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02-25 14:53

[ 기존 L/G양식 5월1일부터 통용안된다 ]

해운업계,“보증서 발행은행 책임한계 명확해야”
담보제공력 미약한 근해 수입하주 타격 전망

최근 한국선주협회와 한국선박대리점협회는 오는 5월1일부터 현행 L/G 양식
에 의한 하주들의 화물선취 요청을 수용하지 않고, 발행은행의 책임한계가
명확히 제시된 국제표준 양식의 L/G만을 인정키로 방침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무역협회를 중심으로 수입하주들이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화물선취보증서(L/G)에 의한 수입화물 인도문제를 둘러싸고 선하주간 갈등
이 앞으로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9일 한국선주협회와 한국선박대리점협회는 공동으로 ‘국제표준 화
물선취보증서(L/G) 채택안내 및 대하주 홍보’라는 제목의 공문을 ‘P&I Cl
ub L/G 양식’ 견본 1부와 같이 한국하주협의회와 은행연합회에 발송했다.
선주협회와 선박대리점협회는 공문을 통해 오는 5월1일부터 선하증권 원본
을 제시할 수 없는 수입화물에 대해서 국제표준으로 인정되고 있는 P&I Clu
b L/G 양식에 의한 보증만을 인정하고, 기존 L/G 양식에 의한 보증은 수용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이유로 양 협회는 공문을 통해 우리나라 현행 상법 제129조 및 8
20조에 의하면 수입화물 인도요건으로 수입하주가 반드시 선하증권 원본을
제시하도록 돼 있으나, 그동안 사정상 부득이한 경우 선하증권 원본을 제시
할 수 없는 하주의 편의를 위해 은행이 발행하는 화물선취보증서를 담보로
선사가 화물을 하주들에게 인도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은행
이 발행하는 L/G는 선하증권 원본을 대신하는 만큼 L/G에 의한 화물인도 후
발생하는 화물의 멸실에 대해 은행측의 책임한계가 명확히 규정돼야 함에
도 불구하고, 이러한 점이 미약할 뿐만 아니라 은행의 자의적인 내용이 수
록된 측면이 강해 현행 L/G 양식에 의한 보증을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고 양
협회는 설명했다.
이에 따라 무역협회를 중심으로 한 하주 관계자들은 이에 대한 대책마련을
위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현재 일본, 중국, 동남아 등 근
해지역에서 수입되는 화물의 경우 대부분 L/G를 통해 화물을 반출하고 있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은행연합회측이 이같은 선사들의 방침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는 데다 개정양식대로 L/G를 발급받기 위해
서는 충분한 담보설정 요구 등 더 큰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기는 마찬가지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수입하주 L/G 발급요건 더 까다로워질 것

현행 상법 제129조는 해상운송인은 선하증권과 상환하지 않고는 운송물을
인도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대법원판례도 이를 위반한 운송물 인도를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불법행위 구성으로 판시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화
물인도 현장에서는 선사간 과당경쟁 등으로 인해 화주의 요청으로 은행이
발행하는 L/G에 의해 화물을 인도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일본, 중국, 동남
아 등 근해지역에서 수입되는 화물의 경우 운송시간은 2~3이 걸리는 데 비
해 화물인도에 필요한 선적서류가 도착하는 데는 약 1주일이 소요되고 있어
L/G를 통한 보증도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문제는 이렇게 L/G에 의한 화물반출 후 화물이 멸실되거나 수입업체가 부도
나는 경우 현행 법 제도와 판례는 그동안 운송인이 화물가액의 전부 또는 7
0% 이상을 배상하도록 판시하고 있는 점이다. 과거 태선피혁, 동원실업, 금
하방직, 경일화학 등과 관련된 선사들의 피해가 대표적인 예다. 이에 따라
과거 수년간 이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선사를 비롯한 운송업계는 이
러한 제도상 문제점의 해결을 지속적으로 요청해 왔으나, 아직도 뚜렷한 제
도적 보완장치 및 개선방안이 마련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선주협회와 선박대리점협회는 은행연합회에 L/G 양식 개선을 요
구하고 나아가 개정양식만을 인정하겠다는 방침을 통보했으나, L/G 발급에
적극적으로 나설 만한 뚜렷한 이해관계가 없는 은행측으로서도 이러한 요구
를 쉽게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충분한 담보제공 능력이 없는
수입하주들에 대해 무리하게 지급보증을 설 이유와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설사 선사들의 요구대로 국제표준을 따른 개정양식에 의해 L/G를 발급하더
라도 그만큼 L/G 발급기준을 까다롭게 정할 것이 분명하다.
결국 L/G에 의해 화물을 인도받아야 하는 수입하주들만 더욱 큰 어려움을
겪게 될 전망이다. 보증에 필요한 담보제공 능력이 충분한 하주들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더라도, 그렇지 못한 하주들은 앞으로 L/G
에 의한 화물반출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화물 적시반출 난관, 국가적 손실 이어질 듯

선주협회와 선박대리점협회의 방침대로 5월1일부터 현행 L/G 양식에 의한
보증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 일본, 중국, 동남아 등 근해지역에서 화물을 수
입하는 하주들은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담보제공 능력
이 미약한 중소 하주들의 경우 새로 채택되는 양식에 의한 L/G를 은행측으
로부터 발급받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적시
화물반출에 난관이 예상되고 이에 따른 국가경제 전반적 손실도 만만치 않
을 것으로 분석된다.
더우기 하주들이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자체적으로 별다른 대응방안
을 찾을 수 없을 것으로 관측돼 문제는 더 심각하다. 또 단순히 운송사·하
주·은행 등 이해관계자들의 협의를 통한 문제 해결에 기대를 걸 수 있는
사안도 아니기 때문에, 정부당국의 적극적인 제도적 보완장치 및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가 절실한 시점이다.
글·은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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