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탱크컨테이너 시장이 둔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증가율이 2010년대 이후 최저치에 머물렀다. 우리나라 레이딕스는 탱크컨테이너 장비 숫자를 두 자릿수로 늘리며 순위 상승을 일궜다.
국제탱크컨테이너기구(ITCO)에 따르면 1월1일 현재 세계 탱크컨테이너 박스 물량은 4% 늘어난 88만2000개를 기록,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다만 증가율은 ITCO가 조사를 시작한 이래 2002년의 3.5%, 2006년의 3.7%에 이어 역대 3번째로 낮았다.
탱크컨테이너는 코로나19 사태발 해운 초호황기였던 2022년과 2023년 7~8% 수준으로 늘어나다 지난해 5.8%로 둔화됐고 올해는 성장세가 더 쪼그라들면서 역사적인 부진을 신고했다.
성장 폭이 위축되면서 90만개 돌파 기록도 미뤄지게 됐다. 전 세계 탱크컨테이너 숫자는 2013년 30만개를 돌파한 이래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여왔다. 2015년 40만개, 2017년 50만개, 2019년 60만개 고지를 밟는 등 2년 주기로 앞자리 숫자를 갈아치웠다.
60만개에서 70만개로 넘어가는 덴 3년이 걸렸지만 코로나19 사태발 해운 수요 폭증으로 80만개로 올라서는 기간은 불과 1년이면 충분했다. 현재의 흐름이라면 80만개를 돌파한 해(2023년)로부터 3년이 지난 내년(2026년)에 90만개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ITCO는 “탱크컨테이너는 화학제품 수송 시장에서 소량화물을 안전하게 운송하는 장비로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도 “코로나사태발 물류대란이 해소되고 유럽 화학산업의 부진과 중국 등의 공급 과잉 등이 영향을 미치면서 성장률 둔화를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럽의 화학제품 생산량은 2023년 6.6% 감소했고 지난해에는 1.9% 성장하는 데 그쳤다.
유휴 장비 숫자도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였다. 임대업체들이 보유한 탱크컨테이너 중 임대되지 않은 장비는 5만7200개로, 지난해보다 10% 감소했다. 유휴 장비는 지난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뒤 기저효과로 올해는 감소세를 띠었지만 숫자만 놓고 보면 지난해에 이어 역대 2번째로 많았다.
물류기업 또는 화주 등이 시장에서 실제 활용하는 장비는 6% 늘어난 83만3200개를 기록, 지난해의 2%에 비해 증가 폭이 확대됐다. (
해사물류통계 ‘전 세계 탱크컨테이너 운용 추이(2018~2025년)’ 참조)
신조 줄고 폐기 늘어
새롭게 만들어진 장비는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2024년 한 해 동안 신조된 탱크컨테이너는 26% 감소한 4만2100개로, 2020년의 3만5800개에 이어 2020년대 들어 2번째로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장비 신조 실적은 2022년 6만7800개로 최고점을 찍은 뒤 2023년 5만6600개로 17% 감소했고 지난해에도 다시 큰 폭의 감소세를 띠었다.
반면 지난해 폐기된 탱크컨테이너는 8500개를 기록, 2023년의 1만개에 이어 역대 2번째로 많았다. 폐기 물량은 2013년부터 2022년까지 연평균 4000개를 밑돌다 2023년 이후 급증했다.
ITCO는 “최근 시장의 특징은 내구연한이 지난 장비의 폐기가 증가하는 점”이라며 “노후 장비를 개조해서 재사용하는 방법이 더 이상 매력적인 경제적 제안이 되지 않는다는 걸 의미한다”고 풀이했다.
운영사 보유량은 5% 늘어난 61만9700개를 기록, 처음으로 60만개를 넘어섰다. 다만 시장 침체의 영향으로 기업들은 장비 투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기업 63개사 중 지난 1년간 장비를 늘린 곳은 15개사에 불과했다.
이런 와중에도 중국 기업들은 대폭적인 투자에 나섰다. DJD인터내셔널로지스틱스는 42%(3000개), 헝청은 40%(2000개)의 증가율을 과시하며 순위를 각각 20위에서 15위, 27위에서 21위로 끌어올렸다.
10대 운영사 명단은 2023년 이후 3년간 변화가 없었다. 이들 기업이 보유한 장비 숫자는 30만1700개를 기록, 사상 처음으로 30만개를 넘어섰다. 하지만 점유율은 지난해 51%에서 올해 49%로 소폭 축소됐다.
1위 네덜란드 스톨트탱크컨테이너와 4위 스위스 베르치, 6위 네덜란드 덴하토, 8위 말레이시아 이웨이 등 4곳은 장비 숫자를 늘렸고, 3위 네덜란드 뉴포트, 5위 중국 차이나레일로지스틱스, 7위 영국 벌크홀, 9위 미국 인터모덜탱크트랜스포트는 지난해 수준을 유지했다.
반면 2위 독일 호이어는 -0.2%, 10위 일본의 NRS오션로지스틱스(옛 인터플로)는 -10%의 뒷걸음질 행보를 보였다.
국내기업 대부분 현상유지 기조
우리나라 기업이 보유한 물량은 지난해 1만3000개에서 올해 1만3200개로 2% 늘어났다. 레이딕스만 장비를 늘렸고 나머지 3곳은 전년 수준을 유지했다.
국내 최대 탱크컨테이너 기업인 대림은 7000개로 전 세계 순위 21위를 지켰고, 지난 2022년 극동MES의 탱크컨테이너사업부를 인수한 태웅로직스는 3500개로, 1계단 하락한 34위에 랭크됐다.
레이딕스는 200개(13%) 늘린 1700개를 신고하면서 1계단 뛰어오른 45위에 안착했다. 팬브릿지는 1000개를 유지했지만 순위는 지난해보다 한 계단 떨어진 공동 59위에 머물렀다. (
해사물류통계 ‘탱크컨테이너 운영사 장비 보유 순위(2025년 1월1일 현재)’ 참조)
임대회사가 보유한 컨테이너는 38만1700개로, 지난해 37만6200개에서 1% 늘어났다. 프랑스 유로테이너가 8만5000개(자회사 래플즈리스 포함)로 1위, 미국 엑시프(EXSIF)가 7만1300개로 2위, 싱가포르 시코글로벌이 4만3000개로 3위를 각각 유지했다.
3대 임대 회사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57%에서 올해 52%로 크게 줄어들었다. 4위 미국의 CS리징이 장비를 4% 늘리는 등 경쟁 업체들이 자산 확대에 나선 반면 빅3에선 150개(0.2%) 늘린 엑시프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새로운 투자를 하지 않았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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