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균 사장 |
김태균 흥아해운 사장은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올해 흑자 전환을 위해 내실경영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벌크선 시장 진출도 시황이 회복될 때까지 당분간 보류했다. 운임회복은 동남아항로를 중심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탱커선 부문의 경우 지난해 단행한 선대 구조조정 및 조직 개편을 토대로 올 한 해 긍정적인 실적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해운업계에서 화제가 된 한진해운의 한일항로 서비스 확대와 관련해 대형선사와 중소선사가 피더서비스를 통한 협업체제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상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취임 5년째를 맞아 직원간 소통을 기업문화로 정착시켜 나가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소통을 통한 경영으로 향후 찾아올 호황에 대비하겠다는 의도다.
이밖에 부산 신항 내 중소선사 전용부두 확보, 중국 선사들의 한일항로 참여 저지, 일본-대만항로 개방 등은 속히 해결돼야 할 현안과제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태균 사장과의 일문일답.
Q. 지난 한 해 해운시장에 대한 평가와 올해 전망을 한다면?
“2008년부터 소위 리먼쇼크 금융위기로 인해서 해운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가 부양책을 쓰면서 2010년에 부문별로 반짝 회복이 됐다.
본격적으로 얘기하려는 작년에 또다시 해운이 곤두박질쳤다. 이유는 2가지다. 유럽 재정위기와 호황기 때 발주한 신조선의 시장 투입이다. 작년에 BDI가 크게 떨어졌으며 컨테이너선 시장은 유럽항로 운임이 반 토막 났다.
또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선 게 작년이다. 재미있는 건 리먼사태 땐 유가가 50달러였다는 점이다. 작년에 공히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근해선사의 경우 일본의 지진 피해, 태국의 홍수 등 사이클보다는 외적인 요소에 의해 영향을 받는 상황이 돼 고전을 면치 못했다. 다만 세계 해운시황의 큰 흐름에 영향을 적게 받는 한일항로는 엔고라든지 지진 등 부정적인 측면이 많이 있었지만 물동량은 견실한 성장을 보였다.
올해 들어 컨테이너선사들은 원양항로에서 생존을 위해 운임인상을 강행했다. 이게 성공해서 전 노선으로 파급효과를 주고 있다. 아시아역내 항로도 4월부터 운임회복을 진행하면서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이다. 다만 신조선 인도나 계선된 선박의 투입으로 시장 전체의 선복 증가가 물동량 증가율을 앞서고 있어 시황 변화에 대한 예의주시가 필요하다.
컨테이너 시장의 회복은 유럽 재정위기 탈출을 위한 국제적인 공조와 미국의 경기 회복 시기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계속되는 유가 상승으로 선사들이 운임 회복을 서두른다면 예상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일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Q. 지난해 흥아해운은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흑자전환이 절실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 대한 전략은?
“올해 해운업계 대표들의 화두는 어떻게 살아남느냐하는 생존전략이다. 해답은 내실이다. 외형보다는 수익성 위주로 항로나 선대, 해운업계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짜야 한다.
우리 회사도 마찬가지다. 항로도 선복이 과잉인 곳 보다는 남이 하지 않는 니치마켓(틈새시장) 위주로 강화해야 한다. 강점이 있는 한일항로 한중항로 동남아항로 등을 연계해 최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항로 개편, 컨테이너 장비 운영, 터미널 운영 등을 최적화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걸 올해의 경영기조로 삼았다.
탱커선 시장은 수급측면에서 올해 확실히 개선되는 것으로 클락슨 등 세계 해운조사기관에선 분석하고 있으며 흥아해운도 그에 맞춰 경영기조를 꾸리고자 한다.”
Q. 동남아항로와 한중항로에 대한 운임회복 노력이 다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진행 상황은?
“최근 근해항로 사장단이 만나 IADA(아시아역내협의협정)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동남아항로 운임회복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동남아항로 운영 때문에 사장들이 머리를 맞대고 회의한 건 최근 5년간 처음이다. 그 정도로 시장이 갈피를 못 잡고 있는 것이다. 4월부터 운임회복을 실시하고 있는데 원양항로 등 주위 여건도 긍정적이다. (사장단도 동남아항로 운임회복이) 상당히 잘되고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 동남아항로는 상승무드다.
