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7-04 17:11
[기고]평택항 시대, 그 전망과 과제(3)
-세계적인 美港을 만들자-
설 봉 식 (중앙대 산업경제학과 교수)
색깔 있는 아름다운 항구로
평택항은 샌프란시스코와 시드니, 그리고 나폴리 등 세계적인 미항(美港)과 같이 천혜의 항만입지 조건을 갖춘 아름다운 항구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항구가 자연발생적이거나 근대화 및 경제개발과정에서 생긴데 비하여 평택항은 광양항처럼 경제개발 후기에 개발되고 또 개항된 특성을 띠고 있다. 그 개발의 역사는 짧으나 경제성장과 무역의 증가로 새로운 물류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항만개발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문을 연 개발후기의 항구인 것이다.
이제 우리는 평택항을 세계적인 미항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세계 여러 나라 많은 항구들의 성장과정은 물론 광양항과 같은 신항 개발에 따른 시행착오를 거울삼아 보다 알찬 항만도시의 개발을 위한 청사진을 마련한다면 후발주자의 이점을 잘 살릴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당국에서는 평택항을 상항(商港)과 공업항의 기능을 갖춘 항구로 만들 계획인 것 같다. 부산항이나 인천항 및 광양항 등과 같이 외국무역이나 국내 상거래를 주로 하는 대표적인 상항으로 개발하고 아울러 울산항이나 동해항처럼 공업원재료나 제품의 수입과 수출을 주로 하는 공업항으로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평택항에 대한 비전은 아울러 국제유람선이나 카페리 항로를 거쳐 관광객이 드나드는 관광항으로도 개발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평택항은 서해안 고속도로는 물론 내년에 완공될 것으로 예견되는 동서고속도로를 이용하면 서울과 수도권 지역주민들이 쉽게 왕래할 수 있는 새 관문으로도 손색이 없지 않은가 ! 그러므로 수많은 관광객들이 드나드는 평택항을 꿈과 낭만이 있는 아름다운 항만의 계획도시로 만들어야 하겠다.
지방화 시대 이후 여러 지방의 도시들은 저마다 공업단지나 관광위락단지 등을 조성하는 가운데 ' 서울 닮기 경쟁 '을 해 오고 있음은 다 아는 일이다. 그래서 지방의 어느 도시를 가든 전혀 색깔을 찾아볼 수 없다. 외국의 생산성 높은 항만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만 평택항이 가지고 있는 입지조건이나 성장잠재력을 생각해서 독특한 항만도시로 만들 계획을 세우고 색깔 있는 도시의 이미지를 만들어야 한다. 물론 세계적인 미항 만들기는 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지속적으로 추구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신도시 개발도 서둘러야
이와 같은 평택항의 미래에 대한 꿈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정부나 평택시 당국의 힘 만으로써도 가능하지 않다. 어느 정도 많은 인구와 그에 따른 재원의 뒷받침이 있는 적정한 도시규모를 갖출 때 세계적인 미항 만들기도 가능할 것이다.
우리는 평택지역이 수도권 개발의 남은 기회의 땅으로 알고 있다. 정부는 지난 10 여년 간 인구의 수도권집중을 억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왔다. 그러나 그 정책결과는 수도권인구의 전체인구에 대한 비중이 42% 정도에서 45% 이상으로 증가되고 말았다. 그 이유는 많지만 무엇보다도 겉으로는 수도권 인구억제를 표방하면서도 바로 수도권 한복판에 분당이나 일산, 그리고 평촌 등과 같은 신도시를 개발하면서 오히려 인구의 수도권집중이라는 역효과를 낳은 것이다. 서울과 경기도 지역을 수도권이라고 말하지만, 문제는 서울과 인천 그리고 수원으로 이어지는 삼각형의 벨트, 그 좁은 지역 내에 전체인구의 40%나 되는 많은 인구가 밀집해 있는 데서 오늘날과 같은 많은 사회적 이슈를 낳고 있다.
수도권인구의 분산은 바로 그 삼각형의 벨트 속에 살고 있는 많은 인구를 경기도 외곽으로 이동시키려는 노력으로 그 정책효과를 얻어야 할 것이다. 판교나 동탄지역의 신도시개발은 중단되어야 한다. 오히려 평택항부근에 제2의 분당이나 일산과 같은 거대한 신도시를 개발하는 일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신도시는 결코 베드타운의 성격이어서는 안 된다. 평택항 부근에 많은 일자리를 만들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자족적인 미래형 신도시를 개발하면 수도권인구의 분산은 물론 그 개발의 파급효과가 기대이상으로 클 것이다. 이제 우리는 선진국의 문턱에 서서 투자와 소득 및 고용의 유발로 그 급성장이 기대되는 꿈의 항만도시, 세계적인 미항 하나쯤은 가져 봄직도 하다.
우리는 늘 " 이 땅을 후손에게 잘 물려주자 "라고 말하곤 한다. 그러나 온 나라를 국립공원으로 만든 케냐 사람들은 " 후손으로부터 잠시 빌려쓰고 있는 이 땅을 잘 가꾸자 "라고 말한다고 한다. 옳은 말인 듯 싶다. 평택항 개발과 그 주변의 도시개발도 환경친화적이고도 지속가능한 개발의 방향에서 잘 추진되어야 하리라 생각된다.
끊임없는 연구와 개발을
평택항 시대, 그 전망은 매우 밝다. 정부에서도 평택항 주변에 외국인 전용 물류단지를 조성하고 나아가서 자유무역지대까지도 만들 정책구상을 하고 있다고 한다.
분명 중국은 또 하나의 세계라고 말할 만큼 큰 나라이다. 그리고 항해를 건너면 러시아나 중앙아시아 및 유럽으로 가는 새로운 실크 로드를 만날 수 있다. 중국횡단철도(TC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CR)와 같은 랜드 브리지가 연결되는 동북아물류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함이 옳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평택항과 그 주변의 항만도시를 서둘러 개발해야 한다. 늑장 피우면 안 된다.
문제는 이와 같은 평택항 개발은 어떠한 방향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인가에 달려있을 것이다. 그 전망과 과제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와 개발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공업단지와 물류기지, 그리고 관광 및 위락단지 등의 조성은 물론 대형 스포츠 및 문화시설, 과학공원, 대학, 연구소, 국제회의 및 이벤트 등의 유치와 같은 많은 일거리에 대한 활발한 연구발표와 그 토론이 계속되어야 하리라 생각된다.
한편 우리는 장소마케팅이라는 의의를 이해하고 유사한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겠다. 미국의 피츠버그 시(市)는 철강공업이 쇠퇴하면서 일자리도 줄고 스모그가 심한 지역으로 이미지가 나빠지자 시 당국과 시민들이 협력하여 장소마케팅을 시작했다고 한다. 마케팅 조직으로 장소( 피츠버그 시 )의 이미지를 높이고 살기 좋은 도시임을 증명해 보이면서 투자와 산업을 유치한 것이다. 그리하여 하이테크 및 서비스산업 등에 1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는 것이다. 귀감이 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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