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3-16 16:11

한일항로 3대선사 일본 대지진에 ‘암운’

日 동북부항로 전면중단…월 매출 30억~100억 감소 우려
▲쓰나미로 폐허가 된 센다이항

사상 최악의 대지진이 일본을 휩쓸고 간 여파는 고스란히 해운업계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한일항로를 독점적으로 서비스해왔던 국적선사들은 일본 동북부 지역의 쓰나미(지진해일) 참화(慘禍)로 서비스를 중단해야 하는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

지진 피해로 센다이항을 비롯해 가시마 히타치나카 오나하마 오후나토 하치노헤 등 우리나라 국적선사들이 서비스해 왔던 일본 동북부 6개 항만은 큰 피해를 입었다. 동북부 최대항만인 센다이와 오후나토는 부두시설이 모두 멸실됐으며, 나머지 4개항도 크레인이나 컨테이너장치장(CY) 등 하역시설이 파괴돼 가동 불능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센다이항등 항만기능 멸실

지진이 강타한 항구에 있던 일부 벌크선들도 전복 또는 좌초되는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고됐다. NYK의 7만~9만t(재화중량톤수)급 벌크선 3척이 오나하마항 하라마치항 등에서 석탄화물을 하역하다 전복 또는 좌초됐다. 기어벌크사의 5만2천t급 벌크선 <에뮤 애로>호는 가시마항에서 화물을 내리다 쓰나미가 덮쳐 선체가 파손되는 사고를 당했다. 일본 신와해운의 6200t급 벌크선 <아시아심포니>호와 글로비스의 6900t급 벌크선 <글로비스머큐리>호도 센다이항에서 쓰나미에 좌초되고 말았다. 일본 조선소도 쓰나미 피해를 비켜가진 못했다. 일본 야마니시조선소에서 신조선을 건조 중이던 근로자 100여명이 전원 실종됐으며 이시노마키조선소도 쓰나미 피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비교해 컨테이너선의 경우 직접적인 피해는 입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노선이 운항 차질을 빚었거나 취소됐을 뿐이다. 하지만 체감하는 피해 정도는 원양선사와 근해선사간에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머스크라인이나 한진해운 현대상선 NYK MOL 케이라인 등 원양 선사들은 지진으로 주말에 입항할 예정이었던 도쿄항이나 요코하마항 기항이 이틀 정도 지연되는 정도의 운항 차질이 발생한 것을 제외하고 큰 영향은 없다고 전했다. 도쿄항이나 요코하마 등 게이힌(京浜) 지역 항만들의 경우 지진 발생 초기 갠트리크레인 등 하역기기가 손상되는 피해를 입었지만 13~14일 이후 정상 가동되고 있으며 선박들의 입출항도 자유롭게 이뤄지고 있다. 다만 태평양항로에서 센다이항을 기항하는 그랜드얼라이언스(GA, NYK 하파그로이드 OOCL)의 경우 센다이항 기항을 중단했다.

일본 동북부 지역을 서비스해온 한일항로 3대 선사인 고려해운과 남성해운 흥아해운도 쓰나미가 밀려온 11일 기항을 취소하고 회항하거나 대체항만을 찾아 화물을 하역한 것으로 파악됐다.

부산-센다이-오후나토 서비스를 진행해온 흥아해운은 지진이 발생하자 센다이와 오후나토행 컨테이너를 싣고 부산항으로 회항했다. 앞선 기항지였던 시미즈항에서 화물을 내리는 것도 검토했으나 육송 수단이 끊긴 것을 확인하고 다시 우리나라로 화물을 싣고 되돌아온 것이다. 이 서비스엔 고려해운이 공동운항선사로 참여하고 있다. 당시 1100TEU급 <프리시아 앨러>(Frisia Aller)호는 당초 일정보다 이틀 정도 운항이 늦어지면서 화를 면할 수 있었다.

남성해운도 지진 피해 지역 기항을 모두 취소했다. 남성해운의 950TEU급 컨테이너선 <스타 파이어니어>호는 12~13일 센다이 오나하마, 히타치나카 가시마항을 잇달아 기항할 예정이었으나 지진 발생으로 부산항으로 되돌아왔다. 남성해운은 가고시마항에 이 선박을 취항시켜 화물을 하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치노헤항과 센다이항을 서비스하는 960TEU급 <스타에이펙스>호도 구시로항에서 부산항으로 뱃머리를 돌렸다.

이들 선사는 선박 피해는 없었지만 컨테이너 장비가 모두 유실되는 손실은 피할 수 없었다. 부두시설이 잿더미가 된 센다이와 오후나토항에 쌓여 있던 컨테이너 장비가 모두 유실되거나 파괴됐다고 해당 선사들은 전했다. 비록 ‘천재지변에 의한 불가항력’이란 면책조항을 들어 화주들로부터 클레임을 피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장비 피해액은 고스란히 선사의 몫인 셈이다.

▲대지진으로 폐쇄된 일본 동북부 항만

서비스 중단 장기화 전망

당장의 지진 피해는 이 정도로 마무리됐다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한일항로, 특히 동북부 지역을 서비스 해온 선사들은 운항 중단으로 막대한 수익 감소가 예상된다. 인명피해가 워낙 심해 항만시설이 복구된다고 하더라도 물류인력을 구하지 못해 항만 가동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선사들은 내다봤다. 서비스 중단이 단기간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란 어두운 전망이다.

남성해운이 센다이 오나하마 히타치나카 가시마 하치노헤 등 5개 항만의 서비스를 중단했다. 이 서비스엔 동영해운도 선복임대 방식으로 참여해왔다. 고려해운과 흥아해운도 한중일 펜듈럼 노선에서 일본쪽 기항지인 센다이 오후나토 서비스를 잠정 철수했다. 고려해운의 960TEU급 선박 <이사 트레이더>(Isar Trader)호가 부산-센다이-중국을, 흥아해운의 <프리시아 앨러>호가 부산-센다이-오후나토-중국을 운항해왔다.

서비스 중단으로 이들 선사는 월간 매출액이 적게는 30억원에서 많게는 100억원가량 감소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연간으로 계산할 경우 최대 1천억원이 넘는 수익 감소가 불가피한 것이다. 게다가 여진이 계속되고 있는데다 원전 4호기까지 폭발한 상황이어서 도쿄까지 피해가 확산될 경우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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