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7-07 13:13

논단/ 해상보험에서의 워런티(Warranty) 약관조항의 약관성과 보험자의 설명의무

정해덕 법무법인 화우 파트너변호사/법학박사
■ 최근 대법원 판례의 해석 및 평석을 중심으로


<6.27자에 이어>

(3) 영국법상 ‘워런티’라는 용어는 여러 의미로 사용되지만 영국 해상보험법 제33조 제1항은 워런티(실무상 혹은 강학상 ‘워런티특약’ 내지 ‘보장조건’이라고 지칭되기도 한다)를 확약적 워런티, 즉 피보험자가 어떤 특정한 일이 행해지거나 행해지지 않을 것, 또는 어떤 조건이 충족될 것을 약속하거나 또는 특정한 사실상태의 존재를 긍정하거나 부정하는 내용의 워런티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정의되는 워런티는 위험의 발생과 관련해 중요한 것이든 아니든 불문하고 정확하게 충족돼야 하는 조건으로서(같은 조 제2항),만약 이것이 정확하게 충족되지 않으면 보험증권에 명시적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보험자는 워런티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 해지통고 등을 할 필요조차 없이 자동적으로 워런티 위반일에 소급해 그 보험계약상의 일체의 책임을 면한다(같은 조 제3항, 대법원 1996년 10월11일 선고 94다60332 판결 등 참조).

(4) 영국 해상보험법상 워런티 제도는 상법에 존재하지 아니하는 낯설은 제도. 비록 워런티라는 용어가 해상보험 거래에서 흔히 사용되고 있다 하더라도 해상보험계약을 체결한 경험이 없거나 워런티에 관한 지식이 없는 보험계약자가 워런티의 의미 및 효과에 관해 보험자로부터 설명을 듣지 못하고 보험계약을 체결할 경우 워런티 사항을 충족시키지 않으면 어떠한 불이익을 받는지에 관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그 위반 즉시 보험금청구권을 상실할 위험에 놓일 뿐만 아니라 그와 같은 상실 사실조차 모른 채 보험사고를 맞게 되는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워런티 조항을 사용해 해상보험을 체결하는 보험자로서는 원칙적으로 당해 보험계약자에게 워런티의 의미 및 효과에 대해 충분히 설명할 의무가 있다.

(5) 원심은 제1심 판결 이유를 원용해 영국법 준거약관에 의해 영국 해상보험법이 적용되는 이 사건 워런티 약관조항은 피고가 2006년 7월2일까지 현상검사와 그에 따른 권고사항을 이행할 것을 워런티 사항으로 정하고 있으므로, 원고는 피고가 위 워런티의 의미 및 효과를 이해할 수 있도록 피고에게 구체적으로 설명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것이고, 피고가 해상운송업에 종사하고 있다 하더라도 대형해운회사나 무역회사와 같이 해상보험계약의 전담부서에 전문가를 두어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험자의 별도 설명 없이도 워런티의 내용과 효과를 잘 알고 있거나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앞에서 본 법리와 기록에 의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원고의 보험실무상 현상검사 등과 관련된 워런티 조항은 항상 문제가 돼 민원이 자주 발생했던 사항인점, 피고는 이 사건 선박의 리스 전에는 다른 선박을 용선해 골재채취업 등에 종사해온 소형 해상기업으로서 법무 전담부서가 없고 스스로 해상보험에 가입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며 이에 대한 증거를 제출하고 있는 반면,

이에 대해 원고는 아무런 반증을 제출하지 못하고 있는 점,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당시 이 사건 선박에 관한 해상보험을 공동으로 인수한 한국해운조합은 당시 이 사건 선박이 1개월 정도 수리를 요해 그 기간 중에는 현상검사가 불가능한 상태에 있는데도 이를 확인하지 아니하고 또한 보험개시일을 보험계약 체결일보다 소급한 2006년 5월26일로 정한 후 보험개시일까지 현상검사와 그에 따른 권고사항을 이행할 것을 워런티 사항으로 정했는데,

이는 당시 거래실정상 보험계약자인 피고는 물론이고 보험회사조차도 워런티 조항의 의미 및 효과를 정확히 알고 사용하고 있었는지에 관해 의문을 들게 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보험약관의 설명의무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6) 원고가 워런티의 의미 및 효과에 관해 피고가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피고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피고로서는 이 사건 워런티 약관조항의 의미 및 효과를 전체적으로 이해할 수 없게 돼 예측하지 못한 불이익을 받게 되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이 사건 약관조항 전체가 처음부터 이 사건 보험계약에 편입되지 못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와 달리 이 사건 워런티 약관조항을 현상검사와 그에 따른 권고사항을 이행해야 한다는 부분과 그 이행사항이 워런티에 해당한다는 부분으로 분리해, 전자는 원고가 피고에게 설명을 해 준 부분이어서 우선 이 사건 보험계약에 분리 편입되고, 후자는 그 의미 및 효과에 대해 준거법인 영국 해상보험법 제33조가 규정한 사항이어서 법령에 규정된 것으로서 별도의 설명 없이 이 사건 보험계약에 편입될 수 있는 것으로 보아, 전자와 후자가 각각 분리해 편입되는 방식에 의해 이 사건 워런티 약관조항 전체가 이 사건 보험계약에 편입된다고 볼 수는 없다.

(7)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원고가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당시 이 사건 워런티 약관조항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이 사건 워런티 약관조항에서 정한 기한 내에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원고가 보험금지급책임을 면하게 되는 효과 등 계약상 중요한 사항에 대해 충분하게 설명하지 아니했으므로 원고는 이 사건 워런티 약관조항에 대한 설명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고 봄이 상당하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기록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원심이 이 부분 사실인정과 관련해 증거를 취사선택하고 증거의 증명력을 비교·평가하면서 논리와 경험칙에 위배하고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났다거나, 구 약관규제법 제3조 소정의 설명의무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4. 결어

위 대법원 판결은 종전의 대법원 2001년 7월27일 선고 99다55533 판결과 마찬가지로 워런티(담보)위반을 사실상 인정하면서도 그 내용을 당사자가 알 수 없었다거나 설명의무를 위반했다는 등의 사유가 있으면 워런티위반의 효과를 배제할 수 있는 것으로 판시한다.

그러나, 워런티는 당사자간의 약속, 확약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당사자의 부지 또는 설명의무의 불이행 등은 워런티위반의 효과의 문제가 아니라 영국법상의 워런티로서의 요건을 구비했는지 여부에 관한 문제로 다루어져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따라서, 위 대법원 판결이 비록 워런티 약관조항에서 정해진 기간을 경과하기는 했지만 현상검사를 해야 한다는 요건은 충족했다는 점에서 보험금채무를 인정한 것에 대한 타당성을 어느 정도 인정할 수 있으나 워런티로서의 요건에 대한 검토 없이 무조건 워런티위반으로 전제한 후 설명의무를 들어 보험자의 면책을 부정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또한, 이 사건 워런티 약관조항이 과연 영국해상보험법상의 워런티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물론 이 사건 워런티의 중요내용은 현상검사요건 충족여부이고 그 기간 충족여부는 아닌 것으로 보이므로 기간을 워런티 사항에서 제외하거나 기간불충족의 하자가 사후에 치유된 것으로 해석할 여지는 없는 것인지 등도 검토됐어야 한다고 본다.

영국법상 워런티는 반드시 정확하게 지켜져야만 하는 확약담보이므로 워런티 해당여부, 요건충족여부는 당사자의 의사, 약속을 고려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하며 단순히 ‘warranted’라는 문언만으로 워런티에 해당하는 것으로 해석해서는 아니될 것으로 생각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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