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경기 침체로 ‘북미항로’ 가장 큰 타격
응답자들, “새해 운임회복 성과 크지 않을 듯”
경인년 호랑이해가 밝았다. 호랑이의 힘센 기운을 이어받아 새해는 희망차고 역동적인 한해가 되길 바라는 마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특히 세계적인 경제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해운·물류산업계는 새해를 맞는 각오가 남다르다. 2009년 한해 사상 유례없는 적자에 허덕였던 해운선사들은 새해를 시황반전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벼르는 모양새다. 국제물류주선업계는 지난해 화주들의 공개입찰 전환과 환율하락으로 불거진 수익악화를 개선하기 위한 다각적인 전략 수립에 나서고 있다. 2009년 하반기 들어 조금씩 꿈틀거리기 시작한 시황회복의 조짐이 새해 들어서도 유효할지, 새해엔 해운물류업계가 그토록 바라마지 않는 ‘턴어라운드’(시황반등)의 힘찬 기지개를 켤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본지는 해운·물류산업 종사자 148명을 대상으로 <2010년 해운경기전망 및 업계현안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업계가 보는 새해 해운경기 전망은 어떻게 되고 풀어야할 현안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편집자 주-
●●● 해운물류업계의 가장 큰 관심사인 시황회복 시점을 두고 ‘2010년’이란 전망과 ‘2011년 이후’란 전망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본격적인 시황회복 시점’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40%가 ‘2010년 하반기’를 꼽았으며, ‘2010년 상반기’라고 답한 사람은 11%를 차지했다. 절반을 조금 넘어서는 사람들이 새해를 시황회복의 기준점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이와 비교해 ‘2011년 이후’라고 답한 응답자는 30%, ‘2011년 중’이라고 답한 사람은 19%였다. 49%가 본격적인 시황회복은 내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었다.
“장기 해운불황 가능성 있다”
일부에서 ‘해운경기침체가 5년 길게는 10년까지 이어질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초호황기를 겪으면서 선사들이 경쟁적으로 발주한 신조선이 이 같은 전망의 근거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한 견해를 묻자 51%의 응답자가 ‘선복과잉을 고려했을 때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절반을 넘는 사람들이 해운경기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비관적인 견해를 견지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너무 지나치다’는 의견도 46%에 달했다.
‘세계해운경기침체로 가장 심한 타격을 받은 정기항로’가 어딘지 묻는 질문에는 44%의 응답자가 ‘북미항로’라고 답했다. 다음으로 ‘구주항로’(25%)가 꼽혔고, ‘중남미항로’ 17%, ‘한일 등 근해항로’ 11% 순으로 나왔다.
새해 벽두부터 북미항로를 중심으로 정기선사들이 운임회복을 벼르고 있는 데 대해서도 물었다. ‘새해 정기선사들의 운임인상이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절반에 가까운 응답자(48%)가 ‘낮은 폭으로 인상’될 것으로 내다봤으며 38%는 ‘실효를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해운업계 종사자들이 새해 들어 진행되는 운임인상 노력이 큰 폭은 아니더라도 시장에 반영될 것으로 보는 것이다. ‘실효를 거두지 못할 것’이란 응답은 14%에 그쳤다.
‘세계 정기선사들의 선복과잉이 해소될 시점’을 묻는 질의에 대해선 ‘2011년’ 36%, ‘2010년’ 29%, 2012년 26%, 2013년 6% 순으로 답했다. 68%가 한동안 정기선사들이 현재의 극심한 선복과잉에 시달릴 것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2010년 가장 활기를 띨 정기항로로는 원양에선 구주항로, 근해항로에선 한중항로, 동남아항로가 비등하게 꼽혔다. 원양 및 근해항로를 각각 꼽으라는 물음에 22%가 한중항로, 21%가 구주항로, 20%가 동남아항로에 각각 표를 던졌다. 이밖에 중남미항로(12%), 북미항로(11%), 한일항로(11%), 호주항로(3%) 순이었다. 2009년 한해 근해항로 선사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 줬던 한일항로의 새해 전망은 비교적 밝지 않은 셈이다.
과잉선박 매각보단 계선
한편 ‘외항선사들의 경우 과잉선박을 매각했느냐’는 물음에 대해선 54%가 ‘매각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매각했다’는 답은 21%였으며, 매각 대신 ‘계선중’이라고 답한 선사도 25%로 상당수를 차지했다.
또 ‘비용절감을 위해 선박운항속도를 줄이고 있느냐’는 물음에는 54%의 응답자가 ‘전과 같다’고 말했다. ‘줄이고 있다’는 32%, ‘줄일 계획이다’는 14%를 차지했다. 최근 외항선사들이 선박운항속도를 12~14노트까지 감속하는 수퍼슬로스티밍 운항전략까지 들고 나오고 있지만 근해선사들 사이에선 아직까지 선박운항속도 조절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선사들의 불황 극복을 위한 바람직한 선대운영 전략’에 대한 물음에는 참여자의 67%가 ‘공동운항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과잉선박을 매각해야 한다’는 주문은 25%를 차지했다. ‘선박 계선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은 8%에 그쳤다.
최근 해운불황기로 선복과잉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1만TEU급 극초대형선박의 운항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물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는 ‘경기 상황에 따라 다르다’는 의견이 44%로 우세했다. 불황기를 맞아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선복과잉’의 주범으로 인식되고 있으나 향후 시황 반전을 고려한 의견들이라 할 수 있다. 또 ‘필요하다’(32%)는 견해도 ‘필요치 않다’(24%)는 의견보다 많았다.
