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9-27 09:37

중국이 ‘뜨면’ 멕시코는 ‘진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성기준특파원= 중국과 멕시코의 양자간 무역협정 체결로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이 기정사실화된 가운데 멕시코는 중국의 적극적인 대미 진출로 미국시장에서 경쟁력을 상실하지 않을까 몹시 우려하고 있다.
전체 수출입에서 멕시코의 대미 의존도는 90% 가량에 이르고 있으나 중국이 내년초 WTO 공식가입을 계기로 미국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경우 상상을 초월한 저임과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미국시장 장악은 시간문제이기 때문이다.
멕시코 역시 그동안 노동집약산업을 통해 미국시장을 공략해 왔으나 중국이 대미 수출규제의 해제를 의미하는 WTO 회원국이 된 이상 중국의 진출에 제동을 걸 수 없는 처지가 됐다.
민간단체인 멕시코 제조업연맹(Concamin)은 이에 따라 지난 25일 중국의 WTO 가입에 관한 기자회견에서 "WTO 정회원국이라는 중국의 위상 변화는 미국시장을 둘러싼 중국과 멕시코간 무한경쟁의 시작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물론 멕시코 정부가 중국과의 양자협정 체결에 앞서 몇 가지 조건을 제시했기때문에 적어도 오는 2005년초까지는 멕시코가 수출시장에서 중국과 `충돌'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멕시코 정부가 중국산 제품에 대해 최고 1천%까지 세율을 적용하는 기존 관세제도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합의한 것도 국내 시장에서의 `중국 충격'을 일정기간 잠재울 수 있다.
문제는 2005년 이후이다. 중국의 수출경쟁력이 가공할 정도로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모든 규제가 풀리는 몇년뒤면 미국시장에서 멕시코 제품이 설 땅을 잃어버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회원국으로서 미국으로부터 갖가지 특혜를 받고 있는 멕시코의 지난해 대미수출액은 1천359억달러에 이르렀으나 중국은 교역협정 등 특별한 `방패막이'가 없이도 1천여억달러의 대미수출을 기록했다.
같은해 중국의 대미수입은 161억8천만달러를 기록, 830억8천만달러의 무역흑자를 보인 반면 멕시코는 미국으로부터 1천600억달러 어치를 수입, 245억8천만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하면서 사상 최대의 역조현상을 나타냈다.
지난 98년 미국의 민간단체인 전국노동위원회(NLC)가 실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중국의 섬유공장 근로자들은 주당 60∼90시간씩 `중노동'을 하면서 단 한 푼의 초과 근로수당없이 13∼28센트의 일당을 받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주 5일 근무제에 최저임금이 50페소(미화 5.5달러)인 멕시코 노동시장과는 근본적으로 겨루기가 어려운 것이라고 멕시코의 경제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또 중국이 미국 등 각국을 상대로 한 교역에서 거둔 무역흑자를 단순한 소비품 생산이나 주문생산이 아닌 투자 등 생산 다변화쪽으로 서서히 눈을 돌리면서 멕시코를 더욱더 바닥으로 떨어뜨릴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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