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1-14 09:00

안전운임제 재도입됐지만…요율협상 진통

2026년 안전운임 5차례 표결 끝에 통과…국토부 “1월 내 고시 계획”


화물차 안전운임제가 다시 도입됐지만 요율 공표가 늦어지면서 연초부터 물류업계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해 7월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안전운임제가 3년간 일몰제로 운영되는 방식으로 재도입됐다. 2022년 12월을 끝으로 일몰된 지 4년 만이다. 당초 정부는 12월 중 운임을 고시한 뒤 올해 1월1일부터 해당 요율을 적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안전운임위원회의 운임 결정 절차가 지연되면서 관련 일정도 순연됐다. 1월 현재 화물차 운임은 안전운임이 적용되지 않은 기존 요율로 부과되고 있다.

물류업계에 따르면 화주 3인, 운수사업자 3인, 화물차주 3인과 교수 등 공익대표 4인으로 구성된 안전운임위원회는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준비위원회 13회, 본위원회 14회, 전문위원회 8회, 운영위원회 10회 등 45차례 회의를 진행했지만 합의점을 찾는 데 실패했다. 유류비 상승과 수출 둔화에 따른 물량 감소가 표면화하면서 요율 산정을 위한 회의가 난항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말까지 요율 합의가 이뤄지지 않자 위원회는 공익대표가 제시한 중재안을 표결에 부쳐 요율을 결정하려고 했지만 이마저도 순탄치 않았다. 각 분야 위원들이 잇따라 불참하면서 네 번의 표결이 공전됐다.

지난 1월5일 열린 3차 표결에선 운수사와 화물차주 간 체결하는 위탁운임은 중재안으로 가결됐지만 화주가 운수사에게 지불하는 운송운임은 화주 측이 투표를 거부하면서 채택이 무산됐다. 위원회는 다음날 4차 표결을 시도했지만 이번에도 화주 측은 중재안을 수용하기 어렵다며 표결 전 퇴장했다. 이날은 화주 외에 다른 단체들도 퇴장하거나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회는 1월7일 오후 다시 표결을 진행했고 결국 2026년 안전운임이 최종 의결됐다. 화주 측 대표위원은 기존과 마찬가지로 반대 의견을 표명하며 퇴장했으나 남은 위원들로 치러진 투표 결과 중재안이 과반수 동의를 얻는 데 성공했다. 각 대표들이 2회를 초과해 불참하면 정족수를 충족하지 않아도 표결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한 안전운임위원회 운영 규정으로 의결 절차가 마무리될 수 있었다.

통과된 안전운임은 유가 변동 등을 고려했을 때 일몰된 2022년 요율에 비해 두 자릿수로 인상됐다. 특히 수출 컨테이너 품목의 안전위탁운임은 약 14%, 안전운송운임은 약 15% 인상됐다. 

이렇듯 어렵게 안전운임이 통과됐지만 노사 모두 만족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는 9일 발표한 성명에서 안전운임제가 적용되면 2022년 대비 월 소득이 11% 상승하지만 물가 상승분을 반영한 실제 운임 인상률은 3.9%에 불과하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운송 원가와 유류비가 운임 수입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어 물가와 유류비 상승분을 제외하면 운임 인상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반면 화주 측은 최근 급증한 물류비에 대응해 부대비용을 포함한 운임 인상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물류업체들도 비용 부담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안전운임제가 생긴 이후로 운송비가 40% 가까이 오르면서 수익성이 계속 떨어져 걱정”이라며 “화주들이 비용 인하를 요구하거나 이탈하려는 상황이라 애로사항이 많다”고 토로했다.

안전운임·안전운송 원가를 검토하는 전문위원회에 참여한 한국해운협회는 제도 부대조항에 선사 측에 불리한 내용이 반영될 것을 우려했다. 특히 화물차주들이 컨테이너를 세척장까지 운송할 때 셔틀운임을, 터미널 반출 전에 손상된 공컨테이너를 교체할 때 대기 비용을 각각 지불해야 한다고 요구해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사 측 관계자는 “공익위원회가 노조 측 의견을 많이 수용하고 있다”면서 “제도가 시행돼야 알겠지만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발생할 걸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위원회에서 결정한 안전운임을 토대로 1월 안에 상세 운임과 부대조항을 고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화물연대 측은 당초 시행 예정 기간이었던 1월부터 안전운임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안전운임위원회는 소급 적용은 어렵다는 결론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해 12월 이재명 대통령이 국토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매번 일몰 기한에 맞춰 연장 여부로 논쟁하지 않도록 안전운임제를 영구화하고 불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추후 폐지하는 방안을 논의해보라”고 주문하면서 일몰제 폐지 논의도 다시 시작될 걸로 보인다.
 

< 박한솔 기자 hsol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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