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8-25 17:50
(서울=연합뉴스) 화물연대 파업이 25일 닷새째로 접어들면서 시멘트와수출업계 등에 이어 레미콘 및 건설업계의 피해도 현실화되고 있다.
정부가 파업 직후 군장비와 병력을 투입하고 비화물연대 소속 차량들을 일부 동원하고 있으나 역부족인 상황이며 따라서 이번주 부터는 조선과 철강 등 다른업계의 피해도 본격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산업계는 지난 5월 물류대란의 악몽을 떠올리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무역협회 등에 컨테이너와 일반화물 트럭알선을 긴급 요청하는 등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중이다.
◆시멘트.레미콘.건설 = 화물연대 파업으로 시멘트업계가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데 이어 레미콘과 건설업계에도 그 피해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정부와 운송사의 강경대응 방침 발표후 부산 등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업무에 복귀하는 지입차주들이 간간이 눈에 띄고 있지만 대부분 지입차주들이 여전히 운송을 거부해 피해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누적 피해액은 집계되지 않았지만 시멘트업계는 이번 파업으로 인해 평일 기준으로 하루평균 최소 100억원 이상의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레미콘업계도 향후 업계 전체의 작업이 모두 중단될 경우 하루평균 60만㎥ 레미콘 생산차질로 약 300억원 이상의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체별 피해현황을 보면 쌍용양회는 강원도 영월 및 동해공장에서 하루평균 4만∼5만t의 시멘트를 생산, 철도 및 선박을 이용해 전국 30여개 출하기지로 수송하고 있으나 정작 출하기지에 발이묶여 시멘트를 건설현장으로 보내지 못하고 있다.
성신양회도 충북 단양공장에서 하루 평균 1만1천∼1만5천t의 시멘트를 전국으로 수송하고 있는데 이번 화물연대 파업으로 수송이 완전 중단됐다.
현대시멘트 단양.영월공장(하루평균 1만t 생산)과 아세아시멘트 제천공장(하루평균 2천500∼3천t생산) 등 전국의 다른 공장들도 이번 파업으로 사실상 5일째 일손을 놓고 있다.
시멘트 수송중단이 계속되면서 시멘트를 공급받아 2차 제품을 생산하는 레미콘업계와 시멘트 및 레미콘을 주요 자재로 사용하는 건설업계도 피해가 가시화되고 있다.
수도권의 대표적 레미콘회사인 유진레미콘측은 "비가 많이 내리면서 수요가 줄긴 했으나 그래도 재고물량이 거의 바닥난 상태"라면서 "충남지역 등 지방의 일부중소업체들은 이미 재고물량이 떨어져 작업이 중단된 상태이며, 특히 수도권의 큰 업체들도 이번주 중반부터 작업을 더 이상 진행할 수 없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도 "공사량이 적은 주말이 낀데다 비까지 많이 내리면서 시멘트 수요가 줄어들긴 했지만 재고물량이 얼마없어 걱정"이라면서 "이번주 초부터는 시멘트공정을 처리하지 못하는 건설현장이 하나 둘씩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 = 거의 100% 육로수송에 의존하고 있는 현대미포조선의 경우 화물연대파업이 파업돌입 한주 전부터 예고됨에 따라 3∼4일치의 재고물량을 확보해 놓은 상태로 파업사태 이후 급히 비노조원 차량과 회사비상차량 20대 가량을 확보, 1일당하루치 물량인 800t 가량씩을 비상 수송해 놨다.
정부의 강경대응 방침 발표후 화물연대 측이 실력행사를 하고 있어 운송에 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이며 2∼3일 후면 정상적인 조업자체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될 전망이다.
현대미포조선은 향후 계속 비상수송 계획을 준비중에 있으며 상황이 심각해질 경우 바지선을 이용해 물량을 현대중공업에 옮겨놓은 다음 다시 미포조선으로 운반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육로수송 비중이 60% 가량 차지하는 한진중공업과 STX조선, 신아조선도 파업이 장기화되면 물량 확보에 큰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 자동차업계는 일단 물량 조절 등을 통해 당장은 큰 피해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수출 등의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사태가 장기화되면 수입부품 조달 차질로 부품업체와 현대차 등 완성차업계가 연쇄적인 조업차질을 보게 될 처지다.
현대차의 경우 수출선적은 대부분 울산 전용부두를 이용하는데다 아산공장의 물량을 선적하는 평택항의 경우 아직 문제가 없어 현재로서는 지장을 받고 있지 않다.
GM대우차는 수입부품 조달과 KD수출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
부품의 경우 화물연대 파업에 대비, 일단 파업돌입 1주일 전에 물량을 미리 당겨받았고 KD수출도 물량 조절을 통해 아직까지 버티고 있지만 장기화되면 차질이 초래될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의 경우도 부품물량을 미리 확보해 놓은 상태지만 장기화된다면 매월 말 실시되는 수출선적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부품조달 및 물류(자동차) 수송에 있어서는 화물연대 소속 화물차량 비중이 높지 않고 컨테이너가 아닌 부품운반 전용 차량으로 수송되는 비중이 높아 당장은 큰 어려움이 없다는 분석이다.
