의 부활에 더욱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08년 이후 불어 닥친 글로벌 경기침체로 해운업계는 매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2008년 리먼사태이전 동시 다발적으로 발주한 벌크선, 컨테이너선, 유조선 등의 선복량은 매년 엄청난 비율로 늘어나 가뜩이나 고유가로 경영악화가 심화되고 있는 해운물류업체들의 발목을 잡아왔다.

과잉 선복량은 화주들에게 운임 인하의 빌미만을 제공했을 뿐이다. 장기불황에 유동성이 극히 악화돼 부도사태가 이어지고 있어 해운업계는 정부의 가시적인 지원책을 고대하고 있다.

특히 금융권에서 해운기업들을 기피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보다 적극적인 국토해양부의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해운업계를 전담해 온 해양수산부시절의 정부 역할과 현 국토해양부의 해운업 지원시책은 비교가 될 정도로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해운항만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이제 불과 한 달 남은 제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해운항만업계가 관심을 갖고 있는 각 후보들이 내세운 해운항만관련 공약을 알아보자.

박근혜, 해양·수산 융합부처 부산 설치

먼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지난 6일 서울에서 개최된 ‘전국 수산인 한마음 전진대회’에 참석해 해양수산부 부활 내지 수산, 어업을 융합적으로 펼치는 정부기관을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박 후보는 부산을 동북아 해양수도로 만들겠다고 공언하면서 해수부를 부산에 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지역인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박 후보의 공약대로 부산에 해수부가 들어설 경우 수도권에 비해 침체 돼가는 지역 경제의 활성화와 해운항만이 주요 업무인 부산 경남의 지역 경제 부흥에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돼 반드시 이뤄져야 할 사항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박 후보는 부산에 대한 지역 공약으로서 부지 조성 작업이 끝나 건물이 지어지고 있는 부산 문현동 금융단지에 국내외 금융기관의 선박금융부분 유치와 해운업 관련 기업의 창업시 조세 인센티브 제공, 해운항만 기업의 부산본사 유치를 약속했다.

또 선박금융공사, 부산해운거래소, 선박파생 특수대학원 설립을 약속하여 부산을 세계 해운의 메카이자 중심지인 영국 런던으로 비유된 해운금융의 중심지로 육성한다는 내용을 펼쳐 보였다.

문재인, 해양수산 금융 총관 공언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는 해양수산부를 해양과 수산자원, 선박금융, 영해문제까지 총관하는 힘있는 부서로 부활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문 후보는 지난 15일 부산에 위치한 해상산업노동조합연맹을 방문하여 개최한 간담회에서 해양, 수산 산업의 발전과 지원을 약속하면서 지역민들의 지지를 요청했다. 하지만 문 후보는 해수부의 위치선정에 다소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금 선거운동 기간 중 목포, 제주 등 해안 지방을 다니는 모든 곳에서 해수부의 지역 배분을 요청해 위치 선정을 차후 해수부의 부활 후 다른 지역과의 연대를 통해 해결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문 후보는 부산의 수산업 부흥을 위한 방안으로 부산 남항을 국가관리항만으로 재지정해 국제적인 수산식품 클러스터가 되도록 지원하고, 부산-울산-경남을 묶는 동남경제광역권 구축을 통해 지역 발전에 앞서겠다고 밝혔다.

특히 부산을 선박금융의 중심지로 육성하고 동남권 무역센터도 설치하여 향후 동남권경제광역권을 국가균형발전의 중심축과 동북아 교류협력의 거점지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양 후보에 비해 안철수 후보의 해양수산부 부활에 관한 공약제시는 다소 원론적인 내용이다.

안철수, 해수부 부활 약속…해운 항만 정책은 부재

안 후보는 수산과 해양 분야의 융합적인 행정을 펼치는 전문적인 정부 기관을 설치해 사실상 해수부 부활을 약속하였다. 또 그는 지금 우리나라가 각국과 이행하고 있는 FTA 피해 대책의 좋은 점, 나쁜 점을 수산인들과 함께 꼼꼼히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수부 부활 이외에는 별다른 지역관련 해운항만 정책이 없어 다소 아쉬움을 주고 있다.

한편 이번 각 대선후보들의 해양수산부 부활 공약에 대해 부산지역 해운항만업계 관계자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다수의 해운항만물류인들은 해양부의 부활에는 적극적으로 찬성을 하지만 비대해진 정부와 비효율적인 해운항만정책이 시장에 펼쳐질까 우려하는 반응이다.

특히 해양부의 부활로 관료체제의 거대화로 인한 각종 세금의 낭비를 우려했다.  또 부활된 해양부가 단기간의 성과를 내기 위해 전국적인 항만 개발에 나서 항만 난개발을 초래하지 않을까 많은 우려를 하고 있다.

현재 전국 수출입 물동량의 75% 정도를 처리하고 있는 부산항은 명실공히 세계 5위의 컨테이너 항만으로 자리매김 되고 있지만 각 지자체간의 과열 개발정책으로 인한 무분별한 부두건설로 국고의 낭비와 효율의 저하를 우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십 수년 전 일본에서 각지자체간의 무분별한 부두건설로 인한 일본 전역의 컨터이너항만화를 보면 그 폐해를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은 각지역의 적극적인 항만개발에 나서서 전국에 무려 60개가 넘는 컨테이너전용부두를 가지고 있다.

심지어 연간 물동량이 3천TEU에 못 미치는 항만이 있을 정도로 그 무분별한 항만 개발은 극에 달했으며 한때 세계 5위의 항만이었던 고베항이 이젠 세계컨테이너항만 순위 중 상위 순위에서 한참 멀어져 있는 상황을 보면 이 문제의 심각함을 알 수 있다.

즉 무분별한 부두 개발보다 효율적인 운영을 통해 국가자원의 절약 및 선택과 집중을 부산지역민들은 요구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해운항만업계의 발전을 위해 해양수산부의 부활에 찬성하는 것이 부산지역민들이지만 한편으론 관료체제의 거대화와 비효율적인 정책들에 대해 우려하는 소리도 높다. < 부산=김진우 기자 eaglekjw@yahoo.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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