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25 09:07

전략상선대 도입되면 조선산업등 10만명 고용효과

해수·산업·재경·국방 외교등 범정부 협의 필요


국내 해운업계가 도입을 추진 중인 전략상선대 제도가 10만명의 일자리 창출과 60조원에 이르는 경제적 효과를 불러올 걸로 평가됐다.

우수한 중앙대학교 국제물류학과 교수는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우리나라 해양강국 도약을 위한 전략 수립 토론회’에서 “전략상선대가 도입되면 조선과 철강, 엔진, 부품 투자 등에서 30조원의 직접적인 경제효과가 발생하고 철강 기계 전자 철광석 에너지 물류 소비 등의 간접 효과도 29조원에 이를 걸로 전망된다”며 이 같이 밝혔다.

아울러 조선 분야에서 유발되는 4만5000명의 직접 고용을 비롯해 연관 산업까지 포함한 전체 고용 효과는 10만명에 이를 걸로 분석했다. 

전략상선대는 평시엔 생필품이나 전략물자의 해상운송에 활용돼 국민경제에 이바지하고 전시나 비상시에 안보 활동을 하는 선박을 말한다. 우리나라가 현재 운영 중인 국가필수선대를 확대한 제도다.

우리나라 조선소에서 건조되고 우리나라에 국적을 등록하고 우리나라 선원들이 탑승하는 선박들만 전략상선대로 지정될 수 있다. ‘전략물자 국적선박 확보를 통해 물류 안보 실현’이란 이재명 대통령 대선 공약에 부응하는 제도인 셈이다. 

미국·일본·호주 등 유사제도 운영 중

미국과 일본 호주에서도 이와 비슷한 제도를 운영 중이다. 미국은 현재 190척 규모의 해상수송사령부(MSC)와 60척 규모의 해사안보프로그램(MSP)을 운영하고 있다.

MSC에 소속된 선박은 정부 직영으로, 평시에도 미군의 식량과 탄약을 수송하는 반면 MSP에 지정된 선박은 평시엔 민간 해운사에 소속돼 상업 운항을 하다가 비상시에 국방부 통제를 받아 군수 물자 수송에 참여한다. MSP 선박은 연간 580만달러의 비용을 정부에서 보상받는다.

미국은 이와 별도로 자국에서 건조된 선박으로만 구성되는 250척 규모의 전략상선대(SCF)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세 제도가 동시에 가동하면 미국의 전략안보 선대는 총 500척으로 늘어난다. 

일본은 2200척 규모의 준국적선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평시엔 라이베리아나 파나마 마셜제도 등의 개방형 기국 국적을 유지하다 비상시엔 일본 국적으로 변경해 정부의 통제를 받는 선박이다. 일본의 준국적선은 저리의 건조 자금 대출과 톤세제 혜택을 받는다.

그런가 하면 호주는 95%에 이르는 외국적 선박 의존도를 개선하려고 12척의 국가전략선대를 도입했다. 호주에 국적을 두고 호주 선원을 태워야 하는 이 선박은 유사시 바로 안보 활동에 투입된다. 호주 국적과 호주 선원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초과 비용은 전액 호주 정부에서 지원한다. 
 
우수한 교수는 토론회에서 2040년까지 200척 규모의 전략상선대를 확보하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했다. 2027년까지 법제를 정비하고 초기 재원을 투입해 현재 88척인 국가필수선박을 100척으로 늘린 뒤 2028년부터 연간 10척씩 신조에 들어가 2040년까지 100척의 전략상선대를 추가 확보한다는 청사진이다.

아울러 선종 구성은 우리나라의 전시 물동량 등을 고려했을 때 벌크선 60척, 컨테이너선 50척, 유조선 48척, 자동차운반선 9척, 가스선 33척이 적합한 걸로 분석됐다.

우 교수는 전략상선대 사업으로 조선소는 100척의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하고 해운사는 친환경 선박 전환 부담을 완화하는 등 조선과 해운 산업의 선순환 효과를 만들고 국가적으로 에너지 안보를 달성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특별법 제정·현행법 개정 이견

우 교수는 전략상선대에 시중 금리보다 2% 낮은 우대 금리로 신조 가격의 90%까지 융자하고 상환 기간도 선박 운영 기간을 고려해 최대 20년까지 장기로 설정하는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핵심 에너지 화물의 70%를 전략상선대에 배정하는 내용을 법제화해 2037년에 LNG 수송 국적 선박이 0척이 되는 위기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성결대 한종길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패널토론에선 정부와 화주, 정책금융기관에서 나와 전략상선대 제도의 도입 취지에 공감했다. 다만 도입 방법을 두고선 의견이 엇갈렸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이재복 영국변호사는 “K-전략상선대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선 기존 법령 개정이 아닌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해양수산부 심상철 연안해운과장은 “별도의 제도를 운영하기보다 기존 제도를 개선하고 확대하는 방식으로 전략상선대와 국가필수선박 제도를 조화롭게 결합해서 운영하는 방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해양진흥공사 김형준 본부장은 “해수부가 주도하되 조선을 관할하는 산업부와 예산 기금을 관할하는 재경부 기예처와 협력해 범부처 차원의 협의를 진행해야 한다”며 “특히 벌크선이나 탱크선을 국내 중소 조선소에서 지으려면 재정 리스크로 RG(선수금환급보증) 발급이 안되는 부분을 정부 차원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운협회 김경훈 이사는 10년 전 해외기지 건설 당시 국적선을 구하지 못해 중국 선박을 이용해 안보 공백이 발생한 점을 언급하면서 “전략상선대는 국익과 안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 조선소에서 전략상선대를 짓기 위해선 중국 조선소보다 20%가량 높은 가격을 정부 보조금이나 금융 지원의 방식으로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 한재완 실장은 현재 중동 사태 등으로 국내 수출 기업들이 직면한 물류 위기 상황을 전하면서 전략상선대 도입이 화주에게 든든한 보호막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토론회를 방청한 해군 소장 출신의 한국해양연맹 문병옥 사무총장은 “전시나 비상시에 우리 전략상선대를 어떻게 보호할 건지 국방부나 외교부와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정석 해운협회 회장은 “미국은 건조비의 75%를 지원해 250척 규모의 전략상선대를 구축하려고 하고 있고 일본 역시 10조원 규모의 조선업 재생기금을 조성하고 있다”며 “선박 운영 데이터는 국가 안보와 직결되므로 반드시 우리 조선소에서 건조하고 우리 선원이 운항하는 전략상선대가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어기구 농해수위 위원장은 “전략상선대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초안 단계부터 국회와 긴밀한 소통이 중요하다”며 “금융 조선 등으로 나눠서 지속적으로 토론회를 열 것”을 제안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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