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9-19 17:46
관측시설 전무...자연재해 무방비
(부산=연합뉴스) 태풍 `매미'로 인해 2개 부두의 크레인 11기가 전복 또는 궤도이탈하고 부두에 쌓아둔 컨테이너 3천개 가량이 침수되는 등 큰 피해를 입은 부산항의 북항은 국내 컨테이너 화물의 80%를 취급하는 물류 대동맥이자 세계 3, 4위권을 다투는 항만이면서도 태풍과 해일 등 자연 대재앙을 미리 예보하는 시스템은 전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19일 부산지방해양수산청과 기상청 등에 따르면 현재 부산 앞바다에는 풍속 등을 측정하는 기상관측시설이 전혀 없고 해안가에는 해운대와 영도, 수영만, 가덕도 등에 무인기상관측장비(AWS)가 설치돼 있다.
그러나 북항과 통하는 해상에 위치한 오륙도 등대는 물론 신선대부두와 감만, 신감만, 우암부두 등 4개의 대형 컨테이너 부두가 밀집한 남구지역 어디에도 이런 관측장비가 없다.
신선대부두 운영사가 자체적으로 건물 옥상에 풍속계를 설치해 두고 있을 뿐이다.
이 때문에 12일 태풍 `매미'가 엄청난 위력의 강풍과 해일을 몰고 왔으나 부산해양수산청과 부두 운영사들은 사전에 이같은 사실을 알지 못했고 당시 풍속과 해일의 높이 등에 관한 정확한 기록도 전혀 없는 실정이다.
사전에 정확한 풍속과 대규모 해일습격을 알았더라면 대비를 더 했을테고 불가항력적인 경우를 제외한 나머지 피해는 예방하거나 줄일 수 있었다는 것이 부두운영사들의 주장이다.
태풍 내습당시 최대풍속에 대해 부산기상청은 북항에서 멀리 떨어진 중구 대청동 관측소에서 측정한 초속 42.7m를 공식기록으로 발표했으나 컨테이너 전복사고가 난 신감만부두 인근 신선대부두의 측정치는 초속 52m, 광안대교 주탑의 측정치는 초속 56.2m로 나타났다.
또 당시 태풍을 피해 이동하던 대형 카페리여객선 성희호에서는 측정한계치인 초속 60m를 넘는 바람이 계속 불어 풍속계가 고장이 난 것으로 알려지는 등 기상청의 공식기록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기본적인 기상관측 시스템 부재로 인해 크레인 전복사고의 원인을 정확하게 규명하는 것이 어려운 것은 물론 사후 배상책임 소재를 둘러싼 분쟁이 발생할 경우 당시 풍속이 설계기준인 초속 50m 초과여부가 핵심이 될 것이지만 이를 밝혀내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부산해양청은 뒤늦게 2004년부터 부산항 각 부두에 선박의 안전한 접안을 위한 기상관측장비를 설치하면서 오륙도 등대에도 관측시설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부산기상청도 태풍 매미의 내습을 계기로 해양기상 관측 체계에 대한 정비와 보강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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