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8-30 17:18

기획/한중교류 첨병 카페리항로 앞날 어둡다

화물여객 동반 약세…선사들 흑자 성적표 난항
시장 부진에도 항로신설 수요는 여전

●●●지난 8월24일은 한국과 중국이 국교를 맺은 지 20년이 되는 날이었다. 수교 이후 양국은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빠른 성장을 일궜다. 특히 무역 분야에서 양국의 교류는 비약적인 진전을 보였다. 한국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시장으로 수출선과 투자선을 바꾸면서 중국은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으로 부상했다. 1992년 수교 당시 중국은 우리나라의 수출대상국 중 6번째에 불과했으나 2001년 2위로 올라섰으며 2004년부터 1위의 교역파트너로 자리매김했다.

양국 교류 확대의 배경에 해운이 있었다. 교역의 성장은 해운의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특히 국제 카페리선(여객선)은 수교 체결보다 2년 앞서 한중 양국 항로를 운항함으로써 민간 분야에서 국교 수립의 틀을 다졌다. 카페리선 항로를 빼 놓고 양국간 교류의 역사를 말할 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중간 해상거리가 200~500해리로 짧은 데다 항해시간도 12~25시간 정도여서 카페리 운항에 적합하다. 특히 중국 산둥성 지역의 경우 저녁에 우리나라에서 출항하면 이튿날 오전엔 중국 항만에 배를 댈 수 있어 사업성이 높다.

수송실적 연평균 두자릿 수 성장

1990년 9월 위동항운이 인천-웨이하이 항로에서 첫 물살을 가른 뒤 지난해까지 한중 카페리항로는 여객 1247만명 물동량 400만TEU를 수송했다. 매년 여객은 14%, 화물은 13% 이상의 성장을 보여 왔다. 인천항 기점 카페리 노선은 여객 922만명 화물 345만TEU로, 전체의 70~80%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지난 20여 년 동안 중복항로를 포함해 총 22개 노선이 개설됐으며, 이 가운데 14개 항로가 현재 성업 중이다.

역대 개설 항로 중 8곳은 취항 초기의 재정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특히 인천이나 평택이 아닌 비교적 항로가 멀거나 수도권에서 떨어진 항만을 기점으로 개설된 항로가 철수한 경우가 많았다. 부산항이나 군산항 목포항 등이 이에 속한다. 중국 지역의 경우 상하이항을 기점으로 한 항로는 사업을 오래 이어가지 못했다.

무성해운이 <욱금향>호를 내세워 1994년 8월 열었던 부산-옌타이 노선이 10년을 못 넘기고 2003년 4월 문을 닫았으며 상해인천국제윤도가 <자정향>호를 투입해 1998년 8월 개설한 인천-상하이 노선은 2002년 2월 중단됐다. 현재 이 항로엔 컨테이너선이 대신 취항하고 있다. 황해훼리(씨앤훼리)는 < KC레인보우 >호의 뱃고동과 함께 평택-르자오 항로를 지난 2003년 6월 열었으나 씨앤그룹의 재정난이 표면화되면서 항로도 2008년 10월 운항을 멈췄다.

이밖에 속초-훈춘(동춘항운 2010년 10월 중단) 목포-상하이(상하이크루즈 2003년 4월 중단, 포시즌크루즈 2006년 8월 중단) 군산-칭다오(창명라이너스 2008년 4월 중단) 평택-칭다오(청도풍양페리 2008년 9월 중단) 노선도 각각 흑자 전환의 꿈을 펴보지 못하고 운항을 접었다.

비교적 초기에 취항했던 선사들은 안정적인 사업을 구가하고 있다. 현재 취항 중인 14개 항로 중 절반인 7곳이 10년 이상의 항로 역사를 자랑한다. 한중 카페리항로의 영원한 맏형인 위동항운(인천-웨이하이 인천-칭다오)을 비롯해 진천국제객화항운(인천-톈진) 대인훼리(인천-다롄) 단동국제항운(인천-단둥) 한중훼리(인천-옌타이) 등은 해마다 흑자성적을 발표하는 선사로 알려져 있다.

