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10-10 17:53
<인천항이 1883년 개항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대표적 청정화물인 자동차가 비싼 물류 비용으로 이미 떠나기 시작했고, 사료부원료.고철 하역으로 인한 공해문제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준이 되고 있다. 이에 오는 10∼12,15일 인천종합문예회관과 인천상공회의소에서 열리는 '동북아 허브-포트 지향 인천시민대토론회'를 계기로, 인천항의 문제점과 발전 방안 등에 관해 연재한다>
(인천=연합뉴스) 강종구기자= 인천지방해양수산청 장황호 항무과장은 9일 '동북아 허브-포트(HUB-PORT) 지향 인천시민대토론회'를 앞두고 미리 배포한 자료를 통해 인천항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국내 다른 항만보다 3배 가량 비싼 항만 이용료를 들었다.
이밖에도 낡은 하역장비, 비효율적인 항만 관리.운영체제, 한-중 정기 컨테이너선 항로 부재(不在) 등을 인천항의 발전을 가로막는 요소로 제시했다.
◆인천항 이용료, 부산항의 3배
갑문식 항만인 인천항의 항만 이용료는 2천99만원(2만t급 선박 기준)으로, 갑문이 없는 부산항의 항만 이용료 717만원보다 무려 3배에 달하고 있다.
이는 선박입항료, 접안료, 정박료, 화물 입.출항료 등은 부산항과 같지만 갑문으로 인해 외항에서 내항까지의 거리가 길어져 도선료, 예선료, 통선료 등이 월등히 비싸기 때문이다.
◆하역장비 노후화
인천항 8부두 하역장비의 연령이 수십년에 달할 정도로 노후화돼 유연탄.고철 등 화물의 하역능력이 떨어지고 있다.
특히 인천항은 고철 및 사료부원료 하역작업시 발생하는 먼지로 대기오염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고 있지만 이동식 방진망이나 돔 형식 야적장이 크게 부족해 대기오염을 절감시킬 수 있는 장비 확충이 시급하다.
◆항만 배후물류단지 미비
갑문식 항만인 인천항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갑문 없이도 입.출항이 자유로운 인천 북항, 남항, 신남외항 개발이 시급하지만 이에 대한 개발사업이 예산부족으로 지지부진한 상태에 머물고 있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항만개발사업은 남항 컨테이너부두(4만t급 3개 선석), 북항고철부두(5만t급 3개 선석), 북항다목적부두(5만t급 3개 선석)에 불과해 인천항 체선.체화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인천항 중심 정기 컨테이너선 항로 부재
인천과 중국 도시간에 7개 여객선 항로가 개설돼 있지만 정기 컨테이너선 항로는 단 1개도 없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화주들이 여객선을 이용, 화물을 운송하다보니 해상운송비용 부담이 커져 대 중국 수.출입 물동량 규모가 항상 일정한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인천항의 강점을 충분히 활용하기 위해서는 인천∼중국 정기 컨테이너선 항로 개설이 시급하다.
인천항, 타 항만과의 경쟁력 있나
한국선주협회 김영무 이사는 9일 '동북아 허브-포트(HUB-PORT) 인천시민대토론회'를 앞두고 배포한 자료를 통해, 인천항이 국내 다른 경쟁 항만보다 예산확보, 하역능력 현황 등 여러 면에서 뒤처지고 있다며 경쟁력 확보에 역점을 둬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항만개발사업비 크게 부족
올해 해양수산부 신항만건설 예산 현황에 따르면 98년부터 올해까지 항만건설 및 항만 보수 목적으로 집행되거나 집행이 확정된 사업비는 인천항의 경우 3천652억원으로, 부산(6천857억원).광양(5천563억원).평택(4천244억원)항보다 적은 규모다.
또 오는 2011년까지 개발 예정인 선석 규모 및 사업비 면에서도 인천항이 1조2천50억원으로 부산(8조원).울산(3조1천945억원).광양(5조7천억원).평택(2조9천418억원)보다 크게 떨어지고 있다.
◆입항하려면 8시간이나 대기
갑문을 통과해야 한다는 점과 내항 선석의 부족으로 인천항을 이용하는 선박들의 체선율은 다른 항만 체선율을 압도한다.
지난 98년 인천항의 체선율은 16.7%에 달해 부산(2.6%).울산(5.4%).광양(7.2%)보다 훨씬 높았고, 평균 대기 시간도 8.4시간이나 돼 다른 항만(1.1∼2.7시간)을 이용하는 것보다 크게 불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시 항만지원 인력 부족
항구를 관내에 둔 지방자치단체들이 항만지원업무를 전담하는 부서를 두고 있는 반면, 인천시는 지난 8월 항만공항과에 직원 13명을 두고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 지원업무를 병행하고 있다.
이는 부산시가 항만정책과에 직원 20명을 두고 있는 것을 비롯, 기초자치단체인 광양시와 평택시 조차 각각 항만물류과(광양 11명, 평택 13명) 등 항만업무 지원 전담 부서를 두고 있는 것과 비교가 되는 것이다.
