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북극항로에서 영향력을 높이려면 경제적 이익만 추구할 게 아니라 기여자나 파트너로서 역할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물류비 절감과 에너지·자원 개척 등 경제적 기대에만 머물러 있다 보니 북극항로 진출 정당성과 정책 추진 동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어 우리의 강점을 활용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해운빌딩 대회의실에서 열린 ‘해양영토 수호 정책 토론회’에서 조은정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센터장은 “대중과 전문가들은 지리적으로 아무 관련 없는 한국이 왜 북극에 개입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고민이 부재해 있다. 정당성이 약하니 정책의 추진 동력도 약할 수밖에 없다. 우리의 이익만 강조할 게 아니라 국제사회가 공감할 만한 자격과 역할을 설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조은정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센터장이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
“세계최강 조선업 앞세워 내빙선 건조시장 선점해야”
우리나라가 북극항로의 수혜자나 착취자가 아닌 기여자로 스스로를 재규정해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높여야 한다는 게 조 센터장의 주장이다. 그는 쇄빙선,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을 건조할 수 있는 조선업 기술, 최첨단 항해통신시스템(ICT), 기후변화 데이터를 분석하는 과학기술 등은 우리나라가 북극항로 진출 국가들의 파트너로 거듭날 수 있게 하는 요소라고 꼽았다.
중장기적으로 우리나라가 북극을 향하는 모든 국가와 기업에 필수적인 장비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도우미·가이드 역할을 하는 ‘셰르파(Sherpa)’ 국가로 도약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조 센터장은 “세계 최강의 조선업을 활용해 내빙선박과 해양플랜트 건조 시장을 선점하고 우리 ICT 기술로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인 스마트 항해 솔루션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흩어진 북극항로 방향 체계를 통합하는 컨트롤타워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부처마다 업무가 다르다 보니 북극항로 진출 목표가 뚜렷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조 센터장에 따르면 외교부는 외교적 위상 강화와 거버넌스 참여, 해양수산부는 북극항로 활성화와 해운 항만 이익, 산업통상자원부는 자원 개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환경부는 극지 연구 등을 업무를 각각 수행하고 있다.
조 센터장은 “국가 전체의 이익을 관통하는 통합된 목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북극 전략은 북극에 가는 전략뿐만 아니라 북극의 변화와 연계해 국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이 돼야 한다”며 “위기를 줄이고 기회를 확대하려면 우리의 지정학적 위치와 산업적 강점을 활용하는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日 영토주권 전시관, ‘젊은세대 겨냥’ 재개관
일본의 독도 영유권과 관련한 문제점도 소개됐다. 이날 ‘일본의 영토주권 전략과 독도 영유권 쟁점’이라는 주제 발표에서 석주희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일본에서 독도 문제와 관련한 정치적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이 지난 2013년 설치한 영토·주권대책기획조정실은 독도에 관한 정책과 예산을 통합 관리하고 있으며, 지난 2018년 도쿄에 영토·주권 전시관을 열었다. 주목할 점은 2018년 100㎡(약 30평)에 그쳤던 전시관 공간이 2020년 670㎡(약 200평)로 6배 이상 커진 데 이어 올해 현대화된 시스템으로 재개관했다는 것이다.
석 연구위원은 “젊은 세대를 향한 홍보와 교육을 강화하고자 ‘체감하는 전시’로 전환해 영토·주권 전시관을 리모델링했다”고 말했다.
특히 석 박사는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행사를 정례화한다는 점을 우려했다. 일본 시네마현은 매년 2월22일 독도의 날 기념행사를 열고 있다.
석 박사는 “시네마현은 행사를 준국가행사로 전환하고 정례화하려고 한다. 행사에도 차관이 아닌 장관급을 참여시키려 한다. 단순히 현장의 관심이 낮다고 해서 그칠 게 아니라 계속해서 활동한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관련해 우리 정부의 대응 방안으로 공공외교와 교육, 연구를 통합한 종합적 대응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일본의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정책에 대비해 우리나라도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토론회는 독도 영유권 문제와 동북아 해양안보 이슈를 둘러싼 국제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한편, 대한민국의 해양정책 방향을 재점검하고 실질적 해양주권 강화를 위한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자 마련됐다.
최윤희 해양연맹 총재는 개회사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해역 주변 위치한 나라들은 우리의 영토와 바다 사용을 위협하고 있다. 일본은 지속적으로 우리의 고유 영토인 독도를 자국 영토라고 터무니없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으며 중국은 잠정조치 수역 내에 불법 구조물을 설치하고 연구시설이라 하는 한편 우리의 해역을 자국의 배타적 해역인양 군사력을 이용해 위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러한 다양한 해양 위협에 대응하려면 각 분야별 전략을 발전시키고 실제 대응 방안을 수립하는 논의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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