오랜 세월 동안 사업을 이어오면서 운항시스템을 최적화하고 비용구조를 최소화한 게 장수의 비결이다. 화동해운(인천-스다오)이나 연운항훼리(인천·평택-롄윈강) 등도 비교적 후발주자로 분류됨에도 빠른 시간에 손익분기점(BEP)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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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송량 안되면 비용 최소화로 흑자 낸다

한중 카페리선사들은 회사가 흑자를 내기 위해선 갖춰야할 조건들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우선 가장 중요한 화물과 여객 실적이 우수해야 한다. 위동항운은 시장을 선도해온 선사답게 물동량 실적에서 다른 선사들을 압도하고 있다. 여객 실적도 지난 2007년 대룡해운에 1위 자리를 내주긴 했지만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매년 높은 규모로 흑자를 실현해 오고 있음은 물론이다.

연운항훼리는 항로 문을 연 지 10년을 넘지 않았지만 조기에 흑자로 돌아선 케이스다. 롄윈강이 중국횡단철도(TCR)의 기점이기에 물동량 유치에서 다른 선사들보다 앞설 수 있었다. 연운항훼리는 현재 위동항운과 겨룰 정도로 높은 화물수송실적을 자랑한다. 대룡해운(평택-룽옌)은 여객 부문의 괄목할만한 성과를 기반으로 2010년부터 흑자 전환에 성공할 수 있었다.

비용 부담이 적은 것도 흑자 재정에 필수 요소다. 직접 선박을 소유하거나 낮은 용선료로 배를 빌린 선사들은 흑자경영에 유리하다. 선박을 직접 소유하고 있는 대표적인 선사로 대인훼리를 꼽을 수 있다. 한중 카페리항로를 오가는 대부분의 선사들이 파나마에 등록돼 있는 반면 대인훼리의 <대인>호는 유일하게 우리나라에 등록된 선박이다. 대인훼리가 항로 여건상 산둥성 지역에 기반을 둔 선사들에 비해 물동량이나 여객 실적에서 뒤처지지만 꾸준히 흑자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건 이 같은 비용 구조의 최적화 때문으로 풀이된다.

연료 소모량을 최소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항로 거리가 짧거나 연료효율이 높은 선박을 띄우는 게 한 방법이다. 산둥성 지역으로 항로 개설이 몰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산둥성 지역은 항로 거리가 짧기에 선박이 크더라도 연료 소모를 줄일 수 있다.

한중 카페리 항로 중 가장 짧은 인천-스다오나 평택-룽옌 항로는 선박이 양국을 왕복하는 데 60t의 연료를 채 안 쓴다. 이들 항로는 거리가 400km 안팎이다. 반면 850km로 거리가 가장 먼 인천-톈진 항로는 한번 양국을 오가는 데 140t 안팎의 기름을 소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료비는 최근과 같이 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선사들에게 비용 부담 1순위로 떠오르고 있다.

화물 줄고 운임 떨어지고…

최근 카페리선사들의 표정은 매우 어둡다. 올해 들어 수송실적 악화가 표면화되고 있는 반면 비용은 훌쩍 뛰었기 때문이다. 여객이면 여객, 화물이면 화물 어느 하나 긍정적인 게 없다.

올해 일곱 달간 14개 한중 카페리항로에서 수송한 물동량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한중카페리협회(KCCA)에 따르면 1~7월 물동량은 25만2천TEU를 기록, 1년 전 26만TEU에 견줘 3% 감소했다. 세계 경제 침체에다 중국의 내수경기 불황이 겹치면서 카페리선 시장도 부진의 늪으로 빠져들었다는 평가다. 중국에 진출했던 제조기업들의 탈중국 경향도 한 원인이다.

한중 카페리항로에서 연간 물동량이 뒷걸음질 친 건 지금까지 두 차례 있었다. 2008년과 2009년이다. 중국이 베이징 올림픽을 전후해 통관을 강화한 데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해운 시장을 강타한 것이 감소의 이유였다. 그 뒤로 두 자릿수의 성장률을 나타내며 빠른 회복세를 타다 3년 만에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물동량은 감소하고 있지만 선복과잉으로 운임은 크게 떨어져 선사들의 수익성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한중 카페리선사들의 평균 소석률(선복 대비 화물적재율)은 47%를 넘지 못한다. 선복의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운항하는 셈이다. 경쟁이 격화되면서 운임도 크게 떨어졌다. 한중카페리항로 화물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과거 700~800달러대를 형성하다 최근 300~400달러까지 떨어졌다. 몇 년 새 반 토막 난 것이다.