◆정기선 취항노선 부족
국내 최대 항만인 부산항을 제외하더라도 울산항이 일본.동남아.중국 항로에 18개 선사 46척의 정기선을 유치하고 있고, 광양항이 미주.동남아.미주 항로에 25개선사 55척의 정기선을 유치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인천항의 위상은 초라하기 그지 없다.
인천항은 현재 중국과 일본 2개국 항로에 8개 선사 12척의 정기선이 운항하고 있을 뿐이어서 국내 2위의 항구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인천항 항만운영 이대로는 안된다
97년 인천항에 임대부두운영회사제(TOC) 도입 이후 항만 생산성이 향상된 점은 있지만, 수익성만을 고려한 각 부두 운영회사들의 물량 유치 정책으로 각 부두의 기능이 특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김학소 박사는 10일 '동북아 허브-포트(HUB-PORT) 지향 인천시민대토론회'를 앞두고 배포한 자료를 통해 이같이 밝히고 인천항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서 인천항 내 8개 부두가 부두별 특성을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천항은 부두별 전문화계획에 따라 1, 2, 3, 6부두는 잡화취급부두, 4부두는 컨테이너전용부두, 5부두는 자동차전용부두, 8부두는 고철전용부두로 각각 계획됐지만 실제로는 부두별 전문화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부두운영회사들이 부두별로 취급화물을 특화시킬 경우 한 종류의 화물만을 취급할 수 밖에 없고, 부두별 기능 특화를 위해서는 고정식 하역장비 설치가 필요해 추가 비용이 들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두를 기능별로 특화시킬 경우 하역능력 증대 효과와 부두 운영의 효율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이 부두별 기능특화를 유도할 수 있는 정책을 수립,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 남항과 북항의 부두 개발이 완료되는 경우 고철이나 사료부원료 등 공해성 화물은 이 두 곳에서 처리토록 하며, 고정식 하역장비를 설치해야 하는 부두운영회사에게는 재계약시 장기계약 체결 및 임대료 인하 등 인센티브를 줘 부두별 기능 특화를 유도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인천항 운영면에 있어 또 하나의 문제는 항만계획수립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간 의견을 교환할 기회가 부족, 지역 사정이 항만계획에 충분이 반영되지 못한 채항만과 도시계획이 부조화를 보여 왔다는 점이다.
일례로 인천 남항 배후지는 원래 항만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매립됐으나 인천시는 도시 용도로 활용하기 위해 아파트를 건설했다.
이로 인해 남항 배후지는 주거 지역으로 인정되고 아파트단지가 들어서자 항만은 분진발생 및 미관을 해치는 지역 주민의 혐오시설로 인식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항만과 도시간 갈등 구조를 깨기 위해서는 인천항의 개발 및 운영계획을 수도권 정비계획, 도시계획과 함께 효과적으로 연계해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인천항 이용료 산정체계 개선 시급
과거 항만시설이 크게 부족했을 때에는 인천항 이용료가 다소 비싸더라도 수도권 내 대다수 업체들은 인천항을 이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평택항 등 인접 대체 항만의 등장으로 인해 인천항의 값비싼 이용료는 화주들의 등을 돌리게 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어 이에 대한 요율체계의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길광수 박사는 10일 '동북아 허브-포트(HUB-PORT) 지향 인천시민대토론회'를 앞두고 배포한 자료를 통해 이같이 밝히고, 인천항의 선박 입.출항 여건, 항만운영 여건 등을 고려한 새로운 요율체계를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갑문식 항만인 인천항의 경우 갑문 통과를 위해 타 항만보다 2∼4척의 예선을 추가로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3만t급 선박 기준으로 부산.광양.군산항보다 각각 125만원, 160만원, 100만원이 더 비싼 313만원을 예선료로 부담해야 한다.
인천항은 또 조수간만의 차로 인해 13마일에 이르는 긴 구간에서 선박을 강제도선해야 하기 때문에 3만t급 선박 기준으로 부산.광양.군산항보다 각각 222만원, 187만원, 81만원이 더 비싼 306만원을 도선료로 지급해야 한다.
이밖에도 갑문통과로 인한 줄잡이 비용이 추가되며, 선박경비료, 급수요금도 비싸 부산항에 비해 10만원 가량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이처럼 인천항의 비싼 이용료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현재 부산항과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된 화물입항료, 창고 및 야적장 전용사용료 등 항만시설사용료를 인하해야 한다.
미국.일본.홍콩 등 해양선진국의 경우에도 국가 내 항만간 사용료체계가 다르게 운영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우리도 항만 여건에 맞는 나름대로의 항만요율체계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인천항 항계 내에서 작업하는 예.도선에 대해 면세유를 공급하여 간접적인 비용인하를 유도, 갑문 이용시 추가부담해야 하는 예.도선 이용료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추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인천항 이용료 산정체계 개선과 함께 항만하역요율체계와 부두임대료체계 또한 인천항 부두여건과 타 부두와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재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