2009년 한해 대형선사들이 유동성난을 개선하기 위해 단행한 대량 회사채 발행에 대해선 긍정적인 시선이 많았다. 응답자의 59%가 회사채 발행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고 답했으며, 14%는 ‘자금확보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반면 회사채 난발이 ‘오히려 경영악화’를 불러 올 것이라는 의견도 27%를 차지했다.
해운불황기에 최근 규모 있는 국적외항선사가 설립돼 정기선 서비스에 들어갔다. 이를 두고 해운업계와 화주기업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기도 하다. ‘시기적으로 어떻게 보는지’ 묻자 61%가 ‘시황회복시기가 관건’이라고 답했다. ‘저선가를 고려할 때 적정 시기’라고 답한 응답자도 31%를 차지했다. ‘너무 이르다’는 답변은 8%에 그쳤다.
“BDI 지수 현재수준에서 조정”
최근 건화물선운임지수(BDI)가 4천포인트대를 오르내리며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이 같은 흐름이 ‘벌크시황의 회복조짐이라고 보는냐’는 물음에 대해선 54%가 ‘현재 수준에서 조정’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응답도 35%에 달했다. 최근 BDI가 상승세를 타긴 했지만 이것이 지속적인 흐름을 보이긴 힘들다는 견해다. 실제로 BDI는 2009년 12월 초 4천포인트대까지 치고 올라갔다가 다시 하락 반전해 연말께 3천포인트선 초반까지 내려앉았다. ‘회복되고 있다’는 의견은 11%에 머물렀다.
해운불황으로 해운물류기업들의 구조조정도 관심사다. 설문조사 결과를 놓고 보자면 많은 기업들은 아직까지 회사의 어려움을 인력감축으로 해결하는데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극심한 해운불황으로 귀사는 구조조정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85%가 ‘없었다’고 답했다. 구조조정이 ‘있었다’는 응답은 9%였으며 ‘계획이 있다’는 응답은 6%에 불과했다.
지난해 국내 두 번째로 정부가 해운업계 구조조정에 나선 가운데 이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엔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73%가 ‘기대에 크게 못미친다’고 답했으며, ‘대형선사 위주’로 진행됐다는 의견도 22%나 됐다. 반면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는 답변은 5%에 그쳤다.
‘구조조정에 의해 지혜롭게 불황을 극복한 선사들의 승자독식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39%가 ‘그렇게 본다’고 말했고 25%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미미하나마 재편은 있을 것’이란 의견은 36%였다. 크던 작던 구조조정 결과에 따라 해운업계 재편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우세한 것이다.
‘국적 부정기, 정기선사들 모두 현 위기상황을 잘 버티고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68%가 ‘불안정하다’고 말해 언제 다시 2009년의 대량 도산 사태가 벌어질지 모를 것이란 비관적인 견해를 제시했다. 이에 비해 27%는 ‘잘 버티고 있다’고 답해 선전하고 있는 외항선사들에게 긍정적인 시선을 보냈다.
전대미문의 경기불황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해운·물류업계에선 임금체불에 대한 문제도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설문 조사 결과를 놓고 보자면 임금체불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귀사에서는 월급지급이 지연된 적이 있었느냐’는 물음을 두고 ‘없다’는 대답이 92%를 차지했다. 다만 일부 해운·물류기업들의 경우 경영악화로 월급 지급을 미루거나(3%) 미룰 ‘가능성이 있는’(5%) 것으로 집계됐다.
일부 포워더 선전은 전문화 때문
유례없는 세계 경제불황에도 불구하고 일부 포워더들이 선전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조사에 참여한 응답자 중 46%가 ‘전문화’를 원동력으로 꼽았다. 이어 ‘규모의 경제’를 실현했다(29%)는 답변도 상당한 지지를 얻었다. ‘인지도 제고’는 14%를 얻었다.
불황 속에서도 국내 지자체의 컨테이너부두 개발과 선사유치 경쟁은 치열하다. 이 같은 우리나라 컨테이너 항만개발 정책을 두고 해운물류업계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64%가 ‘공급과잉이 초래된다’고 답했으며 정책이 ‘재고돼야 한다’는 의견도 22%를 차지했다. 86%가 경쟁적인 컨테이너 항반개발에 호의적이지 않은 생각을 품고 있는 셈이다. ‘바람직하다’는 의견은 14%에 머물렀다.
또 2009년 해운업계의 이슈가 됐던 포스코, 한전 등 대형화주들의 외항해운업 진출추진에 대해서도 대다수가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89%가 ‘해운업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고 의견을 냈다. 반면 ‘바람직하다’는 의견은 11%를 얻는데 그쳤다.
경인운하 개발사업이 불황기 해운업계에 활력소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다. ‘경인운하 아라뱃길이 해운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물었다. 81%의 응답자가 ‘적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정부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역내 수출입화물 수송에 한강을 뱃길로 이용하겠다는 구상으로 의욕적으로 시작한 아라뱃길 사업이 정작 해운물류업계에선 큰 환영을 못받고 있는 셈이다. 영향이 ‘크다’는 답은 14%, ‘다소 있다’는 답은 5%에 불과했다.
‘녹색산업시책이 본격 시행될 경우 해운업계에 유리할지’ 묻자 57%의 응답자가 ‘장·단기에 따라 차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녹색산업이 국가정책의 주요 화두 기능을 하고 있는 가운데 해운물류기업들이 이에 대해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27%는 ‘불리하다’고 말했고 16%는 ‘유리하다’고 했다. <코리아쉬핑가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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