한중항로의 경우 협회(황해정기선사협의회) 차원에서 부대비용(BAF) 등의 회복을 진행 중인데 어려움이 있다. 중국내수가 부진한 시장 여건이 있지만 의지를 갖고 슬기롭게 진행하려고 한다. 이번 운임회복은 각 선사들이 비용 상승과 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도입하는 자구적인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그간 채산성까지 위협하는 운임덤핑을 단행했던 중국적 선사의 움직임 또한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한일항로는 조금씩 등락이 있지만 운임이 견실한 편이다.”
Q. 한국근해수송협의회 회장직을 오랜 기간 맡아 오고 있다. 최근 한진해운의 한일항로 확대로 논란이 일고 있는데, 이에 대한 의견은?
“한일항로는 아시다시피 전통적으로 대형선사가 취항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항로다. 한진해운에서 한일항로에 배를 추가 투입하겠다고 했다.
목적은 자사 피더화물의 원활한 수송이었다. 하나의 사건이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상생의 원칙에 입각해서 (한진해운의) 피더를 해결해주는 식으로 합의에 도달했다. 충분한 대화를 나눠 정리가 잘 됐다.
우리가 제일 우려했던 게 시장질서 즉, 운임의 붕괴였다. 실제 시장이 무너지는 것도 있지만 심리적으로 무너질 수도 있다. 그런 부분에서 인식이 같이 돼서 서로 상생을 할 수 있게 됐다. 정부 당국에서도 중재를 잘 해줬다.
한일항로는 여러 특성이 있다. 60여 항만이 개방돼 있고 물량도 소량이다. 운항 형태도 내항서비스나 마찬가지다. 이 같은 특성으로 대형선사들이 서비스하기엔 여러 어려움이 많다. 원양선사와 중소형선사 간 피더서비스를 통한 협업 시스템이 최선의 방안이라 생각한다.”
Q. 흥아해운은 컨테이너선과 함께 탱커선 사업을 양대 축으로 하고 있다. 탱커선 시장의 실적 및 향후 전망에 대해 말씀 바란다.
“지난해 일본 대지진의 영향으로 일본으로 수출하는 석유화학 제품이 증가해 일시적으로 매출이 상승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 주요 석유화학 공장이 다시 생산을 정상화하고 자국내 화물 스와프(맞교환)에 집중하면서 전체 수출입 물량은 예상보다 감소했다. 또 중동 석유 화학업체들도 제품 설비시설 증축을 지연 또는 축소했다.
결국 기존 선복을 채우기 위한 케미컬선사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운임 하락으로 이어졌다. 설상가상으로 중동 지역의 불안한 정세로 유가가 상승해 운항원가 부담이 가중됐으며 이란 서비스도 제약을 받았다. 세계적인 케미컬 선사인 오드펠, 도쿄마린, 스톨트 등이 케미컬 사업에서 적자를 냈다.
흥아해운도 확장보다는 내실을 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했다. 오래됐거나 사양이 떨어지는 선박을 매각했으며 높은 용선료와 운항원가를 지불해야 했던 대형선박을 조기 반선했다.
2만t급 선박을 지난해 9월에 반선한 데 이어 남은 2만t급 선박 2척 중 1척도 올해 1월에 추가 반선했다. 조직도 싱가포르 탱커운영센터, 본사 탱커운영센터로 개편해 본사 중심의 운항체제로 전환했다.
올해엔 극동지역을 운항하는 소형선의 COA(장기수송계약) 운임을 최소 12~20% 이상 인상하는데 성공했다. 또 주력선단인 1만2천t 급 선단 5척도 안정적인 실적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케미컬 시장은 신조선의 감소와 노후선의 폐선 등으로 선복 과잉도 서서히 해소되고 있어 앞으로 큰 하락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전히 높은 중국 내 재고와 전통적인 여름철 비수기, 불안정한 유가 등이 부담이다.”
Q. 대표이사에 취임한 지 5년이 지났다. 경영방침에 변화가 예상된다.
“1977년에 흥아해운에 입사한 뒤 초지일관 해운업에 종사해왔다.