◆철강 = 각 업체들은 휴일 출하강행과 비상근무를 통해 파업으로 빚어진 출하차질을 다소 줄이기는 했으나 2∼3일내로 비상대책이 한계상황에 도달해 피해가 속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포스코는 전날 화물차 168대를 동원, 휴일 출하를 강행한데 이어 25일에는 화물차 400여대를 풀로 가동하며 출하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펴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화물차를 무한정 풀로 가동할 수는 없는 상황이며 해송확대 등의 다른 대책에도 한계가 있다"면서 아직은 공장에서 제품을 출하하는데 차질이 없지만 이를 주문처에 제때 전달하는데는 약간의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INI스틸 포항공장의 경우 휴일 비상근무를 하며 24일 하루동안 화물차 54대를 동원, 1천300t을 출하했으며 화물 운송사를 독려해 지난 23일 30.5%로 낮아졌던 출하률을 25일에는 40%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하계중 수리를 마치고 조업을 재개한 한보철강 당진공장은 조업 첫날인 23일 비화물연대 차량을 동원, 3천t을 출하한데 이어 25일에도 정상출하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으며, INI스틸 인천공장도 정상에 가까운 출하를 하고 있어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제품출하 차질이 지역별로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 = 삼성전자[05930]는 수원과 구미사업장의 경우 아직 별다른 차질이 없으나 광주사업장의 경우 나가지 못한 컨테이너가 이날 현재 300여개에 달했으며 이중 35% 정도인 100여개를 처리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파업 장기화에 대비해 빈 컨테이너 확보에 주력하고 철도운송을 통해 의왕ICD의 빈 컨테이너를 광주사업장으로 긴급 투입하는 한편 비노조 차량 및 기사를 최대한 확보해 주요 항만에 지원 인력을 파견하고 있다.
LG전자[66570]는 빈 컨테이너 확보로 별다른 차질을 빚지 않았던 지난주와는 달리 이번주에는 화물운송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고 각 사업부 생산관리그룹 및 인사노경그룹, 물류비상대책본부와 대책회의를 갖고 대응책을 협의중이다.
LG전자는 창원공장의 경우 화물연대 비가입 차량 및 철도수송, 연안내륙선박 등을 이용해 부산항까지 수송중이며 구미공장은 화물차량을 긴급 확보해 수송하고 있으나 어려움이 예상돼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긴급물량에 한해 항공운송도 고려중이다.
대우일렉트로닉스는 아직까지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광주공장 수출물량을 철도운송으로 바꿔 부산항으로 이동시키는 한편 대한통운과 같은 화물연대 비가입 트럭을 이용하고 있다.
◆수출 = 수출업계도 일부 기업이 공장가동을 중단하는 등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S전자는 광주공장에서 250FEU(1FEU는 4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가 공장에 적치돼 있으며 부산 컨테이너 야적장에도 10FEU의 컨테이너가 발이 묶여 있다.
수원공장은 23일까지 수출품이 철도수송이나 연안해송 등을 통해 예정대로 이뤄지고 있으나 이번주부터는 차량확보에 이어 빈 컨테이너 확보마저 어려워져 수출제품 수송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L전자는 21일부터 구미공장 수출품 출하율이 50% 수준으로 떨어졌고 23일까지 가전 수출상품의 운송 차질물량이 100FEU에 달해 적치공간 부족으로 제품출하가 어려운 실정이다.
H타이어도 23일까지 100FEU 가량 운송차질이 발생한데 이어 이번주에 월말이 끼어 있어 출하물량이 평소의 배로 늘어날 전망이어서 파업이 계속될 경우 수출실적 목표 달성에 차질이 예상된다.
K타이어는 수입원자재 비축 여유분이 5일 분량이어서 금주까지 파업이 이어지면 원자재 조달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H자동차는 수출화물(KD부품)의 운송이 평소의 40%, 수입화물 운송은 5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철강업체인 M강재의 경우 화물연대 파업 이후 원자재 수급이 전혀 이뤄지지 않아 공장가동이 중단됐으며 현재까지 10억원의 매출손실이 발생했다.
24일 현재 부산항의 반출입량은 평소의 55.1%, 장치율은 61.3%이며 광양항은 반출입량 38.2%, 장치율 35.1%, 의왕 경인내륙컨테이너기지(ICD)는 반출입량 29.7%, 장치율 85.9%로 각각 집계됐다.
특히 부산항의 장치율은 4부두 93.2%, 감만 세방부두 90%, 대한통운 부두 83% 등으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무역협회는 전했다.
◆석유화학 = 수출비중이 50%가 넘는 화학업계도 갈수록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충남 대산단지에 공장이 위치한 삼성아토피나는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지금까지 약 3천t의 화물선적이 차질을 빚어 30여억원 상당의 수출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삼성아토피나는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에 대비 '화물연대 파업 피해최소화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했으며 25일중 대책회의를 열어 공장가동률 축소를 검토할 예정이다.
전남 여천단지에 공장이 있는 LG화학은 재고물량 덕에 아직까지 생산차질은 빚어지지 않고 있으나 파업이 월말까지 지속될 경우 100억원 정도의 수출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LG화학은 파업 장기화시 육상운송 대신 해상운송이나 긴급물량의 경우 항공운송을 활용한다는 계획이지만 뚜렷한 대책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섬유 = 효성은 화물연대 파업으로 운송차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수송량이 평소보다 30-40%가량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효성은 사태가 장기화되면 출하되는 물품이 수송되지 못하고 쌓이면서 보관공간이 부족해지고 수출 지연으로 바이어에 대한 신뢰도에 손상이 가는 등 피해가 현실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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