한중 카페리선사 한 임원은 “예전엔 기름값은 낮은 반면 화물운임은 높아 컨테이너 100개 정도만 실어도 흑자를 내는 구조였다”며 “지금은 운임은 크게 떨어졌지만 연료비가 상승한 데다 중국 경제성장으로 인건비도 크게 올라 흑자를 내기 힘든 상황이 되고 있다”고 푸념했다.

여객은 누적 실적에서 성장곡선을 그리긴 했다. 1~7월 이용객 실적은 97만6천명으로 1년 전의 92만3천명에서 5.7% 늘어났다. 하지만 중국 하이관(세관)이 소무역상(보따리상)들의 통관을 강화한 지난 5월10일 이후부터 시장 상황이 불투명해졌다.

중국 정부는 카페리선을 통한 밀수를 막기 위해 소무역상 규제를 강화했으며, 한동안 이 같은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그 결과 5월 전까지 두 자릿수의 성장세를 나타내던 월간 이용객 실적은 감소세로 돌아섰다. 소무역상 규제가 시작된 5월 이후 3달간 여객 수송실적은 44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6만2천명에 비해 4.6% 줄어들었다.

특히 전통적으로 여객 부문의 성수기라 할 수 있는 7월 한 달간 여객 실적은 10%나 하락했다. 선사들이 소무역상에서 중국 단체 여행객들로 체질 개선을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버거운 모양새다.

산둥성 지역을 취항하고 있는 한중카페리선사 임원은 “선사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올해는 흑자를 내는 선사가 많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소무역상 규제로 선사들의 수익 기반이 크게 약화됐다”고 말했다.

유가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선사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평균 선박 연료유 가격은 2009년 410달러에서 2010년 505달러 2011년 689달러, 올해 730달러로 크게 상승했다. 한중카페리협회 전작 사무국장은 “전체 한중 카페리선사들이 한 해 동안 소비하는 벙커가 총 18만t 정도 된다”며 “연료비 상승으로 선사들은 2009년에 비해 올해 650억원 이상의 연간 연료비 부담을 추가적으로 안게 됐다”고 말했다.

신항로 3곳 개설 추진 본격화

이런 가운데에서도 신항로 개설에 대한 움직임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현재 항로 개설이 본격화되고 있는 곳은 지난해 개설 목소리를 냈다가 성공하지 못한 인천-장허(금항해운·천우해운) 노선을 비롯해 백령도-룽옌(대아그룹), 제주-상하이(제주크루즈라인) 등이다. 이 가운데 국토해양부에 공식적으로 개설신청이 접수된 건 인천-장허 노선 한 곳뿐이다.

백령도-룽옌 노선은 인천시를 배경으로 개설이 추진되고 있다. 인천시와 중국 산둥성 룽청시는 지난 8월11일 백령도 용기포항과 룽청시 룽옌(龍眼)항을 잇는 고속페리 개설에 합의했다. 별도로 사업자로 참여하는 한국측 대아그룹의 대아항운과 중국측 닝보화항고속, 다롄빈해해운은 이 항로에 쾌속선 투입에 동의한다는 비망록을 교환했다. 이 항로의 거리는 약 190km로, 쾌속페리가 취항할 경우 운항시간은 3시간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시와 대아항운측은 10월 말 경주에서 열릴 예정인 한중 해운회담 의제로 채택될 수 있도록 국토부와 협의를 진행할 방침이다.

제주-상하이 노선은 씨앤크루즈 대표이사를 지낸 정정민씨가 설립한 제주크루즈라인에서 개설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6월말 그리스에서 3만t급(총톤수) 선박 2척을 들여왔다. <소프클레스Ⅴ>(Sophocles Ⅴ)와 <레프카오리>(Lefka Ori)호다. 제주크루즈라인은 이들 선박을 투입해 제주를 기점으로 중국 상하이와 일본 모지를 순회하는 카페리항로를 개설할 계획이다. 하지만 선박들이 선령 20년을 넘은 것들이어서 항로 개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한중 양국은 한중 카페리항로에 처음 투입되는 선박의 선령을 20년 미만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밖에 진천항운 등이 지난 2006년 개설을 추진했던 평택-톈진 노선도 개설 신청 후보군으로 점쳐진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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