현재 해운이 어려움을 맞고 있지만 앞으로는 좋아질 것으로 본다. 글로벌 시대 아닌가? 해운이 없으면 사람이 살아갈 수가 없다. 원시시대 부족단위로 살아가는 것도 아니고 의식주를 위해선 해운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지리적인 측면에서 해운을 해야 한다.
금융위기, 유가급등 등을 겪었는데 더 이상 올 게 있겠나? 안타까운 건 해운 외에 금융기관들이 해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홍보를 제대로 하지 못한 해운업계의 잘못도 있을 것이다.
올해에는 여러 가지 여건의 변화, 환경의 변화 등으로 수익성 제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흥아해운도 무리한 선대 확장보다는 내실을 기하려고 한다. 전혀 확장을 안 하겠다는 건 아니다. 시장의 변화에 따라서 적절히 대응을 할 수 있도록 발 빠르게 항로나 장비 등을 최적화해서 수익성을 개선하도록 하겠다. 탱커선 사업의 경우 작년부터 올 초까지 진행한 구조조정이 상당히 좋은 결과를 낼 것으로 본다.
추가적으로 소통문화를 흥아해운의 기업 문화로 정착시키고자 한다. 직원들에게 자주 하는 이야기가 있다. 소통을 통해 마음을 맞춰서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직원은 가장 중요한 내부고객이다. 직원간, 부서간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공통의 비전을 나눌 수 있는 기업문화를 정착시켜 호황이 왔을 때 확장 내지 도약할 수 있는 기회로 삼도록 하겠다.”
Q. 지난해 흥아해운은 창립 50주년을 맞아 중장기 사업계획인 ‘흥아2015’를 발표했다. 추진 상황은?
“지난해 초 흥아 2015라는 비전을 발표했다. 컨테이너, 케미컬탱커로 구성돼 있는 매출구조를 2015년까지 컨테이너, 케미컬탱커, 벌크로 사업다각화를 이뤄 매출 1조원 시대로 진입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2011년 하반기 이후부터 재차 급락하기 시작한 해운경기와 중동지역의 정세불안으로 야기된 고유가 현상은 올해에 들어서도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드라이벌크 시황은 최근 소폭 회복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여전히 손익분기점까지 이르지 못하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본격적인 회복세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는 벌크시장에 현 시점에서 진출하는 것은 상당히 리스크가 있다. 지속적으로 벌크시장을 예의주시하면서 시장 진입의 타당성을 검토할 예정이다. 동시에 주력사업인 컨테이너부문과 케미컬탱커 부문의 수익성을 더욱 강화해 매출 1조원시대에 진입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
Q. 업계나 정부당국에 당부하실 말씀이 있으시다면?
“신항 시대에 대비해 부산 신항에 중소선사 전용부두의 확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근해항로 선사들은 북항 내 허치슨부두나 동부부두, 우암부두, 대한통운부두를 기항하고 있고 신항은 피더화물의 성격에 따라 입항 부두가 다 다르다. 또 항만 하역료 부분도 일본이나 중국은 국적선사에 혜택을 주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오히려 외국선사들을 우대하고 있다.
중국선사의 한일항로 진출 저지 대책도 시급하다. 지난번 국토해양부 간담회 등에서 수차례 얘기한 사안이다. 한국과 중국선사에게 중일항로와 한일항로는 제 3항로로 자유롭게 참여가 가능하도록 양국 국제조약으로 합의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중일항로선사위원회에서 한국선사의 중일간 직항로 개설을 불허하고 있다.
반면 중국선사는 한일항로에 이미 취항 중이며, 중국선사의 한일항로 참여 욕구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한중해운협정에 따라 한국근해수송협의회 회원가입을 통해 중국선사의 항로참여를 제한하고 있으나 민간단체의 제한적 규제엔 한계가 있다. 정부당국 차원에서의 지원이 절실한 실정이다.
일-대만항로 개방 문제도 있다. 이 역시 여러 차례 건의하고 있지만 외교적인 문제도 걸려 있어서 잘 안 되고 있다. 아시아역내 항로에서 대만은 중간 허브 역할을 하지만 일-대만 항로는 대만선사한테 모두 뺏기고 있다. 일-대만항로는 정부에서 여러 채널을 통해 노력하고 있지만 풀어줘야 할 과제라고 본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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