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9-20 11:45
컨테이너선 대형화 약일까 독일까
대형화 주도 머스크라인 운임경쟁력 압도
만성 선복과잉 해운업계 불황우려
●●● 세계 해운업계에 컨테이너의 초대형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이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해운원가 절감으로 선사들의 영업력을 높이고 나아가 하주들의 물류비 절감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긍정적인 시각이 있는 반면 선복과잉에 따른 해상운임 하락으로 선사들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될 것이란 우려 섞인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컨테이너 운송체제가 1960년대 도입된 이후 컨테이너선의 대형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1988년 4300TEU를 실을 수 있는 포스트파나막스급 컨테이너선이 처음 도입된 이후 2003년부터는 8천TEU급 이상의 대형선이 기간항로에 운항중이다.
특히 지난해 9월엔 머스크라인이 최초로 수송능력 1만1천TEU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투입함으로써 세계 해운업계에 1만TEU급 컨테이너선 시대를 열었다. 머스크라인에 의해 점화된 선박대형화의 불길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1만TEU급 컨테이너선 발주량은 지난 6월말 90척에서 8월7일 현재 114척으로 24척이 늘어났다. 이후로도 짐라인을 비롯해 유럽 선주사들의 무더기 발주가 이어지면서 불과 한달새 33척의 초대형선 신조발주가 보고되기도 했다. 9월19일 기준으로 1만TEU급 이상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발주량은 150척을 넘어선 것으로 관측된다.
1만TEU급 이상의 초대형선이 세계 주요항만을 기항하는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초대형 선박들의 규모는 흘수 14.5m, 선폭 56m 내외로 기존의 8천TEU급 선박과 큰 차이가 없다. 이와 비교해 세계 주요 항만들은 수심 15m 이상을 대부분 확보하고 있고 아웃리치(도달거리) 60m 이상인 대형크레인을 다수 설치하고 있다.
실제로 머스크라인은 1만1천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6척을 현재 아시아-유럽항로에 취항중인데, 기존 항만시설 및 장비로도 이들 선박에 대한 하역작업이 무리없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렇다면 선사들이 너나할 것 없이 선박 대형화에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해양수산개발원(KMI) 정봉민 박사는 선박 대형화의 목적은 규모의 경제 실현에 따른 수송단위당 원가절감이라고 지적했다.
정박사는 선박 대형화 시대를 이끌고 있는 머스크라인의 경우 선박 대형화의 선두자리를 이어가면서 단위당 해운원가절감으로 경쟁선사에 비해 화물확보에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선 투입으로 수송능력은 크게 늘어났으나 선박의 단위당 수송원가 절감으로 집화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화물영업의 가장 중요한 잣대는 무엇보다 운임수준이기 때문이다.
머스크라인은 선박 대형화를 지속적이고도 과감하게 추진하면서 수송단위당 원가절감을 꾀했고 이를 통해 다른 선사보다 경쟁력의 우위에 설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현재 각국 조선소들은 2008~2009년까지 일감을 확보한 상황이어서 초대형선 발주를 한다고 해도 2010년까지는 인도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최근 1만2천~1만3천TEU급 선박을 발주한 짐라인과 시스팬의 경우 2011년과 2012년 사이 신조선을 인도받는다.
이는 곧 머스크라인이 1만TEU급 컨테이선을 시장에서 상용화하고 있는 반면 경쟁 선사들은 향후 3~4년 이후에나 1만TEU급 이상의 대형선 투입이 가능함을 의미한다. 머스크라인이 향후 몇년간 원가 우위를 바탕으로 초대형선 시장을 지배하리란 예상이 가능하다.
● “선박대형화로 화물집화 힘들어”
해운원가 절감을 통해 영업경쟁력이 높어진다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대형선 투입에 따른 선복과잉은 여전한 숙제로 남는다. 선사 영업담당자들도 선박이 대형화되면서 가장 큰 애로요인으로 화물집화가 과열되고 있는 점을 꼽고 있다. 활화산 같은 중국발 화물량의 뒷받침이 아직까지 해운업계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지만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본격적으로 인도되면 세계해운업계는 만성적인 선복과잉에 시달릴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와관련 독일계 투자은행인 드레스드너 클라인보르트는 컨테이너선 신조발주가 위험수준에 도달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초대형선이 무더기로 발주되면서 발주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은행은 세계 해운업계 선복량은 2010년까지 평균 12.6% 가량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태평양항로는 선복량 과잉 문제가 심각히 대두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선박의 추가투입이 수송수요의 증대에 대한 대응보다 대형화를 통한 해운원가 절감 전략으로 추진되면서 운임하락은 필연적으로 동반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정기선 운임수준은 최근 3~4년간의 상승을 제외하면 과거 10년 이상 상승세를 나타내지 못했으며 오히려 하락하는 경향마저 보였다.
그동안 연료비, 인건비, 하역비 등 원가 상승요인에도 불구하고 운임수준이 제자리에 머물렀다는 점은 이같은 시장여건을 반영하는 것이다.
한편 이같은 해상운임 수준의 하향안정세에 대해 하주들은 물류비 절감을 가능하게 하는 요인이 된다는 점에서 반기고 있다. 정봉민 박사는 “국가 경제적 관점에서도 해상운임수준의 하향안정화는 생산 및 교역활동을 촉진함으로써 국민 후생증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리아쉬핑가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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