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6-05 11:00
(거제=연합뉴스) 이종민기자 = "월드컵 경기도 관람해야 하고 넘쳐나는 작업물량도 처리해야 하고..."
월드컵 열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경남 거제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의 협력업체들은 근로자들이 월드컵 TV 시청을 위해 잔업(시간외 근무)을 기피하는 바람에 밀려오는 일감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5일 거제지역의 조선 기자재 중.소업체에 따르면 그동안 오후 6시 퇴근이후 통상 임금의 1.5배를 지급받는 잔업에 100%에 가까운 근로자들이 참여해 왔으나 월드컵이 시작된 지난 31일부터는 잔업참여율이 업체에 따라서는 절반가량으로 떨어지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근로자중 80%가량이 20-30대로 축구에 관심이 많은 젊은층인이어서 한국전이 없는 날이라도 세계 각국의 수준높은 축구경기 관람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제지역에는 현재 150여개 조선 관련 중.소업체에 1만4천여명의 근로자들이 있으며 이 가운데 상당수 업체는 잔업 참여율이 크게 떨어져 넘쳐나는 물량을 제때 처리할 수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거제시 연초면 오비리 H기업(종업원 120명)의 최모(35)사장은 "최근 조선호황으로 수주받은 작업물량이 넘쳐나고 있지만 월드컵이 시작된 이후 대부분의 근로자들이 잔업을 하지 않으려고 해 납품시기를 놓치지나 않을까 걱정이 태산같다"고 말했다.
또 거제시 연초면 선박 의장품 생산업체인 A업체(종원원 150명) 관계자는 "잔업참여율이 크게 떨어진데다 오는 10일 미국전에는 아예 연월차를 내고 출근을 하지않겠다는 근로자들이 많아 대책을 논의중이다"고 말했다.
협력업체들 뿐만 아니라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 직영 근로자들도 월드컵 시청을 강력히 요구해 오는 10일 미국전에는 야드 각 식당과 사무실 등에 2-3대의 대형 TV를 설치해 경기관람을 허용할 방침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본사 직영근로자들의 경우 통상 오후 6시에 퇴근하기 때문에 월드컵 시청에 큰 문제는 없지만 외주 협력업체의 경우 대부분 잔업을 해 오기 때문에 작업진도 맞추기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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